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400쪽 분량의 소설을 꼭 한 문장으로 쓴 소설가가 있다. 그러니까 마침표를 꼭 한 번만 찍었다는 말이다. 문체는 괴벽스러우면서도 운율이 섞인 서사체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다. 황량하고 절망적이고 부조리하고 그래서 종말론적 분위기가 나지만 데퉁맞은 유머가 스친다. 한 평론가는 그 소설가를 '이 시대의 헝가리 종말론의 거장'이라 불렀다.
금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의 소설가 크라스나호르카이 라슬로(71)의 이야기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은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한 강력하고도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그의 소설 '사탄탱고'(1985)는 그를 헝가리의 일류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것의 번역이 2013년에 '최우수번역도서상'을 탔다. '사탄의 탱고'라는 뜻의 이 작품은 헝가리가 아직 공산주의 치하에 있을 때 한 오지 마을의 황폐한 집단농장을 그렸다. 당시로는 검열·심문을 받고도 출판된 것이 기적이었다. 그는 그런 참혹함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의 절친이 이 소설을 7시간짜리 영화로 제작하였고 2015년에 '맨부커상'도 수상했다.
그는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헝가리에서 독일, 프랑스를 거쳐 일본에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특히 중국과 몽골의 체험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극동지방에서 배운 미학과 문학 이론은 그의 문체와 주제를 바꾸는 동기가 되었다. 그는 현 헝가리 총리 오르반을 독재자로 몰다보니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하지 않아 다른 EU국가들의 빈축을 산다. 그는 그런 정부를 "정신병자"라 규탄했지만, 총리는 그래도 축하한단 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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