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카스, 각오해! ‘하우스 맥주’ 나가신다

  • 이춘호
  • |
  • 입력 2014-08-15   |  발행일 2014-08-15 제33면   |  수정 2014-08-15
한여름밤의 新맥주 이야기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 소규모 유통판매 가능해져
오비·하이트진로 ‘양강 독과점시대’ 브레이크
인삼맥주 등 지역별 특산맥주도 활성화 기대감
20140815

■ 하우스맥주와 크래프트맥주

하우스맥주는 2002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탄생한 용어이다. ‘~브로이’처럼 소규모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주조해 팔 수 있는 수제맥주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크래프트(Craft)맥주가 있다. 크래프트맥주는 1970~80년대 미국에서 소규모 양조장의 활동이 활발할 당시 미국양조협회(American Brewers Association, ·ABA)에서 만들어낸 용어이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하는 맥주’를 의미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현재 하우스맥주는 자체 양조설비를 갖추고 자기만의 레시피로 양조해 판매하는 맥주를 뜻하고, 크래프트맥주는 직접 주조하지 않고 양조장에 레시피를 의뢰하여 위탁 생산하여 만들어지는 맥주를 말한다.

1953년 메소포타미아에서 흥미로운 비석 하나가 발견된다.

비면에는 ‘기원전 42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수메르인들에 의해 맥주가 만들어졌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맥주가 인류문명과 함께 탄생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술이란 걸 입증했다.

발효부터 숙성까지 1달 만에 출시되는 맥주. 보리와 홉(Hop)의 결정체인 맥주는 꼭 청주와 동동주 사이에 걸쳐 있는 음료수 같다. 한때는 룸살롱과 요정에서 폭탄주의 밑술로 동원되기도 했다.

인구 5천만이 넘는 한 나라에 맥주 맛은 달랑 두 가지.

한국인들은 세상에 맥주는 오직 오비와 하이트진로, 그 둘밖에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맥주독재시대’랄까. 맥주 마니아는 오비 공장이 있는 충북 청원, 경기도 이천, 전남 광주, 하이트진로 공장이 있는 전북 전주, 강원도 홍천, 경남 마산을 오비와 하이트의 ‘아방궁’이라고 빈정거렸다. 공룡이 된 두 브랜드는 별다른 경쟁자 없이 땅짚고 헤엄치면서 호시절을 구가했다. 미국만 해도 우리나라 민속주처럼 자기 가문의 비법이 전승되는 수제맥주 양조장이 2천400여개 있다.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맥주의 차이점은 딱 하나‘전속 모델뿐’이라고 빈정거렸다. ‘대한민국 맥주문화의 암흑기’란 핀잔도 들려왔다.

2000년 뉴밀레니엄이 개막됐다.

세계맥주 신드롬이 몰아친다. 국내 양대 맥주에 도전장을 낸 것. 국내 1호 ‘비어 스타일리스트(맥주 전문가)’로 불리는 이효복씨가 ‘와글와글 바글바글’ ‘한번 와바’란 뜻을 함축한 신개념 맥주 전문바인 ‘와바(WABAR)’를 론칭해 수입 맥주를 마치 ‘버라이어티쇼’처럼 쏘아댔다. 와바는 기존 호프집에 양주바를 접목한 스타일로 200여종의 세계 각국 맥주를 선보였다. 한국인도 비로소 세상에 그렇게 많은 맥주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한다.

◆ 중소기업형 하우스 맥주 시대가 열린다

2003년 새로운 도전자가 생긴다.

현재 강원도 횡성군에 본사가 있는 <주>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다. 독일 맥주 양조 기술자를 영입해 중소기업형 수제맥주를 만들어 2003년 서울역 민자역사에 ‘트레인스’라는 하우스맥주 전문점에서 팔았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으로 처음으로 맥주제조유통 면허를 취득했다.

그동안 고강도 규제의 주세법 때문에 중소기업은 맥주제조업에 뛰어들기 불가능했다. 그런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주세법이 개정된다. 대구시 수성구 아리아나호텔 지하 아리아나브로이처럼 일정한 공간에서 소량의 수제맥주를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전국에 ‘브로이(Brau·독일말로 양조장)’ 붐이 일어난다. 세븐브로이도 물론 주세법 개정의 힘을 이용했다.

지난 4월1일 새로운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소규모 맥주, 즉 하우스 맥주의 외부유통을 가능하게 한 점이다. 비로소 국내에서도 일본의 삿포로, 한해 1천700여억원을 벌어들이는 독일 옥토버페스트 등과 같은 국제급 맥주축제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양강 독과점 구조의 국내 대기업 맥주시장도 더이상 호시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즉각적으로 오비는 ‘에일스톤’, 하이트는 ‘퀸즈에일’이란 신상품을 출시한다. 그동안 국내 맥주는 맥주 발효중 효모를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하면(下面)발효’ 스타일인 ‘라거(Lager)’ 타입이었다. 수입맥주 대다수는 효모 숙성을 위로 유도하는 ‘상면(上面)발효’인 ‘에일(Ale)’ 타입 맥주였다. 라거 타입은 좀 밍밍했고 에일 타입은 쌉싸름하고 풍미가 묵직했다. 지난 4월22일 롯데주류가 독일식 정통 맥주를 표방한 ‘클라우드(Kloud)’를 출시했다. 대기업 맥주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013년 기준 국내 맥주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4.5%, 하이트진로가 34.8%. 수입맥주는 약 10%.

하우스 맥주에 이어 지자체도 자기만의 맥주를 만들 심산이다.

이런 움직임을 정부도 간파했다. 올해 초 정부는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지역 특산 맥주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전북 고창의 홍삼맥주, 제주의 제스피맥주, 경기 김포의 인삼쌀맥주, 지난달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치맥축제에 참가한 문경의 오미자맥주 등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오비맥주에서 21년간 근무한 문준기 사장은 지난 1월 영주시 동양대학 창업보육센터 8401호에 <주>대경맥주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다음달에 풍기인삼맥주를 비롯해 독일의 필젠 지역 스타일인 필스너(Pilsner)와 밀맥주 타입인 바이젠(Weizen), 흑맥주 타입인 스타우트 등 4종류를 출시해 대구·경북 지역을 타깃으로 유통시킬 방침이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대봉도서관 초입 남쪽 도로변에 있는 흥미로운 버전의 맥줏집을 찾았다.

상호는 ‘퍼센트(PERCENT)’. 여느 생맥줏집과 달랐다. ‘크래프트 비어 퍼브(Craft Beer Pub)’이었다. 현재 대구에 출몰한 여러 맥줏집 중에서 가장 진화된 것 같았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