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7초 아빠와 딥키스
금요일 저녁이면 난 349번 시내버스를 타고 황금동으로 간다. “나 롯데리아 도착. 어디야?" “벌써? 약속의 땅으로 와. 뭉이랑 쉬고 있어." 하늘은 이미 어둑하고, 신축상가건물 가나안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조금씩 빨라진다. 황금성당 앞을 지날 때쯤, 머릿속은 이제 지인 옆에 앉아 있을 반려견 뭉이에 대한 생각으로 충만하다. 솜사탕 같은 탐스런 흰털에, 눈코입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얼굴. 귀엽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더없이 사랑스러운 5살짜리 포메라니안. 황금초등학교 담장 앞에 다다르자, 저 멀리 뭉이가 보인다. “뭉아!"하고 내가 부른다. 뭉이가 반갑다며 나에게로 강중강중 달려온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나의 거친 손을 마구 핥아댄다.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지인의 카운트가 시작되고 운명의 7초가 되는 순간, 뭉이는 뒤돌아서 지인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손길을 외면한 채 지인의 품속으로 돌아가 버린다. “우선생, 오늘도 7초 아빠네. 크크크!" 지인이 깔깔대며 놀려댄다. 그래. 난 뭉이에게 7초 아빠다. 뭉이는 딱 7초 동안만 격하게 나를 반긴다. '그래도 7초가 어디야? 예전엔 5초, 아니 3초도 되지 않았잖아' 하고 매번 자위해보곤 하지만, 솔직히 7초는 뭉이를 향한 나의 그리움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별일 없어?" 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다. “말도 마. 힘들어 죽겠어. 하루하루가 전쟁이야."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런 푸념과 함께 우리들의 산책은 시작된다. 산책을 하다보면, 가끔 내가 뭉이의 리드줄을 잡기도 한다. 그럴 때면 지인은 장난스레 전봇대나 입간판 뒤로 몸을 숨긴다. 지인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 챈 뭉이는 걸음을 멈춘 다음 멍하니 서서 그의 행방을 쫒는다. 똘망똘망한 눈에는 불안한 기운이 역력하다. 드디어 지인이 “까꿍!"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뭉이가 폴짝, 폴짝 뛰며 지인에게 안긴다. 마냥 좋은 듯, 지인의 볼과 입술을 마구 핥는다. 아이고, 내 딸. 아빠 없으니까 무서웠어? 일상에 지친 지인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정말, 딸바보가 따로 없다. “아, 안 돼!" 순간, 지인이 뭉이의 얼굴을 밀어낸다. 왜? 하고 내가 묻는다. “글쎄, 이 녀석이 갑자기 내 입 안으로 혀를 들이밀잖아. 어휴, 정말 못 말린다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폭소를 터트린다. 개와의 딥키스라니……. 그 기묘한 장면 속에서 7초 아빠인 난 문득, 부러움과 함께 엉뚱한 상상에 사로잡힌다. 쉘 위 키스? 저 도도하고 까칠한 꼬마숙녀와의 낭만적인 키스 같은 것 말이다. 음, 그게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선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 7초, 그 객관적인 간극부터 조금씩 줄여나가야겠지? 사랑이란 원래 절대적인 신뢰와 온전한 배려 위에서 꽃을 피우는 법이니까. 뭉아, 우리 서로 노력해보자. 우광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