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공동기획: 동양의 스위스 대구·경북 정원도시 프로젝트]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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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0 21:34  |  발행일 2026-07-20
제7회 낙동강과 백두대간이 빚어낸 ‘경북의 정원 기적’… 상주 문경 의성
문경 이화령 고개.<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문경 이화령 고개.<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백두대간의 중심권역인 경북 문경 북동부와 상주 서남부의 산간 지형, 그리고 이들이 동쪽으로 내려와 도달하는 낙동강 수변과 의성 평야는 비옥한 토지와 오랜 농촌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권역은 행정구역의 경계에 갇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다.


문경은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한 역사·세트장 중심의 '관광'에 집중했고, 상주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농업 생산량을 바탕으로 한 '1차 농업'에 사활을 걸었다. 의성은 풍부한 농업 유산을 바탕으로 최근 경북도가 추진하는 첨단 '푸드테크(FoodTech)'의 신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제공.

그러나 인구 소멸과 농촌 고령화라는 시대적 파고 앞에서 이제는 파편화된 개별 전략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때다. 백두대간의 산림 생태와 낙동강의 수변 경관을 연결하여 권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리버사이드 팜 가든(Riverside Farm Garden)'이자 농촌 체류형 정원으로 혁신하자는 것이다.


◆ 프랑스 루아르 계곡(Loire Valley)의 시사점


낙동강 권역이 지향해야 할 롤모델은 1천6㎞ 길이의 프랑스 최대 강인 루아르강을 따라 형성된 루아르 계곡(Loire Valley)이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중세 고성(Chateau)들과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 유실수, 자전거, 과수원이 결합해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자연과 인간, 농업과 문화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라는 평가다.


루아르 계곡은 지난 10년간 대량 관광(Mass Tourism:저가 숙박·서비스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관광)에서 고부가가치 웰니스·체류형 관광으로 완벽히 체질을 개선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매년 평균 330만 명 이상의 순수 체류형 관광객이 방문하며, 연간 약 4조 3천억 원(약 30억 유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지속해서 창출하고 있다.


지난 2010년대에는 단순 관람형 고성 투어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2020년대에는 포도밭을 정원화한 '와이너리 가든 투어'와 강줄기를 따라 구축된 800㎞의 자전거 도로 '루아르 아 벨로(Loire a Velo)'를 통한 체류형 정원 관광객은 연평균 5.8%씩 성장했다.


루아르 계곡의 진정한 가치는 관광 수입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사회 내부로 완벽히 순환된다는 점에 있다. 포도밭과 과수원 정원 경관을 개방하자 농가들은 자체 브랜딩된 와인과 가공품과 고성 주변의 농가 민박을 통해 안정적인 숙박 소득을 올린다. 또 1차 농업 노동에만 의존하던 청년과 은퇴한 직장인들이 정원 디자이너, 생태 가이드, 푸드 셰프, 로컬 크리에이터로 전환되면서 서비스업이 고용의 66.7%를 책임지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구조를 정착시켰다.


지자체는 관광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농가들의 전통 가옥 보수와 정원 조성을 보조해 지역 경관의 질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이 모델은 문경새재의 역사 자원, 상주의 압도적인 농업 기반, 의성의 고운사와 푸드테크 인프라를 낙동강 물길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 백두대간 산림생태와 낙동강 물길 정원의 입체적 결합


문경·상주·의성 세 지역의 공간적 특성은 험준한 백두대간 산맥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서고동저의 지형에 있다.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은 이 공간적 특성을 입체적으로 레이어링(Layering)해 문경 서북부와 상주 서남부 백두대간 중심을 '산림·산촌 정원 벨트'로 조성하자고 제안한다.


우선 문경새재, 이화령, 속리산 문장대와 화북 지역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는 자연 그대로의 '산림 치유 정원'이자 거점이다. 여기에 이미 구축된 드라마 세트장과 역사적 고갯길 주변을 활용해 야생화와 전통 산림 수종을 식재한다면 '스토리텔링 가든'으로 확장할 수 있다.


상주시 안영길 은척면 면장은 19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속리산 주변 화북과 은척 권역의 깊은 산촌은 도시민들이 장기 체류하며 디톡스(Detox)할 수 있는 산림치유(Forest Therapy) 특화 지구로 발전하기 위해 꽃 가꾸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주 동남부와 의성 서부는 '낙동강 수변 및 전원 정원 벨트'로 특화시켜야 한다는 구상도 제기됐다. 낙동강 본류를 품은 상주 낙동 권역과 의성 접경 지역은 물을 매개로 한 대규모 수변 정원으로 조성한다. 또 그물망처럼 얽힌 농수로의 주변부에 수생식물(창포, 연꽃 등)을 식재하고 바이오 필터 기능을 겸비한 '물길 정원'으로 디자인해 농지 전체가 물 위에 뜬 하나의 거대한 여름 정원처럼 보이게 유도한다.


의성 등 국내 최대 산불 피해지도 '생태 복원형 꽃밭 정원벨트'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잿더미가 된 토양을 정화하고, 여기에 밀원수(蜜源樹)와 대규모 야생화 단지(아이리스, 아스터, 수국 등)를 복합 식재해 '리커버리 가든(Recovery Garden)'으로 탈바꿈시켜 산림 재해 지역을 세계적인 생태 관광 명소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 관광(문경)·농업(상주)·푸드테크(의성)의 융합


이를 위해 세 도시의 강점을 융합하여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해야 한다. 먼저 문경 이화령 고갯길은 루아르처럼 자전거 정원 여행지역으로 조성해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정원 문화와 축제의 장'으로 브랜딩하고, 상품도 팔자는 것이다.


오미자를 푸드테크로 개발해 무과당 오미자 엑기스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로브콜 오태근 대표는 "문경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청은 카페인 없이도 활기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며 "오미자농장을 정원으로 바꾼다면 소비자 투어도 할 수 있다"며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상주의 경우 포도·배·한우 기반의 농업 정원(Agri-Garden)으로 변신을 도모할 수 있다. 상주 서부에서 남부로 이어지는 산악과 구릉지는 포도 덩굴 터널, 하얀 배꽃 정원, 붉은 사과 정원으로 가득 찬 대규모 농업 경관 지역이다. 이를 민간 오픈 가든과 공공 인프라와 엮어 투어 루트를 개설하고, 상주 한우 목장은 네덜란드식 팜파크(Farm Park)로 디자인해 초지 경관을 만들면 도시 관광객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다.


의성의 경우 푸드테크 신산업과 고운사 사찰 정원을 접목시킨다면, 마늘 가공 부산물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대체육(Alternative Meat), 기능성 식자재 연구·생산 인프라를 접할 수 있는 정원이 만들어져 경북도가 육성 중인 푸드테크 중심지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시아 원격의료학회 회장이자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실 강대희 교수는 "초고령사회 소멸 지역의료 해법과 디지털 헬스케어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과 같이 정원을 돌보며 지속적인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활비도 적게 들고 산과 물이 좋은 경북은 최적의 힐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민의 지역 생활 만족도가 지역의료 붕괴와 지방소멸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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