임호 사회3팀장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했다. 그들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추락은 일반 대중에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과 이어진 은퇴 선언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연예인의 단순한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공인의 도덕적 기준, 과거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용서 범위, 그리고 '소년법'의 근본적 취지인 교화 가능성, 피해자 중심주의가 충돌하는 복잡한 사회 현상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집단 심리와 구조적 모순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배우 조진웅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 독립운동가 관련 발언 등 사회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이미지는 대중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완벽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과거 범죄는 대중이 투영했던 '이상적 공인' 이미지와 정면 충돌했다. 사회학에서 공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닌, 사회적 규범과 가치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대중은 공인에게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기를 요구한다. 결함이 발견되면 가차 없이 '도덕적 파산'을 선고하려 한다. 이는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공인에 대한 감시와 단죄가 오히려 강화되는 역설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실제, 수많은 연예인들이 과거 학폭과 약물 중독, 음주 운전 등 다양한 문제로 대중적 사형선고를 받았다.
배우 조진웅의 경우 과거 소년범이란 사실이 현재 '성공한 배우' 이미지를 압도해버렸다. 이는 법적 처벌을 넘어 '사회적 생매장'을 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소년법의 이상처럼 '교화된 개인'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피해자의 고통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과거의 잘못이라 할지라도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수 있다. 가해자가 법적 대가를 치렀더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회복적 정의' 관점이다.
배우 조진웅은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은퇴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나 피해 회복 노력은 부족했다. 특히 대중적 사랑을 받고, 부를 쟁취한 배우라면 법적 처벌 이후에도 가해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 이념 대립으로 확산됐다. 특정 정치 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의 행보 때문에 일부 진영은 그를 옹호하고, 반대 진영은 비판하는 '선택적 감싸기' 또는 '과잉 비난'의 양상이 뚜렸하다.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었으면 한다. 그들에겐 보호해야 할 존재와 비난해야 할 존재라는 이분법 밖에 없다. 여기에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은 조진웅의 과거와 비교해 별로 나을 것 없는 경우도 있다.
조진웅 사태의 본질은 과거의 잘못과 현재의 지위, 법의 취지와 사회적 감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갈등 구조다. 이는 배우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용서와 단죄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소년범 교화라는 대의와 피해자 고통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단순한 도덕적 단죄나 무분별한 옹호를 넘어 과거의 과오를 저지른 개인이 어떻게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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