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법치는 헌법의 기본원리이면서 권력을 통제하는 마지막 장치다. 입법부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도 강력한 권력을 지닌 행정부를 꾸리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사법부는 마음대로 경영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제도가 바로 법치주의다. 현대민주국가에서 사법권의 독립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헌법 질서의 본질적 가치다. 그런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3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법부를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 기생하게 하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사법3법은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 이 세 가지가 핵심 내용이다. 먼저 법왜곡죄는 법을 고의로 왜곡하여 적용한 판사나 검사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판사와 검사의 법 해석을 두고 정치적 기준에 따라 '왜곡'이라고 규정하고 형사처벌까지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것은 판사와 검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기보다 먼저 정치적 해석을 고려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법왜곡죄가 실제로 적용되는 순간부터 판결은 법리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왜곡죄 신설은 사법부의 책임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사법권의 독립성을 위축시키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재판소원 제도다. 이것은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소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여기에는 권리구제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법제도의 기본원리에 따르면, 하나의 사건은 일정 단계의 절차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반드시 종결되어야 한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또 하나의 상급심이 생기는 구조가 된다. 패소한 당사자는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 하나의 사건 종결이 긴 시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의는 신속성과 함께 존재할 때 의미가 있다. 종결 없는 재판은 정의를 강화하기보다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법관 증원이다. 대법원의 사건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사건이 많다 보니 판결이 늦어지고, 심리의 깊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그런 점에서 일정한 증원 논의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갑자기 대법관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 그만큼 현재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 숫자도 늘어난다. 특정 시기 정치 권력이 사법부 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어떤 국민도 이런 구조를 단순히 사법 효율성 개선의 취지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권이 사법부의 지형을 바꾸려 한다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사법부의 권위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사법부는 실제로도 독립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눈에도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사법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은 사법부를 정치로부터 더 독립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법3법은 상당 부분 정치 영역이 사법 영역을 침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판결의 기준에 정치가 개입되면, 결국 법원은 정치판의 또 다른 장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입법부와 사법부가 손을 잡게 되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균형은 중심을 잃게 된다. 사법 불신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 사법부를 정치권의 영향 아래 두는 것이라면, 그것은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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