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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 사회3팀장 |
산불이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투입되는 장비는 진화헬기다. 수백명의 산불진화 요원의 역할을 헬기 한 대가 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임차한 진화헬기의 숫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물이나 소화액을 담는 저수 용량도 너무 작다는 것이다. 또 산불이 발생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야간 진화헬기 투입 불가'다. 야간 산불진화헬기 투입 불가는 이젠 국룰(國rule)이 됐다. 이번 경북 산불도 야간에 강한 바람을 타고, 안동과 청송·영양·영덕으로 번졌고, 이때 2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만약 경북에 야간 산불진화가 가능한 초대형헬기가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최소화됐을 것이라 본다.
현재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임차 진화헬기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경북 22개 시·군에서 임차한 산불진화헬기는 모두 19대. 이 중 생산연도가 가장 오래된 것은 1962년이다. 무려 63년이나 됐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1970년대 생산된 헬기도 5대나 된다. 2000년 이후 생산된 헬기는 고작 5대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경북 지자체에서 임차한 산불진화헬기의 평균 수명은 36년이나 된다. 한번에 3천ℓ이상의 물을 뿌릴 수 있는 임차 진화헬기는 경주시(4천800ℓ)와 포항시(3천400ℓ) 단 2대뿐이다. 저수용량이 작고, 낡은 헬기로 산불을 진화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경북도와 지자체들은 2011년 경북 고령·울진·영덕·예천 산불, 2020년 안동 산불,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줄기차게 야간 진화가 가능한 초대형 헬기와 고정익 진화 항공기비행기 도입을 정부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말로만 그 뜻에 공감할 뿐 단 한번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 만약,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5천ℓ 이상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진화헬기가 있었다면, 야간에 산불진화가 가능한 헬기가 있었다면 경북 산불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발생했을까.
정부는 산불 진화가 지자체 소관이란 이유로 국비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경북지역 지자체들은 초대형헬기를 임대하고 싶어도 한 해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내기엔 쉽지 않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청본청 재정자립도는 25.23%이지만 경북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영양(6.82%), 봉화(6.85%), 청송(7.45%), 영덕(7.81%), 상주(8.24%) 등 8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10%가 되지 않는다. 정부 지원 없이는 지자체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임대 비용을 감당하기엔 쉽지 않다.
2000년 이후 경북에서 발생한 100㏊이상 대형 산불은 10건에 이른다. 2년에 한 번꼴이다. 우리에게 닥쳤던 경북 산불의 참혹함은 피해 당사자의 몫이 될 뿐 벌써 모두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야간 진화가 가능한 초대형 헬기와 고정익 진화비행기 도입요구를 묵살한다면 경북 산불과 같은 참혹한 현실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임호 사회3팀장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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