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행정학 박사·전 경상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우리는 사회생활을 통해 사회적 유대관계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게 하고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고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나 작용이 행정이다. 따라서 행정의 책임과 역할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이 비화는 어느 송씨 집안의 '두 남매의 눈물'이다. 만수는 1950년 맏아들로 태어나 11살 때인 1960년에 죽었다. 만수의 여동생인 만자도 1953년에 태어나 8살 때인 1960년에 생을 마감했다. 만자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만자의 호적부상 이름은 '○順'인데 '○'자는 옥편에도 없는 글자로서 음과 훈을 알 수 없다. '○'자를 유추하여 만자의 이름을 '만순', '동순', '화순' 등으로 가정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추측일 뿐이다. 두 남매는 당시 유행하던 홍역에 걸려 인근 마을에 사는 무면허 의사의 주사를 맞고 죽었다. 이 두 남매가 죽은 시간 차이는 불과 43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 가족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당시 거울 속에 비친 후진적인 행정, 무면허 의사의 의료 행위 만연 등이 시대상이었다. 옥편에도 없는 글자가 호적부(현,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된 책임은 행정에 있다. 즉 출생신고 의무자가 정확하게 신고를 했으나 공무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아니면 호적 신고의무자가 잘못 신고하여 공무원이 제대로 검토를 하지 않고 수리한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행정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슬픈 일은 만자는 죽은 후에도 그 이름을 찾지 못했다.
당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는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83조 제2호에 의하여 보존 기간(30년)이 만료되어 폐기되고 없는 상태이다. 그 신고서가 보존되어 있다면 만자의 이름과 두 남매의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한 가정사는 눈물로 얼룩지고 대를 이어 살아가는 남겨진 가족의 아픔은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공무원에게는 엄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 행정의 실수, 착오, 고의 등 잘못은 행정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의 잘못을 용납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민원 행정을 쇄신하고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민원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과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민원 부서에 우수 공무원을 우선 배치하여야 한다. 둘째, 각종 민원 절차와 구비서류를 대폭 간소화하여야 한다. 셋째, 모든 민원에 대해 (가칭) 민원 처리 결과 통보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보존 기간이 경과된 민원서류에 대해서는 폐기하기 전에 공고 등을 통해 관계 가족에게 돌려주는 (가칭) 민원서류 반환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넷째, 공무원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민원 보상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행정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 가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 행정은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밥벌이나 생계수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규정한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투철한 국가관과 막중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따라서 행정은 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를 건설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이 없고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다. 행정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행정은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행정으로 답해야 한다.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 행정은 국민이 가는 역사의 길에 희망의 등불을 들어야 한다. 저 하늘에 별이 된 만수와 만자, 두 남매도 국민의 길을 지켜 줄 것이다.
최병호<행정학 박사·전 경상북도 혁신법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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