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동남권신공항과 오버랩되는 행정통합

  • 윤정혜
  • |
  • 입력 2026-02-10 19:26  |  발행일 2026-02-10
지방 갈등만 부각한 방송
블랙홀·분쟁 자극적 단어
동남권신공항 사태 오버랩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 인식
행정통합 본질 들여다봐야
윤정혜 경제·산업팀장

윤정혜 경제·산업팀장

점심약속에 맞춰 차량으로 이동하던 지난주의 일이다. 무심코 틀어놓은 라디오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이 나왔다. 서울 중앙지 기자들이 하나의 이슈를 놓고 각자 의견을 말하는 방송이였는데 대구경북 최대 화두인 행정통합이라는 단어가 불쑥 들렸다.


지역에서 한창 동력을 키우고 있는 터라 '메가시티' 같은 단어에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의 처절한 몸부림 아닌가. 중앙언론은, 서울시민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듣다보니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광주와 전남에서의 사례를 들어, 청사 입지로 인한 지역 간 갈등이나 거점도시에 대한 불만 등 부정적 메시지만 쏟아지고 있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행정통합이라는 게 행정·교육·의료·문화 등의 기능을 서울에 준하는 거점도시 한 곳에 몰아주자는 설계인데, 거점도시를 만들면 비거점도시는 죽는데 우리(사회)가 용인할 수 있느냐.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합의와 조정을 못해 쪼개기로 지역 별 안배 하기로 한 게 무슨 거점이 되느냐. 서울에 대항할 메가시티를 만들면 블랙홀이 돼 읍면단위는 인구를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방송은 여기서 끝났다. 반론이나 행정통합을 준비하는 지방도시의 의견 없이, '통합 후 비거점도시는 죽게 된다'는 식의 단정적 시선에서 마무리됐다. 지방의 미래는 '비거점 도시의 소외'라는 가벼운 접근 속에서 단편적 논리로 재단됐다. 내부의 치열한 고민과 행정통합의 본질이나 대안 마련 과정은 생략됐다. 오로지 지역 갈등 구조만 부각됐다.


대구경북 기자로서 불편했다. 미디어를 통해 던져진 단어들이 삽시간에 여론을 만들고 바꿀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안배니 지역 갈등이니 블랙홀과 같은 단어들은 수십조 국비가 소요되는 행정통합에 서울과 지방의 갈등, 안으로는 지방 도시 사이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특히 전국으로 송출됐을 이 메시지들이 더 우려스러운 건 10여 년 전 추진된 당시 동남권신공항으로 부르던 신공항 사업의 학습효과다.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 크게는 반대 여론이 우세한 수도권과 지방 간 갈등으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됐던 실패 경험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당시 서울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은 '동남권신공항이 활성화될지,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지는 항공사들의 노선 개설이 중요한데 항공수요를 섣불리 추정해 계획을 확정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다. 이 발언 뒤 유력 정치인도 '공항을 만들려면 십몇 년 걸리는데 잘못하면 진짜 활주로에 고추만 말릴 수 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결국 남은 건 ' 지방 공항이 만들어지면 활주로에 고추만 말리게 될 것'이란 인식이었다. 이는 신공항 무용론으로 번졌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며 국가 전체에 심각한 갈등구조를 양산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업은 정치권의 부담으로 남으며 '원점 재검토'라는 허망한 결론에 도달했던 뼈아픈 학습 효과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서울 일극 체제에 맞서 지방 스스로 생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자, 지방소멸을 막을 행정통합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 본질은 외면한 채 갈등만을 부각하는 인식이 우려스럽다. 더군다나 '광역시도 간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중앙부처의 불수용 입장이 나오고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가속이 붙었던 동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하니, 과거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오버랩되는 건 나뿐일까. 대구도 대한민국이다.



기자 이미지

윤정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