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한일전의 ‘불편한’ 패배 공식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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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9 06:00  |  수정 2025-11-18 17:28  |  발행일 2025-11-18
MLB 월드시리즈 최종전
야마모토의 역대 퍼포먼스
도쿄돔 한일전, 한국 참패
‘사사구11개’ 투수역량 시급
토종 에이스 육성 서둘러야
이효설<체육팀장>

이효설<체육팀장>

월드시리즈 최종전은 잊지 못할 경기였다. LA 다저스의 2연패를 떠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의 맹렬했던 투지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전날 선발승을 올린 후 하루만에 마운드에 올라 완벽하게 마무리를 끝내던 순간도 명장면이었다.


천보성 전 LG트윈스 감독은 "만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경기였다"는 짤막한 총평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정말, 공감했다.


K-베이스볼시리즈 한일전을 어느 때보다 고대한 것은 월드시리즈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한국의 20대 초반 유망주들이 10연패를 끊어내길 바랐다. 하지만 소위, 30년 이상 야구 봤다는 '야구아재'들이 한결같이 쏟아내는 예언이 거슬렸다. "초반에 한국이 리드하고, 일본이 바로 따라잡고, 후반 되면 질질 끌려다니다 진다"는 것. 누군가는 "그게 한일전의 패배 공식"이라 얕잡았다.


한일전 전적을 찾아봤다. 우리의 마지막 승리는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리했다. 이후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전(7-8 패)부터 내리 9경기를 졌고, 지난 15일 도쿄돔 1차전까지 10연패 사슬이 이어졌다.


'아재 예언가들'의 말이 맞았다. 3회 한국은 안현민과 송성문의 백투백 홈런으로 3-0 리드했지만, 4회 동점을 스쳐지나 5회부턴 붕괴했다. 이후 단 한번도 주도권을 빼앗지 못했다. 한국은 4-11로 참패했다. 16일 2차전 무승부로 연패 흐름은 끊었다는 게 유일하게 위로삼을 건덕지다.


예언가들은 패인 분석도 내놨다. 한마디로, 한국 투수들의 레전드 계보가 끊겼다는 것. 더이상 선동렬, 구대성, 류현진같은 특급 선발들이 나오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1차전에서 한국 투수들은 11개의 사사구를 적에게 헌납했다. 충격적이다. 흔들리는 불펜은 볼넷 9개, 몸에맞는공 2개를 합작해냈다. 5회말에는 김택연(두산), 이호성(삼성), 성영탁(KIA) 등이 잇따라 등판했지만, 줄줄이 무너졌다. 일본의 기세를 끊고 주도권을 찾아오는 에이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한 이닝에만 6점을 내주는 한국 투수들을 보며 일본 타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일본 대표팀의 실체는 오타니, 야마모토는 물론, 핵심 주전급이 빠진 전력이었다. 한 중계진은 이들을 1.8군 정도라고 언급했다. '요즘, 한국 야구가 역대급 흥행을 한다는데, KBO는 그들만의 내수용 리그를 하는구나. 한국팬들은 이런 경기력을 그토록 열렬하게 응원하는구나….' 한국 야구팬으로서 가장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나는 부분이다.


일본팬들의 직설적 비평은 틀리지 않다. "한국은 늘 같은 패턴이다. 중반 이후 투수들이 무너져 대량 실점한다", "KBO에 3할 타자가 많은 이유가 이해가 됐다", "한국 대표팀은 이제 일본 국대가 아닌 프로팀과 붙어라"


​한국 야구는 이번 한일전에서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또 패배한 것이다. 이제는 '국산 에이스'를 키워야 한다. 10개 구단의 선발 자리를 보라. 수십억 원을 주고 사온 외인 투수들 일색이다. 토종 선수들은 3~5선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래서 국제대회의 압박감을 견뎌낼 경험 자체를 쌓을 수 있겠는가. 왜 특급 에이스를 키워낼 노력을 하지 않는가.


일본 야구는 오타니, 다르빗슈, 야마모토같은 괴물 투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선수만 12명으로 한국(3명)과 비교가 안되는 우위에 있다. KBO는 이 문제를 모른 척 하고 있다. 야구의 본질은 흥행이 아니다.


이효설<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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