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경. 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유치에 사활을 건 대구시가 금융권의 거센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를 내걸고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이 연내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 가운데, 노조의 집단행동이 대구 유치전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노조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만명, 경찰 추산 1만5천명이 참가했다.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6% 인상, 청년 채용 확대를 요구했지만 집회 전면에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가 자리했다. 무대 앞도 기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깃발이 채웠다.
대구로서는 기업은행 노조의 움직임을 예사롭게 보기 어렵다. 조합원만 9천여명에 달하는 데다, 정부가 이전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하느냐에 따라 향후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노조는 금융기관을 지역으로 분산하면 인력과 정보, 시장 네트워크가 약화하고 전문인력 이탈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2005년 시작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를 먼저 검증하고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전에서 기업은행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지역 산업구조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이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구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이 결합하면 보증과 대출을 잇는 정책금융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핵심 명분이다. 로봇과 미래모빌리티, ABB, 첨단의료 등 신산업에 필요한 기술금융 기반을 확충한다는 구상도 깔렸다.
기업은행 본점 유치는 기관 하나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금 운용과 투자 판단을 내리는 핵심 기능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수도권에 집중된 정책자금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창업기업을 잇는 투자 생태계 조성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번 총파업은 대구의 유치 전략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한 설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던졌다. 기업은행 임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전 방안과 정주 대책까지 제시해야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과 광주·전남, 전북 등 다른 지역도 금융 공공기관 유치에 뛰어든 만큼 구성원의 수용성이 입지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도 있다.
대구시 산격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의 향후 과제로는 금융 기능 분산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를 불식할 근거 마련이 꼽힌다. 신용보증기금과의 협업 모델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효과, 전문인력 확보 방안 등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직원과 가족을 위한 주거·교육 지원, 배우자 취업 연계 등 정착 대책도 유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다. 본점 일괄 이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핵심 기능을 먼저 배치하는 단계적 이전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역 정치권의 공조 여부도 관건이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에는 관련 법률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여야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가 요구된다. 대구시와 정치권, 경제계가 기업은행 유치에 따른 국가 균형발전과 중소기업 지원 효과를 공동 논리로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정동화 공공기관이전담당관은 "아직 어떤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지 정해지지 않아 노조나 임직원을 직접 설득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단계"라며 "각 기관 동향과 정부 정책 방향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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