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對 신작]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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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04   |  발행일 2013-01-04 제40면   |  수정 2013-01-04
[신작 對 신작]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암투병 주부 행복한 반전…지중해 배경 기적같은 로맨스

누구나 결혼을 하고 영원히 행복할거라 믿는다. 암투병 중이라는 점을 빼면 나름 무난한 인생을 살아왔던 평범한 주부 이다(트린 디어홈)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그녀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절망적인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다. 집에서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그것도 딸뻘인 부하 여직원과 말이다. 까칠한 성격의 필립(피어스 브로스넌) 또한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의 유통기한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독신주의를 고집하며 일에 파묻혀 살아가는 중이다.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는 그런 두 사람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로맨스이자 치유의 과정을 담는다. 불륜현장을 들키고도 반성의 기색 하나없는 남편의 뻔뻔한 태도에 비참함을 느낀 이다는 현실을 도피하듯 딸의 결혼식이 열리는 이탈리아로 떠난다. 필립 역시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아들의 결혼식이 열리는 자신의 이탈리아 농장으로 향한다. 사실 두 사람은 예비 사돈 관계다. 영화는 공항 주차장에서의 평범하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에게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필립을 흠모하고 있던 처제 베네딕트와 딸의 결혼식에 불륜 상대까지 대동한 남편의 에피소드까지 엮이면서 이야기는 재미와 풍성함을 더한다.

이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폭력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삶을 일상의 화법으로 예리하게 담아냈던 영화 ‘인 어 베러 월드’의 수잔 비에르 감독의 작품이다. 그녀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인간 군상에 대한 섬세한 고찰을 고스란히 옮겨와 새로운 사랑을 앞에 둔 이다의 내면에 투영한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불행함과 외로움에 빠진 이다를 예전처럼 삶을 즐기며 사는 행복한 여성으로 되돌려놓는데 천착한다. 비록 청춘들이 발산하는 발랄하고 상큼한 멜로적 향기는 없지만 딸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정을 찾는 이다와 모처럼 삶의 여유를 즐기게 된 필립이 차츰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느끼는 설렘과 사랑의 감정은 또 다른 이끌림으로 작용한다.

그림같은 지중해와 이탈리아의 대표적 휴양도시인 나폴리와 소렌토의 풍광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수잔 비에르 감독 역시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영화 속 캐릭터들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로 데려다 놓고 싶었다”고 밝혔다. 덕분에 ‘천사의 성’이라 불리는 산탄젤로의 성곽과 극 중 결혼식 파티가 열리는 소렌토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등은 중세시대의 아름다움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수려하게 펼쳐진 풍광만 보아도 상처받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사랑의 감정이 다시 싹 틀 것 같다. 수잔 비에르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건 제목에서 공표하듯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이다. 나폴리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키스를 연이어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자신의 의도를 의도적으로 내비친 감독은 ‘사랑은 아무리 많이 주고 아무리 많이 받아도 부족하다’는 소설가 헨리 밀러의 말까지 극 중에서 인용한다. 인생 제2막을 앞둔 이다와 필립은 물론, 관객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상처와 아픔까지 이해하고 보듬어줄 진정한 사랑임을 설파한다.

수잔 비에르 감독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여백의 미는 줄어들고 이를 가볍고 유쾌한 대사와 상황들로 채웠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위기에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갈등하고 방황하는 인물들을 담아가는 과정에선 그녀만의 유쾌한 통찰이 느껴진다.

‘맘마미아’에 이어 로맨티스트로 찾아온 피어스 브로스넌은 기존의 이미지에 더해 사랑에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한 매력까지 발산하는 필립 역으로 꿈같은 로맨스를 꿈꾸는 여성 관객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돋보인 건 주부 이다를 연기한 트린 디어홈이다. 어두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트린 디어홈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연약한 듯 보이지만 강하고 사랑스러운 이다를 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그녀는 이미 ‘인 어 베러 월드’를 통해 2011 Bodil Awards와 Robert Festival에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러닝타임 내내 행복한 웃음을 짓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신작 對 신작]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월가의 탐욕 발가벗긴 ‘금융스릴러’…연기파 대거 출연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은 세계경제를 공황 상태로 빠뜨렸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미리 감지한 월스트리트의 증권맨 8인을 중심으로 전쟁터와 다름 없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까지 일촉즉발의 24시간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다.

영화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의 아침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리스크관리팀장 에릭(스탠리 투치)은 “조심하게”라는 말과 함께, 미처 끝내지 못한 작업을 USB에 담아 신입사원 피터(재커리 퀸토)에게 전한다. 그날 저녁 피터는 팀장에게서 받은 USB를 분석하다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심각성을 발견한 다. 이를 보고받고 검토하던 총 책임자 샘 로저스(케빈 스페이시) 역시 충격을 금치 못한다. 이른 새벽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고, 그룹 회장 존 털트(제레미 아이언스)는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잠시 후면 휴지 조각이 될 자사의 금융 상품을 헐값에라도 매각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 불을 보듯 뻔한 자국내 금융시장 붕괴는 물론, 나비효과처럼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지만 그것만이 자신들의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진 콜’은 급박했던 그 하루를 숨가쁘게 좇아간다. 먼저 ‘마진 콜’이라는 용어는 펀드투자자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하여 계약 당시 설정한 증거금 수준을 회복하기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라고 알리는 최후통첩을 말한다. 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함축한다. 이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머리를 맞댄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와 탐욕, 허영심과 통찰력의 결여, 그리고 돈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마진 콜’은 조직적이고 냉정한 금융 스릴러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부터 흥미롭다. 월 스트리트의 모순된 시스템을 비판하거나 금융 상품의 오류를 일일이 지적하는 대신, 제한된 공간과 인물을 통해 그들의 복잡한 심리를 집요하게 들춰내고 파고든다. 그 자체로도 재치있고 꽉 짜여진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의 내러티브는 현실적이며 섬세하다. 유머와 서스펜스는 물론, 디테일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마진 콜’을 연출한 J.C. 챈더 감독은 40년간 메릴린치에서 종사한 아버지 덕에 금융계 지식과 관련 인물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갔다. 덕분에 금융위기 하루 전의 긴박했던 상황 속 서로 다른 입장과 위치에 선 인물들의 다양한 내면이 예리하게 표출되는 모습은 상당한 밀도감이 전해진다. 금융계 신입부터 회장까지 최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의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과정은 특히나 그렇다.

별다른 장치없이도 러닝타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덕이다. ‘마진 콜’을 위해 케빈 스페이시, 제레미 아이언스, 재커리 퀸토, 데미 무어, 사이먼 베이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뭉쳤다. 이들의 선굵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룹 회장 존 털트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는 8조달러(약 9천600조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종이조각이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단 한번의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리는 냉철한 CEO의 모습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표출해냈다. 또 케빈 스페이시는 현장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샘 로저스로 분해 양심을 저버리는 회사의 판단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고 갈등하는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돈에 대한 탐욕과 인생의 특권, 그리고 월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묘사를 이처럼 명쾌하게 그려낸 영화가 또 있었던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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