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공동기획: 동양의 스위스 대구·경북 정원도시 프로젝트]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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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6 17:45  |  발행일 2026-07-06
제6회 소멸의 땅 봉화·영양·청송을 ‘백두대간 생태 정원’으로
봉화군 춘양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청>

봉화군 춘양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청>

<봉화·영양·청송 백두대간 생태정원 핵심 내용>

<봉화·영양·청송 백두대간 생태정원 핵심 내용>

경북 봉화·영양·청송지역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론 이곳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귀한 자원인 '생태와 환경, 자연의 보고'이다. 인구 밀도가 낮고 생태·자연 등급이 높아 도시인이 갈망하는 '치유의 미학'을 실현할 최적의 땅이 될 수 있어서다. 개발 지체로 인한 소멸의 위기를 '청정 생태 자원'이란 대체 불가능한 무기로 치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영남일보와 <사>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진흥원)은 이들 지역을 '국가 백두대간 생태 정원'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빈 가옥을 철거하는 대신, 꽃과 나무를 품은 '정원형 치유 스테이'로 리모델링해 '워케이션(Work-cation)' 거점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가 일상화된 선진국에서는 조용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은 도시 인재들을 유인할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 스위스 엥가딘과 발리의 우붓


이 구상의 모델은 스위스 '엥가딘(Engadin)'과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이다. 엥가딘은 계곡 마을이다. 해발 1천800m 고산 오지임에도, 엥가딘은 전통 가옥의 외벽 장식인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고부가가치 워케이션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엥가딘은 지형 자체가 관광 자원이 됐을 뿐 아니라, 스그라피토 가옥 하나하나가 브랜드가 돼 재택근무 인재를 끌어들이는 구조로 진화했다. 산간 마을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오히려 '느림'과 '고요'를 상품화하는 역설을 만들어낸 셈이다. 개발을 최소화하고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한 결과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의 경우 밀림, 요가, 명상, 사원, 예술 마을처럼 자연과 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머물기 좋은 지역이다. 정글과 계단식 논을 배경으로 '아웃포스트(Outpost)'를 비롯한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들어섰고, 초고속 인터넷과 숙소를 결합한 '코리빙(Co-living)' 모델로 글로벌 장기 체류자들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격 근무자 전용 비자(E33G) 등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맞춤형 체류 제도를 잇따라 신설하며 제도적 뒷받침을 더했다. 천혜의 자연 자산에 저비용 체류 여건, 그리고 정부의 단계적 규제 완화가 더해진 결과가 오늘날 발리의 위상을 만든 셈이다.


◆ 현장에서 듣는 변화의 목소리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지역 현장에서도 진행 중이다. 봉화군 문화관광과 이주희 관광마케팅팀장은 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마을에서 협업이 일어나는 단계로 마을 안으로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해 마당에 심은 꽃 한 송이가 정원이라는 인식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방문객이 머물게 하는 정원 스테이가 활성화된다면, 봉화만의 숲 치유 경제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목원에서 인근 마을에 꽃씨를 나눠주면서 산림치유센터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산림경영인협회 김두용 경북지회장은 "경북의 임업인도 꽃을 가꾸는 경관임업으로 전환해 단순한 농지가 아닌, 사계절 꽃과 열매가 어우러진 '지오 가든(Geo-Garden)'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 농림업이 관광을 만나면 그것이 곧 정원이 된다. 주민들이 직접 정원사가 돼 방문객을 맞이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지역 활성화의 진정한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유상오 진흥원장은 "자연을 파괴해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낡은 관념을 깨고, 보전과 치유, 푸드테크가 가장 강력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임을 증명할 때"라며 "이제 비어가는 산촌을 위기 지역이 아닌 우리 모두의 품으로 돌아올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보고, 소멸 위기 지역인 봉화·영양·청송을 가장 풍요로운 치유의 중심 관광지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 경북도, 봉화·영양·청송을 국가 생태 정원으로


진흥원은 이 같은 지역 현장의 움직임을 하나로 묶을 것을 제안했다. 유 원장은 "이 권역을 '국가 백두대간 생태 정원'으로 지정해 통일된 관리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푸드테크와 연계해 더덕, 산초, 잔대 등 지역 특화 작물을 정원 안에서 소비하고 상품화하는 '치유 경제'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순천만 국가정원이 바다 연안 생태계를 활용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도시에 엄청난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었듯, 봉화·영양·청송을 고산·내륙형 '산림 국가정원'으로 공인받게 하자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정원이 각각 연안과 강이라는 수변 자원을 극대화했다면, 봉화·영양·청송은 백두대간의 울창한 원시림과 천혜의 계곡을 품고 있어 '산림 복지'와 '정원 경제'를 결합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원장은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산림 가치를 극대화하고, 치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이 실험은 지방 소멸을 마주한 대한민국 모든 산간 지역에 던지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푸드테크와 결합해야


진흥원은 이를 위해 '봉화·영양·청송 백두대간 정원위원회' 결성도 제안했다. 3개 군을 잇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백두대간이라는 거대한 권역적 브랜드 아래 동일한 정원 관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지자체별 정책적 단절을 끝내고, 권역 통합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정원형 스테이 통합 플랫폼' 구축도 내놨다. 이를 통해 빈집 정비 지원과 워케이션 운영 시스템을 패키지로 묶어, 도시 청년들이 쉽게 내려와 일할 인프라를 마련하고, 단순한 숙박 제공을 넘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정원 가꾸기 체험 등이 포함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맞춤형 푸드테크 기반의 '숲 먹거리 표준화'도 필요하다. 정원과 숲에서 나는 임산물을 활용해 지역마다 통일된 '백두대간 숲 밥상 레시피'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광 상품을 넘어 지역 특화 푸드테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기원 서울대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먹거리가 정원의 풍경과 어우러질 때, 방문객은 비로소 그 지역에 완전히 동화된다"며 "푸드테크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 동력이고, 임산물도 데이터에 기반해 표준화와 인증을 거쳐야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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