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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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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트립 투 그리스'(마이클 윈터바텀 감독·2020·영국)…최고의 레스토랑 순례하는 꿈 같은 여행
'트립 투' 시리즈는 모두 네 개다. 2010년에 개봉된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2014), 스페인(2017), 그리스(2020)까지. 국내 개봉은 순서도, 개봉 연도도 좀 다르다. 첫 번째인 '트립 투 잉글랜드'를 보고 특이한 여행 영화라 생각했다.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중간쯤 되는 영화였는데, 무엇보다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에 놀랐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 두 배우는 어디까지가 대본인지 실제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장면들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과 끊임없는 수다, 아름다운 풍경, 이것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단순함이 또한 매력이다. '트립 투 그리스'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작년 6월에 실행했던 버킷리스트 '그리스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리스의 흔적이 얼마나 들어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결론은 내가 갔던 곳과는 매우 다른 곳을 다녔다. '트립 투 그리스'는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간다. 터키 아소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이타카로 끝나는, 오디세우스가 거쳤던 바로 그 길이다. 10년 여정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던 오디세우스처럼 두 남자도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10년여에 걸친 여행을 끝낸다. 이들은 6일간 6개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그리스의 예술과 철학, 음식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쾌하지만 시시껄렁한 농담과 영화계 뒷담화, 유명 배우의 성대모사는 여전하다. 영화마니아라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을 스며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평처럼 이 영화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는 예전의 영화 스태프를 만나 난민 캠프에 들르는 장면이 있다. 현 유럽의 고민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스타기라와 세계의 중심 델포이, 그리스 최고의 해산물 레스토랑 등을 순례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여행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귀국한다. 롭은 그리스에 도착한 부인과 함께 남은 여행을 즐긴다. 우여곡절을 거쳐 각자의 가족과 화해하며 따뜻한 시간을 가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여행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란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마치 오디세우스의 여정처럼 말이다. 꿈과 여행은 같은 의미인 모양이다. 일 년도 지나지 않은 그리스 여행이 꿈을 꾼 듯 아득하다. 사진을 뒤지며 기억을 떠올려 본다. 남는 건 역시 음식과 풍경, 함께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여행의 필수 요소인 세 가지를 훌륭하게 담아낸 셈이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의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이에게 기꺼이 추천할 만한 시리즈다. 단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와 성대모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말이다. 소재만 던져 주었을 뿐 구체적인 대본은 없던 만큼 두 배우의 즉흥 연기에 많이 기댄 영화다.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트립 투 그리스 스틸컷.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개강 봄바람 실종 그늘진 대학 상권(2) 지갑 얇은 학생들, 부담 없는 학생식당 찾는다
고물가 지속에 코로나19 이후 대학 문화도 변화하면서 대학가 상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일상 복귀로 매출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장 손님이 붐비는 개강철에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어 '개강 특수'는 옛말이 된 상황이다.학생들 발길 뜸해지자 폐업 가게 늘어작년 4분기 계명대 상가 공실률 1년새 2배'1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 운영 인기간편하고 저렴한 편의점서 끼니 해결도◆손님 가장 많다는 개강철에도 '한산'지난 14일 낮 12시30분에 찾은 영남대 경산캠퍼스 정문 대학가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파가 가장 많은 한두 골목을 제외하면 10분 동안 10명도 지나가지 않았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한 식당에 들어가니 20개 테이블 중 4개를 제외하곤 만석이었지만 낮 1시30분이 지난 이후에는 절반 정도가 비었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개강철이지만 낮 12시부터 2시까지만 (손님이) 많고 이후에는 별로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3월이면 저녁에도 붐볐는데 요즘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한산하다"면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음식 가격도 원래 1천원을 올리려 했지만 대학가다 보니 500원만 올렸다. 그래도 손님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인근 식당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인 황태윤(50)씨는 영남대 원룸촌 작은 골목에서 9년간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정문쪽으로 가게를 옮겼다.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황씨는 "작은 골목이나 정문이나 장사가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주변 식당들도 대부분 코로나 이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들었다"고 했다.매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학 상권을 떠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3.4였던 계명대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8.6으로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저렴해도 지출 늘어 절약…학생식당은 인기대학가 식당은 주 소비층이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다 보니 타 번화가 상권보다 저렴한 편이다.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길까 봐 식당들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외식비 중 자장면 평균 물가는 지난달 기준 대구 6천250원, 경북은 6천원이다. 지난 18일 기준 경북대 인근 중식당의 자장면은 4천500원, 영남대 인근 중식당은 4천원으로 평균 물가보다 각각 1.38배, 1.5배 저렴했다. 또 2019년 2월 자장면 평균 물가는 대구 4천833원, 경북 4천846원으로 5년 새 1천417원, 1천154원 올랐다. 반면 해당 식당들의 2019년 자장면 가격은 두 곳 다 3천500원으로 5년 동안 500~1천원 오르는 데 그쳤다.학생들은 대학가 물가가 저렴한 것은 체감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지출이 크게 늘어 평소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한다. 경북대 김정은(24)씨는 "학교 인근 식당들은 저렴하지만 다른 동네는 물가가 크게 오른 것 같아 부담이 있다. 동성로에서 약속을 잡고 하루만 놀아도 5만원 이상은 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 가는 날만이라도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99.5였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1.6까지 상승했다.이런 분위기로 그나마 저렴한 학생식당에는 인파가 몰린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쯤 찾은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 학생식당에는 수업이 끝나기도 전부터 학생들이 삼삼오오 들어오고 있었다.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학생들이 몰려 출입문 앞까지 줄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6천원 이하였다. 학생식당 옆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이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영남대 김예진(21)씨는 "캠퍼스 밖으로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학생식당이나 편의점에선 대부분 인근 식당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자주 찾는다"고 했다.'천원의 아침밥'도 인기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대학생 1인당 1천원을, 학교가 나머지 부담금을 지원해 학생이 1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돈 1천원으로 질 높은 식사를 할 수 있어 많게는 하루 500명 이상이 찾는 곳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2022년 49만명분에서 올해 450만명분 규모로 지원 대상과 예산이 확대됐다. 올해 대구지역에서는 △경북대 △계명대 △대구교대 △계명문화대 △대구공업대 △대구과학대 등 6개 대학, 경북지역에서는 △경북도립대 △경일대 △구미대 △금오공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대구한의대 △동국대(WISE) △선린대 △안동대 △영남대 △포항공과대 △포항대 △한동대 등 14개 대학이 운영한다. 지난해보다 대구는 2곳, 경북은 1곳이 더 늘었다.비대면 익숙해진 학생들 단체행사 꺼려 술집 매출도 코로나 이전보다 20~30% '뚝'"대학가 활기 찾으려면 MZ 취향 공략 '팝업 스토어' 등 트렌디한 요소 필요"◆단체모임·음주도 안 즐긴다…술집도 조용코로나19 이후 대학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술집 등 저녁 시간대 영업하는 가게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경북대 북문 앞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지만 대학가 술집 골목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지나가는 학생들마저도 원룸촌으로 향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경북대 북문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상인 5명을 찾은 결과 5명 모두가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이는 코로나 기간 비대면 활동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이 대면 모임·단체 행사 등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기존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문화도 사그라들면서 주류 소비 감소로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대 북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우모(50)씨는 "물가 상승으로 소주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4천500원으로 다른 술집보단 저렴하다. 그런데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 "주류 가격보다는 대학 문화가 바뀐 게 원인인 듯하다. 술도 많이 안 마시고 서로 어울리는 문화가 많이 줄은 것 같다. 단체 손님 예약도 3월이 지나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영남대에서 학생회 간부 활동을 하는 김모(24)씨도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개인주의 문화가 심화된 걸 느끼고 있다. 개강 총회나 학과 모임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이 줄었다. 참여하더라도 대부분 밤 11시 전에 해산한다"며 "학과 모임보다는 저학년도 자기 계발, 취업 스펙 쌓기 등 개인 활동에 열중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대학가가 예전처럼 활기를 띠려면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혁 인천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코로나 이후 대학생들에게 비대면 활동이 익숙해지고 대면 모임이 상당히 줄어 상권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뻔한 상권에서 MZ세대가 놀고 싶은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팝업 스토어(신상품 등 특정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 등처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놀이 요소를 넣는 등의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경일대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는 모습. 지난 14일 낮 12시 영남대 학생식당. 음식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학생들.영남대 학생식당 옆 편의점.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는 학생들도 많았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개강 봄바람 실종 그늘진 대학 상권(1) '개강 특수' 끊긴 대학가 상권
개인적으로 '봄학기'란 단어를 좋아합니다. 3월의 새 학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벚꽃 핀 풍경과 함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고 어울리는 모습이 봄처럼 따뜻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다닐 적에도 9월보다 3월을, 가을학기보단 봄학기를 더 좋아했었던 것 같습니다.그런 봄학기에도 추운 계절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입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비대면으로만 하게 되면서 캠퍼스엔 한산한 공기만 감돌았습니다. 대학가 상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년 3월이면 사람으로 붐볐던 이곳은 코로나 기간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젊음의 거리'란 명칭은 옛말이 되고 유령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큰 시름을 앓았습니다.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한 식당들은 결국 폐업에까지 이르렀습니다.길었던 혹한기가 끝나고, 캠퍼스에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엔데믹을 맞이하고 대면 활동이 재개되면서 청춘들의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새로운 연인을 사귀는 등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한 봄학기를 즐기고 있습니다.캠퍼스가 활기를 띠며 대학가 상권에도 다시 봄이 올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대학가에는 '개강 특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파가 가장 몰리는 개강철에 매출이 크게 뛰어 맞이하는 특수란 의미입니다. 많은 학생이 학교에 오게 되면서 다시 '개강 특수'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여러 상인들이 그동안의 적자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하지만 '개강 특수'는 기대로만 그쳤습니다. 최근 기자가 찾은 대학가는 사람으로 가득한 캠퍼스와 달리 인근 상권은 여전히 침체돼 있었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대학생들은 캠퍼스 내 저렴한 학생식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식당은 점심시간 전부터 북적북적했지만, 대학가 식당 골목은 한두 곳을 제외하곤 점심시간에도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3월이면 늘 만석이었던 식당 내부도 상당히 비어 있었습니다.술집 등 저녁 시간대 영업하는 가게들은 사정이 다를까 싶어 밤에 다시 찾았습니다.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캠퍼스 앞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모여 있었지만, 술집 골목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지나가는 학생들마저도 원룸촌으로 향하며 집에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대학가 상권은 주 소비층이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다 보니 다른 번화가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외식비 중 자장면 평균 물가는 지난달 기준 대구 6천250원, 경북은 6천원입니다. 지난 18일 기준 경북대 인근 중식당의 자장면은 4천500원, 영남대 인근 중식당은 4천원으로 평균 물가보다 각각 1.38배, 1.5배 저렴했습니다. 그나마 오는 학생들의 발걸음마저 줄어들까 봐 식당들은 가격 인상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합니다.그럼에도 아직 침체돼 있는 이유가 뭘까 궁금증을 가지며 이번 주 위클리포유에서는 '개강 특수' 끊긴 대학가 상권의 최근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3월의 설국 울릉도 여행(2) 설산이 감싼 나리분지, 푸른 파도 부서지는 관음도…발 닿는 곳마다 장관
봄이 다가오지만 아직 설국(雪國)인 곳이 있다.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울릉도다. 울릉도는 약 14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다섯 단계의 화산활동을 거치며 탄생한 섬으로, 포항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210㎞ 떨어져 있다. 지난 7~9일 찾은 울릉도는 3월인데도 시시때때로 눈이 내렸다. ◆도착 전부터 놀 거리 가득 '울릉크루즈'울릉도에 가기 위해선 배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기자는 포항 영일만항에서 울릉크루즈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느린 대신 흔들림이 적어 멀미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출항은 밤 11시30분. 도착까지는 7시간 정도 소요돼 아침 7시쯤 도착하는 일정이다. 크루즈 안엔 식당, 카페, 편의점, 오락실, 노래방 등 없는 게 없어 심심하지 않았다. 밤 11시쯤 식당에선 선상공연이 한창이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보니 그제야 울릉도에 가는 것이 실감됐다. 크루즈 안을 둘러보다 취침을 위해 객실로 올라갔다. 기자가 이용한 객실은 작은 창문이 딸린 4인실이었다. 침대, 소파, TV, 화장실 등을 갖춘 방으로 작은 숙소 같았다. 몇 시간 뒤 차가운 공기에 눈을 떴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참이었다. 일출을 보러 갑판으로 나가니 섬의 모습도 보였다. 뾰족한 산꼭대기와 해안 절벽이 화산섬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했다.크루즈서 내려 아침을 먹기 위해 나섰다. 저동항 인근에 아침 식사가 가능한 식당이 있다 하여 해안길을 따라갔다. 육지에선 볼 수 없었던 맑지만 짙은 푸른색의 바다가 보였다. 제주도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하며 달리던 중 웅장한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의 이름은 '거북바위'. 새끼 거북을 업고 있는 거북의 모습을 닮아 명명됐다고 한다.식사 후 봉래폭포를 보기 위해 나섰다.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목인 주삿길 안쪽에 있다. 수량이 풍부해 1년 내내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구 앞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됐다는 방송이 나온다. 다음 코스로 생각해둔 관음도로 출발했다. 울릉 3경 중 하나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2012년 다리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관음도에 도착하니 사람이 나밖에 없다. 불길한 마음으로 매표소에 물어보니 관음도도 출입이 통제됐다고 한다. 두 번째 허탕.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외경만 카메라에 담고 떠났다. 이때 느낀 건 겨울의 울릉도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는 것. ◆3월의 크리스마스 '나리분지'그렇게 겨우 찾은 세 번째 코스는 '나리분지'. 울릉도 내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으로 눈꽃 여행의 중심지라고 한다. 나리분지는 해발 약 500m에 위치한 평원으로 섬 내 유일한 평지다. 동서 1.5㎞, 남북 2㎞로 면적이 198만㎡에 이른다. 1만5천~2만년 전에 일어난 울릉도 화산 폭발때 중앙의 분화구가 함몰돼 형성된 칼데라 분지로 성인봉 아래 해발 700~987m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분지에 들어가기 전 전망대에 올라가 마을을 한눈에 담았는데, 절경이었다. 소설 '설국'의 배경을 표현한다면 아마 이런 풍경이 아닐까. 눈 이불을 덮은 듯한 마을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을 사방을 눈으로 덮인 설산이 감싸고 있었는데, 어떤 설경을 내놓아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2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철에 3∼4m 이상의 폭설이 자주 내린다고 하는데, 3월에 이런 눈을 즐길 수 있다니. 한겨울에도 눈을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자란 기자에겐 행운이었다.본격적으로 설국(雪國)을 즐기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마을에 내려가니 총 4구간의 탐방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탐방로 인근엔 산채비빔밥 등 울릉도에서만 나는 산나물로 구성된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었는데,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라 식당도 많은 듯했다. 성인봉 등산로 트레킹 코스도 있었는데, 시간 관계로 2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1구간엔 어린이 놀이시설과 휴게쉼터가 있어 눈사람을 만드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2구간엔 다목적 잔디광장과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걷기 좋았다.◆'대풍감 전망대' 탁 트인 바다 한눈에다음 날 울릉도 시내 부근에 위치한 '독도전망대'에 방문했다. 이날도 역시 눈이 내렸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선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하는데, 15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2분 정도 타고 올라가니 시가지 전망대와 해안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었다. 해안 전망대는 출입이 막혀 있었다. 시가지 전망대에 도착했을 땐 독도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전망대로부터 87.4㎞였다. 날씨가 좋은 날엔 독도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도 눈이 내리고 조금 흐린 탓에 인근에 위치한 도동항과 마을 전경만 볼 수 있었다.전망대 인근에도 볼거리가 가득했다. 전망대 매표소 옆에 자리한 '독도박물관'에서는 독도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진행 중이었다. 관람료는 무료. 독도박물관·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전 '울릉도·독도 동해를 품다', 독도박물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 공동기획전 '울릉도' 등을 선보였다. 저녁이 다가올때 쯤에는 일몰을 보기 위해 '대한민국 10대 비경' 중 한 곳으로 떠났다. 독도전망대만큼 유명한 전망대인 '대풍감 전망대'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던 절벽'이란 의미로, 과거 돛단배가 항해를 위해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대풍감 전망대까지는 약 6분 정도 소요되는 태하항목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해 올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자는 매표 시간을 놓쳐 1시간40분 걸리는 트레킹 코스로 올라갔다. 태하해안산책로를 지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등산 초보'인 기자에겐 다소 무섭고 위험하게 느껴졌는데, 이동 중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전망대에 도착하니 오후 6시였다. 이날 울릉도의 일몰 시간은 6시15분이었으니 딱 시기적절하게 잘 도착한 것. 해지는 붉은 하늘을 보며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어딜 봐도 경이로웠다. 파도에 맞서는 듯 늠름하게 서 있는 해안 절벽과 탁 트인 바다…. 울릉도의 마지막 여행 코스를 이곳으로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장관이었다. 옛적 바람을 기다리던 이들은 어떻게 두 눈으로만 이 풍경을 담을 수 있었을까 하며 카메라 셔터를 몇 번이고 눌렀다. 이 섬에 올 때 크루즈에서 본 일출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넋을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해안도로에서 바라본 관음도 외경.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2012년 다리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독도 방향 바다.독도전망대 입구. 이곳 오른쪽은 해안 전망대, 왼쪽은 시가지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나리분지 탐방로 입구.
[위클리 키워드] Z세대 74% "직장 동료 간 연봉공개 하지 않겠다"
Z세대 10명 중 7명은 동료 간 연봉 공개에 반대했다. 연봉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로는 가족까지로, 절반 이상은 연인 사이에도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AI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2천437명을 대상으로 '직장 동료 간 연봉 공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7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비중은 26%에 그쳤다.반대하는 이유로는 '개인 정보라 부담스러워서'가 61%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불화가 생길 수 있어서'(14%), '타인이 불편할 것 같아서'(13.6%), '경쟁 등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11%) 순으로 나타났다.찬성하는 이유로는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가 6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직, 연봉 협상 시 참고하기 위해서'가 23%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평가가 공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7%), '동기부여로 삼기 위해서'(5%) 순이었다.자신의 연봉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가족'(75%)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은 48%로 절반에 약간 못 미쳤고, 이외에는 △친구(30%) △친척(7%) △직장동료(4%) △직장 상사·후배(2%) 순으로 나타났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3월의 설국 울릉도 여행(1)긴 바다끝、雪國이 있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일본 문학사상 중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이 아닐까 싶다. 책의 한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열차 속에서 보이는 눈 덮인 마을이 그려졌다. 다 읽고 나서도 이 서두 문구로 모든 배경이 설명 가능했다.이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정소설 '설국'이다. 1968년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으로 선정됐다.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와 인물들의 감정 묘사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특히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교하게 담겼는데, 작가는 작품의 모티프를 주로 풍경에서 얻어 12년에 걸친 기간 다듬었다고 한다.설국의 배경은 일본 니가타현이다. 니가타현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터널을 통해 도쿄에서 니가타현을 세 번 방문한다. 첫 문장의 '국경의 긴 터널'에서 '국경'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나라 간의 경계를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역 간의 경계란 의미로도 쓴다. 여기서도 지방의 경계를 말한다. 따라서 터널은 이쪽 세계(도쿄)와 저쪽 세계(설국·니가타현)의 경계를 가르는 역할을 하며 일상과 비현실의 세계, 도시화와 전통의 세계를 구분한다. 시마무라가 터널을 빠져나와 설국에 들어설 때 차창에 비친 소녀의 모습과 겨울 풍경은 이 소설이 그려내는 미(美)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이처럼 니가타현은 설국으로 표현돼 눈 덮인 신비로운 마을로 묘사된다. 눈으로 둘러싸인 눈앞의 정경, 코가 빨개진 시골 사람들, 순백색의 순수함…. 이 모든 묘사를 관통한 표현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이 책에 대해 많은 사람이 눈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라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런 강렬한 힘으로 설국의 첫 문장은 현재도 끊임없이 패러디되고 있다. 오늘처럼.이번 위클리포유에서도 서두에 설국의 첫 문장을 인용했다. 3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직 설국인 신비로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녀온 울릉도다. 포항에서 긴 바다를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약 7시간 동안 크루즈를 탄 뒤 섬에 도착하니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졌다.차를 타고 해안길을 따라 달리니 아직 추운 날씨로 높은 파도도 볼 수 있었다. 억센 파도로 물방울이 차창에 튀기도 했다. 짙은 푸른색의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강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가만히 놔주지 않았다. 그렇게 'B급'으로 시작된 사진들을 간직하며 설국 여행을 시작했다.식당에 들어가면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서 오이소"라는 구수한 경북 사투리가 손님을 반겨준다. 인기 있는 맛집들의 메뉴는 이곳의 특산물인 오징어와 부지깽이·명이나물 등의 산나물. 몸에 좋은 건 꼭 챙겨 먹는다는 한국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들이다.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답게 여행하는 내내 눈이 내렸다. 눈으로 인한 기상 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곳들이 많았다. 최대 다설지인 나리분지는 3월에도 일본 삿포로 못지않게 많은 눈이 쌓여 있었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마을 전체가 설경이었다. 아름다운 장관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믿기지 않는 풍경에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봄이 오던 육지와 달리 눈의 고장이었던 울릉도. 비현실적인 눈의 고장 설국. 이번 주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는 '3월의 설국(雪國)' 울릉도 여행기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나리분지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나리분지 전경. 마을 전체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미디어의 사투리 왜곡,오해와 진실(2)'미디어 속 사투리 붐' 희화화된 방언에 부정적 인식 재점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사투리 특강 인기드라마 속 애매한 억양 꼬집어 공감 얻어사투리 편견이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으로"안녕하시소. 대구경북 사투리 가르치러 온 강민지라예."최근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강민지씨는 미디어 속 사투리를 바로잡겠다며 '경상도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올렸다. 대구경북 출신인 강씨는 영상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배우 이기광은 경상도 인물 배역을 맡았는데,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애매모호한 억양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몰입도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씨는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면서 "미디어가 사투리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다. 모든 말에 리듬을 넣지 말고, 던지듯 가볍게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이 영상은 경상도 네티즌들의 많은 공감을 사며 호응을 얻는 중이다. 지난 4일 기준 영상의 조회 수는 169만회에 달했다. 다른 사투리 강의 영상들도 190만회, 67만회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대구 토박이로서 속이 시원하다" "사투리 일타강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끌자 사투리를 사용하며 겪은 편견 등을 밝히는 이들도 나오면서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재점화되는 상황이다.◆미디어에서 재현된 경상도 사투리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독특한 언어다. 그렇기에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에서 25년을 생활한 김모(25)씨는 "대구 말투만 해도 '무뚝뚝함'을 기본으로 하며 간결하고 가볍게 던지는 말이 많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재현하거나 과하게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경상도 사투리를 다루는 방식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다"고 밝혔다.이정복 대구대 교수(문화예술학부)도 "방언은 재밌거나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는 해당 지역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말"이라며 "방언은 어느 지역에나 존재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이는 일상 언어인 만큼 어떤 방언의 한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은 방언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이 촌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영화 '해운대'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선 첨단 공간과 개발 이전의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교차돼 나오는데, 이는 오늘날 부산 해운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인물은 자신이 쓰는 언어에 따라 공간이 구획된다. 서울말을 하는 사람들은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첨단 공간에 거주하며,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공간에 산다. 류지석·김충국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논문 '영화 속의 부산 방언 배치 양상과 장소성'에 따르면, 이는 언어에 따른 차이를 신분적으로 위계화해 놓은 것으로 영화에 부산사람들이 나오지만 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언어에도 권력이 개입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서울말도 원래 중부지역의 방언인데 대중에게는 표준어로 여겨진다. 이는 언어 사용에서도 서울 중심적 사고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쓰는 말은 중앙 언어로, 다른 지역의 방언은 하위 언어, 소위 말해 수준이 낮은 언어로 인식해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방언은 해당 지역색 반영된 자연스러운 말언어 사용에서도 수도권 중심적 사고 내재사투리 소멸 막기 위해 '지역학 교육' 확대를"◆왜곡된 인식 퍼져…고칠 언어 된 사투리이로 인해 사투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생산·확대되는 상황이다. 사투리를 촌스럽다고 여기는 분위기로 사투리 화자들은 말투 지적을 받기도 한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김모(여·22)씨는 "서울에 놀러 갔을 때 지하철에서 친구와 대화하는데 주변에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걸 본 친구가 사투리를 쓰니까 쳐다보는 거라며 작게 말하라며 창피하다고 했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경상도 말투를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뜬금없이 사투리를 시키는 일들도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았던 '블루베리 스무디'는 타 지역과 경상도 억양이 확연히 차이 나는 단어다. 그런데 '블루베리 스무디'를 따라 해 보라는 등의 말들을 듣는 것. 대구에서 상경한 신영주(28)씨는 "서울 친구들이 카페 메뉴판에 적힌 블루베리 스무디를 읽어보라 한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자기들끼리 웃었다. 왜 웃냐고 물어보니 실제 경상도 억양이 궁금했다 하더라"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무례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표현에 대한 오해도 있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는 '오빠야' '언니야' '이모야' 등 윗사람에게 '야'를 붙여 친근하게 부르는 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빠야'는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근한 남성에게 가볍게 쓰는 말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이를 '여성의 애교·애정 표현'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울산에서 상경한 이모(여·27) 씨는 "서울 생활 중 친오빠랑 통화하며 '오빠야'란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은 서울 친구들이 '오빠야'란 말이 생각보다 건조하다며 놀라더라. 그래서 일상적으로 쓰는 단순한 호칭 정도라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하말넘많의 강씨도 자신의 영상에서 "말이 오빠야지 보통 오빠야라 하지 않는다. 오빠! 오빠! 오빠야! 이렇게 그냥 말을 던진다"며 익살스럽게 쓰는 표현이 아님을 설명한다.이 같은 분위기로 지역 청년들 중에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말투를 '서울말'에 맞게 억지로 고치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58.9%)이 사투리 교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80%가 '표준어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그 뒤로는 '면접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15.7%)로 나타났다. 2022년 국립국어연구원이 실시한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경상 방언을 사용한다는 의견은 2005년 27.9%에서 2020년 22.5%로 5.4%포인트 줄었으며,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의견은 같은 기간 47.6%에서 56.7%로 9.1%포인트 증가했다.◆지역학 교육·이중 방언 능력 필요미디어의 왜곡된 사투리 재현과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투리 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학'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승희 교수는 "언어·역사·문화 등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들에겐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투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경북 대학에서도 교양 강의를 통해 지역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사투리 보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대구시는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라는 전시행사를 통해 이상화·현진건·상희구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이 사투리로 집필한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서재를 구현했다. 또 지역 청년 예술가의 사투리를 활용한 팝아트 전시·사투리 시 낭송회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상호 소통을 위해 '이중 방언'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복 교수는 "언어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것이기에 특정 지역 방언을 고집하기보다 출신 지역의 말과 거주지의 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며 "이는 서울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미디어의 사투리 왜곡, 오해와 진실 (1) 경상도식 애교 아닙니다 단순한 호칭입니다
한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즐겨 봤다. 특히 첫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을 재미있게 봤다. 응칠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를 주제로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대 부산의 분위기와 지역민들의 특성을 잘 담고 있다는 점이 재미 요소였다. 평생을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자극했다. 몇 번이고 정주행을 했다.응칠의 훌륭한 연출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뇌리에 박히는 것은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다. 그동안 많은 배우의 어설픈 사투리 연기에 신물이 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응칠에서는 지역 출신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경남지역 살 적에 듣던 억양 그 자체였다. 알아보니 응칠의 첫 캐스팅 조건은 경상도 사투리 구사 능력이었다고 한다. 남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서인국은 "감독님이 드라마를 기획했을 때 주인공들이 사투리를 본토 발음으로 하는 사람을 바랐다"고 했다. 서인국도 극 중 명장면·명대사로 꼽히는 "만나지 마까?"라는 대사를 오디션에서 잘 소화해내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배우들이 구수한 사투리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에는 피나는 노력과 재능도 뒷받침됐겠지만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서인국은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여주인공 역을 맡은 정은지도 부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지 않을까. 그들에게 극 중 언어는 이방인의 언어가 아니다. 말하고 듣고 자란 이미 익숙한 언어다. 이런 덕에 응칠은 부산이란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데 충분했다. 부산에 연고를 둔 사람들에게는 친근함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연고를 두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산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를 높였다. 그렇게 응칠은 '응답하라 신드롬'을 쏘아 올린 첫 신호탄이 됐다.이처럼 잘 쓴 사투리는 극의 현장감을 높이고 흥행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모 배우가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는데, 부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비판을 받았다. 몰입감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배우는 고향이 전라도라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그 지역에 연고가 없기에 언어 등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아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전라도와 연이 없기에 호남 방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이해가 간다. 아무리 배우라도 과하게 비판받는 일은 안타깝다.그렇지만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독특한 언어인데, 미디어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잘못된 사투리 재현은 그 지역 문화에 대한 오해를 부르기 쉽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상도 말투는 '무뚝뚝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자, 아나' '어어어' 등처럼 건조하게 던지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과하게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오빠야'가 대표적이다. 실제 이 말은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근한 남성에게 가볍게 쓰는 말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경상도 여성을 수동적으로 나타내거나 애교 많은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쓰일 때가 있다. 이런 탓에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 중에는 '오빠야'를 단순한 호칭이 아닌 '여성의 애교 표현'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언어의 속성 중 '사회성'이란 것이 있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언어와 사회는 동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미디어가 사투리를 왜곡해 재현하는 현상도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있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사례와 다각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친숙한 클래식 무대 '클래식 온' 6일부터 막 오른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3월에도 지역 예술인과 협업으로 구성한 시리즈 콘텐츠 '클래식 온(Classic ON)' 공연을 이어간다. 이달에는 앙상블 노이슈타트, 소프라노 이화영, 목관 5중주 The K-winds 공연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전석 1만원. (053)250-1400.우선 오는 6일 '앙상블 노이슈타트- Neustadt Time!' 이 챔버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팀의 리더이자 퍼커셔니스트인 이상준이 직접 편·작곡한 곡으로 구성돼 90분간 진행된다. 앙상블 노이슈타트만의 위트 있는 무대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피아노 콰르텟에 플룻과 클라리넷, 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노이슈타트는 클래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입체적인 퍼포먼스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단체다.13일에는 '소프라노 이화영 리사이틀'이 준비돼 있다. 이화영은 독창회는 물론 각종 협연과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년간 활동하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지역 대표 성악가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가곡과 전래민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27일 열리는 목관 5중주 'The K-winds' 공연에서는 조정현 경북대 교수를 중심으로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들과 젊은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특히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무대로 관악기의 다채롭고 개성 가득한 소리를 만나볼 수 있다.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가 클래식 대중화를 이끌고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앙상블 노이슈타트 단체사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소프라노 이화영.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음악감독 경북대 조정현 교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영화 '파묘' 개봉 10일 만에 500만명 돌파…'서울의 봄'보다 4일 빨라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물 '파묘'가 개봉 열흘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자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이 달성한 기록보다 나흘 앞선 것이다.2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는 이날 오후 누적 관객 수 500만 2천999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10일째 만이다. '파묘'는 3·1절인 전날 오전 누적 관객 수 400만명을 기록한 뒤 약 하루 만에 100만명을 더하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몰이 하고 있다. 2일 오후 1시 기준 예매율도 56.6%(예매 관객 수 37만9천여명)로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 가장 높다. 두 번째로 예매율이 높은 '듄: 파트 2'(29.2%, 19만5천여명)의 약 2배 수준이다. '파묘'는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 등의 인물들이 수상한 무덤의 이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유명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한국 무속 신앙을 기이하면서도 대중적으로 그려 호평받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파묘 스틸컷. 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이도현, 김고은, 최민식.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 與 공관위원 유일준 변호사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유일준 변호사가 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됐다.국민의미래는 2일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관리를 위한 중앙당 공천관리워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유 변호사를 포함해 국민의힘 공관위원인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장, 전혜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등 총 3명으로 구성됐다.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추천 신청을 받기로 했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유일준 국민의힘 공관위원. 2일 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 선임됐다. 연합뉴스
정부-의사 갈등 고조…3일 여의도서 의사 2만명 '대규모 집회'
정부가 의사 단체 압수수색을 집행한데 이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양측 간 긴장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정부가 앞서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2월29일)이 종료되면서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압수수색에 들어가기 직전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중 일부에 대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공고)했다. 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자택 방문 등을 통해 명령서를 전달한 데 이어 공고를 통해 다시 한번 명령을 알린 것으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대상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등 13명이다. 대부분 비대위나 각 수련병원에서 집단행동을 주도한 집행부로, 이들에 대한 처벌이 먼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미복귀자의 수가 많은 만큼 처벌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귀 시한 내에 100개 주요 수련병원(전공의 1만3천명 중 95% 근무)에서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모두 565명으로 이탈자의 6% 정도다.복귀하지 않은 이탈자 수는 8천945명으로 소속 전공의의 71.8%다. 복지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중 복귀 의사를 밝히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선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전공의들을 거세게 압박하는 배경에는 연휴 기간이 사실상 '처벌 없는 복귀'의 마지막 기회인 상황에서 복귀자들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공시송달, 압수수색 등 정부의 압박에 대해 "의사를 범죄자로 몰고 있다"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갖고 맞대응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을 2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보건복지부는 1일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의료법 제59조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함께 정치하고 싶다"…김영주 "늦지 않게 답 드릴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의원과 만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논의했다.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식당에서 열린 만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부의장과 같이 경륜 있고 상식 있고 합리적인 정치를 하는 분과 함께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의장 같이 큰 정치인의 경우 그 결정을 하는 시간은 오롯이 그의 시간"이라며 "이 나라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제가 사실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다"고 덧붙였다.김 의원도 "제 역할이 무엇인지,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직 남았는지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며 "조금 더 고민해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제가 답을 드리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을 앞두고 평가 하위 20%에 해당된다는 통보를 받고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국회부의장직을 맡은 김 의원은 전날 2월 임시국회 종료와 동시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김 의원은 17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19∼21대 총선 당시 영등포갑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4선 고지를 밟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이 지역에 그대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오마카세(2) 셰프가 직접 손님 응대·음식 설명 '대접받는 느낌'
양질의 서비스 '高價 오마카세'오마카세는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가게)다.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셰프의 명성을 내걸어 운영한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손님이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면 셰프는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한 음식을 내놓는다. 오마카세라는 단어는 본래 일본의 초밥 매장 등에서 '요리사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사용됐는데, 현재는 오마카세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양식·한우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오마카세는 전문성을 가진 셰프가 운영하며 메뉴 구성, 음식 설명, 손님과의 대화 등 식사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대구지역 식사 오마카세의 경우 1인 점심 기준 4만원이 넘는 곳이 대다수며 저녁에 이용할 경우 약 1.5배 더 비싸다. 점심·저녁 모두 1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대구 중구에서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A씨는 "오마카세 가격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식재료뿐 아니라 질 높은 손님 응대 서비스가 포함되기에 일반 음식점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예약도 필수다. 그날그날 공수해온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메뉴를 제공하고 손님 한명 한명을 정성스레 응대하기 위해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해 소수의 정해진 손님만 받는다.'맡긴다'는 뜻 일본어서 유래주로 '스시가게' 예약 치열해'스강신청' 신조어 생기기도팬데믹·SNS로 대중화 바람'커마카세' '티마카세'도 등장이처럼 고급 레스토랑에 속하는 오마카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음식점 또는 중·장년층의 비즈니스용 식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SNS와 코로나19의 영향, 비교적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스몰 럭셔리 유행 등으로 적은 손님만을 받는 고급 식당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2022년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년간 '오마카세' 검색량은 2배가량 증가했다."인증샷 찍기 좋아"…MZ 인기오마카세 열풍은 특히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 대구 범어동에 위치한 돼지고기 오마카세 '현방'. 10명의 손님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20·30대였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손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기준 젊은 세대에서 이용이 활발한 SNS '인스타그램'에도 해시태그 '오마카세'를 검색하니 약 71만5천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MZ세대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특별한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7%가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답했으며 20대(84.4%), 30대(76.0%)에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회초년생 김모(여·25)씨는 "SNS를 통해 오마카세를 알게 됐는데, 처음엔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방문했다"며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 자주 가기는 힘들겠지만 기념일이나 기분을 내고 싶은 날 다시 가볼 만하다"고 말했다.MZ세대가 중시하는 'SNS 인증'과 '현재형 소비' 문화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경 영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오마카세는 고급 음식으로 일상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있다. SNS 이용률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오마카세의 높은 가격과 특별함은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고자 하는 과시욕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MZ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보다는 현재의 만족, 유행을 중요시 여기는 특성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성비 좋은 전문점 등장대중화에 힘입어 오마카세는 스시·한우·양식 등의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디저트 전문점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커피'와 '오마카세'를 합친 '커마카세'라는 신조어도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언급된다.커피·디저트 등의 오마카세는 비싸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식사 오마카세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1인 기준 2만~4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지만 코스별로 맞춤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 받는 등 식사 오마카세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간을 사용할 목적이나 친목의 장소로 이용되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각 코스에 대한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스시·한우 오마카세는 비용의 부담이 크고 이젠 너무 대중화돼 전보다 특색이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커피 오마카세는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코스별로 여러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이라고 했다.최근에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차(tea)'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티 오마카세'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부산 전통찻집 비비비당 원소윤 대표는 "차에 관한 시장 조사를 하면 최근 차가 인기를 끌면서 티 오마카세도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티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비비비당에도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된 코스 메뉴가 있는데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티 오마카세는 1인당 평균 3만~5만원대의 가격으로 다양한 차와 전통 다과를 맛볼 수 있다. 실제 서울 강남, 신사동, 성수동 일대 티 오마카세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돼지고기·디저트…대구지역 '이색 오마카세' 모아보기
가심비 좋은 돼지고기 요리 '현방 '스시와 소고기는 진부하다면 돼지고기 오마카세로 눈을 돌려봐도 좋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현방'은 대구 최초 돼지고기 오마카세로 돼지의 여러 부위를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내놓는다. 1인 기준 런치 3만9천원, 디너 5만9천원으로 가격도 합리적이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좋다.런치는 8종, 디너는 10종의 음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식사 완료까지는 각각 1시간 내외,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달에는 △앞다릿살 냉제육 △뒷다릿살 타르트 △목살·가부리살·갈매기살 숯불구이 △솥밥 삼겹살 등을 선보였다. 특히 삼겹살 솥밥〈작은 사진〉은 현방의 시그니처 메뉴로 삼겹살을 이용한 불향 가득한 솥밥에 된장·바지락이 들어간 국이 입맛을 돋운다. 현방은 주류도 판매하는데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니 반주를 즐긴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예약은 네이버, 캐치테이블, 전화로 가능하다. 친절한 디저트 전문 '문화시민 대구'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문화시민 대구'는 디저트 오마카세다. 디저트 전문점답게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손님을 반긴다. 3~4가지의 디저트를 코스로 즐길 수 있으며 커피·음료, 다른 디저트도 추가로 주문 가능하다. 일반적인 오마카세와 달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코스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가게 측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약도 1시간 단위로 받고 있어 방문 시간 선택의 폭이 넓다.지난달 코스 메뉴로는 딸기철과 발렌타인데이 주간을 맞아 △딸기 샐러리 파블로바〈작은 사진〉 △들기름·김 △초콜릿 트리오 △라즈베리 마카롱·트러플 쿠키슈·데일리 소르베 등을 내놓았다. 오는 2일에는 파인다이닝 '셀리우'와 협업해 셀리우에서 컬래버 디너 메뉴를 선보인다. 셀리우의 메인 메뉴 두 가지, 문화시민 대구의 디저트 메뉴 두 가지다.레트로 감성 자극 카페 '소명커피바'대구 중구 남산동 '소명커피바'는 '레트로' 한 커피 오마카세다. 세탁소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세탁소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낡은 미닫이문 등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카페 내부도 오래된 타자기와 시계 등 빈티지한 소품들로 가득해 '감성샷'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오마카세는 주 1~2회 소수정예로 운영되기에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만 받고 있다. 매달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며 주제에 맞게 커피와 디저트가 제공된다. 지난달에는 '버섯'을 주제로 △표고 캐러멜 라테 △트러플 파인애플 피즈 △발효 버섯을 곁들인 크림·아몬드 밀크티 △부드러운 브루잉 커피 △시나몬·정향을 곁들인 브라우니로 메뉴가 구성됐다. 글·사진=조현희기자지난달 25일 오후 8시 돼지고기 오마카세 '현방'. 20·30대 손님이 주를 이뤘다.대구 중구 삼덕동 디저트 오마카세 '문화시민 대구' 바 좌석.대구 중구 남산동 '소명커피바'는 커피 오마카세를 주 1~2회 소수정예로 운영한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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