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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도호 전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관람을 위해 예매하려니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됐고, 전시장 안은 관람객들에 밀려다닐 정도로 붐볐다. 외국인 관람객도 꽤 많았다. 론 뮤익, 데미언 허스트 같은 세계적 거장들의 블록버스터 전시에 이어 한국 작가 개인전으로 이토록 폭발적인 흥행을 끌어낸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서도호 작가의 역량 덕분이기도 하지만,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전시의 열기는 자연스럽게 시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의 오랜 딜레마를 떠올리게 했다. 2011년 개관 이래 대구미술관은 두 개의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하나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우수하고 참신한 전시를 선보여야 한다는 당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미술 생태계를 지탱하기 위해 대구·경북 작가들을 조명해야 한다는 책무다. 시민들은 대구미술관이 2013년 기획한 쿠사마 야요이 같은 세계 거장의 대형 전시를 원하지만, 지역 미술계는 작가 지원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역 작가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구한다. 미술관은 늘 이 두 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현재 대구미술관은 지역의 중견·원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다티스트'전이나 '대구 근대 회화의 흐름' 같은 지역 특화 기획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서도호 전시를 보며 대구미술관의 오랜 딜레마를 해결해줄 답을 찾아본다. 만약 대구 출신의 세계적 거장이 고향 무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서도호의 아버지인 고(故) 서세옥 화백은 대구 출신이다. 비록 서도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구라는 뿌리를 가진 작가이다. 그의 전시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면 분명 국립현대미술관처럼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결국, 서도호 작가와 같은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를 키워내 대구미술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면 흥행과 지역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해외의 성공한 공공 미술관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으로 극복한다. 전 세계 현대미술의 메카인 동시에, 자국 및 지역 작가 지원 시스템의 교과서로 불리는 영국 테이트모던, 원주민 및 지역 작가를 밀착 지원하는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관 등을 모범 삼을 만하다. 이들 미술관은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블록버스터 전략과 함께 지역 출신 우수 작가들을 적극 발굴해 지역 미술계의 든든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이 나아갈 길도 여기에 있다. '지역 작가 전시냐, 유명 작가 전시냐'라는 소모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감각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지역 출신이거나 지역과 연계된 유명 작가들의 대형 전시를 적극 유치·기획하는 한편, 다티스트 같은 지역 지원 사업을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관 내부의 치열한 기획력 제고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의 과감한 예산 지원, 그리고 K-컬처의 지평을 넓히는 예술가들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원이 필수적이다. 대구미술관이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와 호흡하며,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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