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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 역사를 맞는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다가오는 2025년은 경주 보문관광단지 지정 50주년, 경북도문화관광공사 설립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와 더불어 현재 경주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개최지 선정을 두고 인천시·제주특별자치도와 현장 실사 등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회의를 넘어 개최국의 품격은 물론 외교, 경제, 문화적 경쟁력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다. 우리나라는 1991년 서울,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됐고, 2025년 3번째 개최를 준비 중이다.이러한 시점에서 경북도문화관광공사의 사장이자 경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2025 APEC 정상회의가 왜 반드시 경주에 유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경주는 천년고도 신라의 수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대한민국 관광컨벤션 산업의 발상지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대한민국 관광단지 1호인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1971년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 따라 1975년 4월 관광단지로 지정됐고, 1979년 4월 개장했다. 관광산업이 전혀 없었던 1970년대,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은행과 체결한 IBRD 차관 협정을 통해 조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관광단지다. 관광산업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 역사에서 그 가치와 상징성은 어느 도시보다 경쟁력이 있고, 우수하며, 개최 적정도시로서 정체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특히 보문관광단지 중심에 있는 공사 사옥인 육부촌은 대한민국 관광컨벤션 산업의 발상지다. 당시 보문관광단지 개장과 함께 제28차 PATA(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총회 워크숍을 통해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의 외국 대표들의 방문을 성황리에 유치한 역사적인 곳이다. 2025년이면 개장 50주년이 되는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의 산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참고로 육부촌 명칭을 왜 현판에 걸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면 경주가 APEC 개최 도시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든다. 사실 육부촌은 신라 시대 경주 왕가의 성씨인 박, 석, 김 이외에 신라 건국의 일등 공신인 여섯 부족의 공로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 최, 손, 정, 배, 설씨의 성씨를 부여했다.이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상의하고 협의해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1천년 전부터 경주 육부촌에서 컨벤션 역할을 한 역사적인 스토리도 갖고 있는 것이다.특히 2025년 보문관광단지 개장 50주년을 맞아 경북도문화관광공사와 경주시는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 기념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대한민국 관광 발상지인 보문관광단지에서 한국 관광의 미래 50년을 꿈꾸다'라는 비전과 함께 다양한 기념행사와 상징형 엠블럼 개발, 관광 콘텐츠화와 관광 역사 기록물 관리 체계화 등을 기획하고 있다.이러한 기념 프로젝트와 함께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 유치한다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세계 각국의 정상에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의 우수한 역사와 상징성을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PEC 정상회의는 개최국과 도시의 정체성을 선보이는 자리다. 선정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잘 표현하고 알릴 수 있는 지역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5 APEC'은 대구시·경북도민의 염원을 모아 대한민국 관광의 역사, 한국 정신문화의 모태 도시이자, 컨벤션 산업의 발상지인 경주에서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
2024.05.20
[기고] 우리는 한 번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단다
대구문화관광해설사회 사무국장이자 십여 년째 외국인 투어 전문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많은 강은주씨. 해인사를 안내하고 돌아오는 길. 미국인 남편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킴벌리가 몇 년을 고민하다, 50년 만에 자신이 맡겨졌던 보육원을 찾아갔으나 못 찾아 속상하다는 하소연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킴벌리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고 도와줄 그 누구도 없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자신이 맡겨진 백백합보육원은 30년 전에 없어졌다고 했다. 강은주씨는 백백합보육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침내 백백합보육원이 1994년 말까지 존재했으며, 많은 전쟁고아들과 영유아들이 그곳을 거쳐 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1915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초대교구장 드망드 주교님의 요청으로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에서 30여 명의 고아들을 돌보아온 이래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자료를 소중하게 보관해 온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때부터 일은 빠르게 돌아갔다. 국내·외 입양인들을 도와주는 업무를 한다는 데레사 수녀님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속이 탔다. 미주알고주알 긴 문자를 남겼더니 데레사 수녀님이 여러 사람이라 다른 데레사 수녀님을 알려준 이야기, 다음 날 경주 투어를 가기로 예약했으나 취소하고 새벽 두 시에 가슴 떨리는 설렘을 전해온 킴벌리 이야기, 입양인 관련 업무를 담당한 수녀님이 한 달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서 그때 왔다면 일이 성사가 안 되었으리라는 안도감을 나에게 전해 주었다.국내·외 입양인 담당 업무를 오래 해오신 김길자·데레사 수녀님은 간밤에 잠을 설친 강은주 해설사와 처음 만난 해외입양인을 돕고자 애쓴 아랑여행사 김은화 대표와 함께 간 킴벌리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았다. "잘 왔다 아가! 여기까지 잘 찾아 왔구나. 우리는 한 번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단다"라며 등을 토닥여 주시고 한참을 울먹였다고 했다.수녀원엔 빛바랜 입소대장이 있었다. 놀랍게도 김수미, 1971년 11월3일생, 오후 4시58분 출생, 36세의 신고자 주소까지 남아 있었다. 김수미·킴벌리는 대구시 서구 내당동 대림반점 옆 골목길에 버려졌었다. 지금의 반고개 무침회골목 부근이었다. 대림반점은 진작 없어졌지만, 지구대 경찰관과 함께 간 그곳에 오래 살았던 주민이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타나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 이후 대구중부경찰서 형사과 실종 담당팀 경찰관들이 50년 전의 기록을 뒤지고 DNA 검사를 하며 외국으로 버려진 한 고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연은 나에게 그 무슨 회한이나 감동 없이는 전해 듣지 못할 이야기였다. 한 달 반쯤 뒤 DNA 결과가 나와 백백합보육원에서 두 달,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다섯 달 머물다 입양 간 김수미·킴벌리의 지난 50년간의 슬프고도 아픈 여정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대한민국은 6·25 전쟁고아를 시작으로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롯한 몇 군데 사설 기관에서 25만명의 아동들을 수많은 나라로 입양 보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해외입양이라는 말로 이루어진 일 뒤에는 말과 글로는 차마 다 전하지 못하는 숱한 사연들이 묻혀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당시 국가가 영유아들을 키울 능력이 없었다는 변명은 궁색할 뿐이다. 입양인들의 뿌리를 찾아주려는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려는 또 다른 킴벌리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이무열 시인, 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이무열 시인, 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
[특별기고] 오월의 전공의들에게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의 법정 판결 마지노선이 이번 주말까지로 예고되어 있고, 의료계와 정부는 인용과 부결을 원하는 치킨게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벌어진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과 의료계의 대응은 초유의 상황이지만, 그 저변에는 저수가에 기반한 의료보험, 의약분업, 공공의료 정책 등으로 점철된 오래된 갈등 속에서 서로 간의 신뢰 부족이 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금의 의료 현안 추진 과정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듯이, 개인사나 공공정책 모두에서 각자가 플랜 A를 기대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이는 플랜 B를 준비해 두기 마련입니다. 플랜 B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세상사 모든 일이 계획한 자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플랜 B는 차선책일 뿐일까요? 가끔은 플랜 A보다 더 나은 계획이자 더 좋은 결과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이는 플랜 A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생각으로 다른 차원의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입장에 따라 플랜 A와 B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원의 기각결정이, 의료계는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때 플랜 A가 작동될 것입니다. 만약,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때 정부와, 기각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의료계에서 만들어져야 할 플랜 B는 어떤 것이 될까요? 각자 입장에서 당혹스럽고 대처가 힘들 것은 명확하니 정부의 대응은 정부의 몫으로 두겠습니다.저는 의료계의 입장에 선 한 사람의 교수로서 전공의들의 플랜 B를 제의해 보고자 합니다. 법원의 판결과 전공의 수련 인정 가능 마지막 시간이 공히 이번 주말로 다가왔습니다. 기각되면 전공의들은 돌아올 의국을 잃게 되고, 곧이어 학생들도 1년 휴학 내지는 유급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곧이어 정부에서 최종확정 발표가 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올해의 남은 기간을 병원을 떠났다가 내년에 다시 시작하거나 아예 딴 길로 갈 것을 고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사랑하는 전공의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수련 불인정이 최종발표가 되면 곧바로 병원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수련 기간 유예 등의 편법은 국민과 환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니 기대도, 요청도 하지 맙시다. 당당히 수련을 인정받는 전공의가 아니라 환자 치료를 책임지는 의사로서, 그동안 최일선에서 여러분을 지켜줬던 교수님과 팀을 이뤄 남은 한 해를 병원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내년에 비필수과 전공의는 돌아와도 필수과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필수와 비필수를 가리지 않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수련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처음 과를 지원했을 때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더욱 열심히 지내보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년 2월까지 필수과 지원, 수가 현실화, 법적 문제 해결 등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에 지금 하려던 결정을 실행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의료계를 싸늘하게 보던 국민과 환자들에게는 책임감 있는 진정한 의사로서, 의료계의 선후배들에게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원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들불처럼 의대생, 교수 및 각 의료직역 모두에서 플랜 B를 만들어 우리 의료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람만의 몫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여러분이 지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강요받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처럼, 훗날 이 자리를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 여느 때처럼 수술과 진료를 마치고 전공의들과 함께 회식을 하지는 못했지만, 개별적으로나마 카네이션 하나 받으니 소소한 힐링이 되어 병원을 떠나있는 제자 전공의들에게 단상을 부칩니다.최창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2024.05.16
[기고] 행복의 발원지 가정이 울고 있다
초록빛 산야가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아련한 그리움을 머금는 이팝꽃에 이어 장미꽃이 어린이·어버이·성년·부부의 날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가족의 그릇, 가정은 사회 형성의 시작점이자 사랑과 행복의 발원지다. 보호와 쉼 그리고 교육과 재생산으로 공동체 지속성을 보증하는 기본 단위다. 가정의 축적된 헌신과 희생으로 우리는 산업화·민주화를 이루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군사력 5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적 탐심으로 가정 내 갈등과 아픔·상처는 커가고 비혼과 비출산은 국가 미래를 어둠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세계 최하위 출산율, 이혼율 1위(2022년 결혼 19만2천 건, 이혼 9만3천 건),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청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14만명, 1인 가구 34.5%, 간병 살인, 남녀소득 격차 1위에서 보듯 우리 가정들은 울고 있다.홍익인간(弘益人間) 민족이념이 녹아든 효, 우애, 충성, 헌신은 K-가정의 가치이다. 그러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지향하는 전통적 가정의 가치는 근대화 과정에서 가부장적이란 죄목으로 통째로 버려졌다. 우리 가정의 전통 가치와 윤리에 함유된 유용 요소를 추출·발전시키는 논의는 봉쇄되고 언급 자체만으로도 시대 역행으로 몰린다.만연된 물질주의와 제 소견대로 행하는 세태의 풍조는 앞선 세대를 꼰대 프레임으로 몰며 세대 간 소통 단절을 불사하고 있다.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닐진대. 물질에 상대적 박탈증을 앓는 정신적 피폐함과 남 같은 번듯함을 추구하는 물신주의는 가정의 불안전으로 사회 문제로 전이되며 사회공동체를 허약하게 한다.우리는 물질적 풍요에 삶의 의미 1위를 두고 "집에 홀로 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또한 "가족과 함께 웃는 시간에 즐거움을 못 느끼는" 비율 세계 최고다. 어려울 때 주위에 도움을 구할 상대가 가장 적다는 외로운 우리 가정들. K-가정에 머물던 선비·청신 정신, 수신제가 기풍은 오간 데 없고 물질을 분주히 좇으며 달려왔건만 가정에는 황량함이 가득하다. 행복은 결혼과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제로 인내와 친하며 일상 가까이에서 머문다.달서구는 가정 친화적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며 정부 인증 아동친화도시·여성친화도시·가족친화도시로서 가정의 가치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발굴된 원앙 부부, 희망 가족, 화목가족에 가족상을 시상하며 가족 축제 등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확인시키고 있다. 결혼장려팀을 신설(2016년)하여 결혼인프라 구축과 결혼 기풍 조성 등으로 165쌍 커플을 성혼시키며, 결혼친화도시로서 청년을 응원하며 인구소멸에 응하고 있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한때 스캔들과 부상, 수술로 추락한 인생 바닥에서 재기의 용기를 얻음은 어린 자녀로부터였다. 700m 광산 막장에서 69일간 삶의 끈을 부여잡고 생환한 칠레 광부의 첫말은 "가족을 위해 싸웠다"였다. 마취 없이 팔다리를 끊는 전쟁터 수술대의 군인들 손엔 가족사진이 쥐어져 있고,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남긴 공통언어는 "사랑해"다.가정은 사랑의 창고이며 삶터의 치유 회복처이자 희망·용기의 공급처다. 이러한 행복의 소우주인 가정의 가치를 찾아 누리는 자가 인생의 지혜자이다.이태훈 달서구청장이태훈 달서구청장
2024.05.15
[기고] 세상에 안전한 '고수익' 투자는 없다
세상은 변한다. 범죄 트렌드도 그렇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거 침입·강도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지만, 현대에는 피싱·연애 사기 범죄(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사기 등 단어만 들으면 무슨 사기인지 모르는 신종 사기 범죄가 들끓고 있다. 바야흐로 사기 범죄의 시대다.이 같은 흐름은 경찰청의 최근 통계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2012년 강도 범죄 발생 건수는 약 2천500건이었지만, 2022년에는 약 500건으로 줄었다. 반면, 사기 범죄는 2012년 23만건에서 2022년 32만건으로 늘어났다.사기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사회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보안이 허술하고 그저 담벼락만 넘으면 침입할 수 있는 단독주택에 주로 사람들이 살았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51.9%로 절반을 넘는다. 또 사회 인프라 확충으로 CCTV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안이 강화되었고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DNA를 비롯해 범인의 다양한 흔적들이 범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이제 강도 범죄는 범죄자로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범죄가 됐다. 반면, 신종 사기 범죄는 초기유형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부터 시작해 파밍, 스미싱, 메모리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사기 범죄를 낳고 있다. 이런 신종 사기 범죄들의 공통점은 수천만 건을 시도해서 한 건이라도 걸리면 이득을 얻는 확률 게임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신종 사기 범죄 중 하나는 투자리딩방 사기이다. 리딩이란 읽어준다는 의미와 리드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함축되어 있다.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을 이용해서 접근해 '급등관련주 안내' '수익률 200% 보장' 등 귀가 솔깃해지는 문구들로 사람들을 현혹한 뒤 투자금을 편취해 잠적하는 게 주요 수법이다.피해 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2020년 추정 피해 금액은 2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피해액이 1천200억원에 육박했다. 종목 추천이나 매수 의견을 넘어 몇 시 몇 분에 어느 종목을 사라고 하는 때도 있는데, 사실상의 주가조작을 행하는 것이다. 이 또한 통정매매로 처벌 대상이 된다.리딩방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SNS를 통해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광고 속 링크를 클릭하면 텔레그램과 네이버 밴드 등에 개설된 '투자 리딩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가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입금을 요청하는 '피싱' 수법이다. 정부 기관을 사칭해 리딩방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2차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 또한 성행하고 있다.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월 민생을 위협하는 신종 사기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국민 체감 약속 4호로 선정했고, 기존의 악성 사기 대책을 한층 고도화하여 10대 악성 사기 척결 대상을 재편했다. 또한 경찰청 국수부장이 주재하는 전담반을 운영함과 동시에 사기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종 사기 수법이 추가 확인되는 경우 대국민 예·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처벌 법률 또한 보완된다. 지난 1월 수익 보장과 같은 내용으로 현혹하여 리딩방을 운영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이 가능한 '불법리딩방 차단법'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금, 고수익 투자 부자 권유 문구를 주의해야 하며 투자리딩방 일시불 및 현금결제는 지양해야 한다.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면 남에게 가르쳐 줄 리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2024.05.09
[기고] 관행적인 도로 점거 집회 지양해야
지난 1일 공평로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주관하는 노동절 집회가 개최됐다.8천명이 5개 전 차로 점용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대중교통 등 시민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1개 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차로만 집회 장소로 사용하도록 제한을 통보했다. 또 통행로와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질서유지선(펜스) 설정을 고지했다.이러한 경찰의 조치로 무대설치 등 집회준비를 하는 6시간 동안에도 시민들은 1개 차로는 정상적으로 통행할 수 있었으며, 특히 동인네거리에서 교동네거리를 거쳐 시청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는 차량에 큰 도움이 됐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통행권이 조화롭게 공존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를 시작하기 직전, 참가자들을 선동하여 질서유지선 훼손과 통행로 불법 점거를 실시하고,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줬다. 그러면서 집회·시위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고, 전 차로 점용 신고를 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한다.집회 신고만으로 전 차로의 점용권한을 무조건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집회 참가 인원이 많으니 전 차로를 점용하겠다고 신고를 하고, 실제 참가하는 인원이 그 절반도 안 된다면 그 도로를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써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오늘의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전 차로 점거로 인한 교통방해와 소음은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도로는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 단체의 것이 아닌, 차량 소통을 위한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집회의 자유 못지않게 제삼자의 기본권(통행권, 평온권 등) 역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주요 도로의 경우 대중교통 등 최소한의 통행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신고제)하면서도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 제12조에서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시위에 대하여 차량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집회 장소인 공평로는 집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제한의 대상이 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주요 도로에서 개최된 노동절 집회는 모두 일부 차로에서만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구의 경우, 실제로는 신고인원의 절반인 3천~4천명만이 참가하여 집회 공간이 충분하였음에도 나머지 한 개의 시민 통행로마저 불법 점거한 것은 아직도 약자라는 인식하에 다른 시민의 기본권은 전혀 개의치 않는 관례화 된 특권의식 때문이다. 만약 경찰의 제한 통고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법원을 통한 구제 절차를 신청했어야 한다.경찰은 질서유지선을 훼손하여 통행로를 점거하고, 소음기준을 위반한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불법, 뗏법이 일상화될 경우 우리 사회질서는 혼란을 거듭하고 국민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다면 통행과 일상 평온 등 다른 기본권 보장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홍수 (대구경찰청 경비경호계장)
2024.05.08
[기고] 성과 나타난 자치경찰, 앞으로의 과제
대구시는 2021년 5월20일 자치경찰위원회 출범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그해 7월1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경찰 창설 이후 76년 만에 시행된 자치경찰 제도이다. 원래 의도했던 국가경찰과 분리되어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치경찰이 아닌 '자치경찰관'이 없는 자치경찰제, 국가경찰관이 수행하는 자치경찰 사무로 출범하였다.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제도 속에서도 지난 3년간 대구형 자치경찰은 시민안전을 위한 많은 성과를 냈다. 대구 자치경찰위원회는 대구형 스마트 셉테드(CPTED,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사업 등을 중심으로 대구경찰청, 대구교육청, 대구테크노파크와 대구도시공사 등과 함께 다양한 시민안전 프로그램들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경찰청과 <재>과학치안진흥센터가 주관하는 '2023 자치경찰 수요기반 지역문제 해결 R&D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5년간 32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이 사업은 경찰 분야에서는 최고의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자치경찰의 주요한 목적인 시민안전을 위해서는 CCTV, 첨단 AI, 드론 등 첨단 과학치안이 중요하다. 이 사업은 야간에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귀갓길 최단 거리 안심 루트를 알려주고, 위험한 구간에는 드론이 띄워 안내해 주는 디지털 순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치안 R&D 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진정으로 '시민이 안전한 대구' '과학치안 대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또 자치경찰제의 주요 임무 중의 하나가 사회적 약자 보호이다.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 등에 대하여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해 피해자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현재 대구 해바라기센터 방문객 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고,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폭력과 성폭력 등 피해자들에게 한 장소에서 원스톱 지원이 장기적으로 가능한 '통합형' 해바라기센터의 설립이 중요하다. 현재 대구시에는 통합형 해바라기센터가 없다. 그래서 대구시 여성가족과,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대구 자치경찰위원회가 협업하여 위기 여성과 아동을 돕기 위한 통합형 해바라기센터 설립에 최고의 역량을 투입했다. 국립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병원이 의사 인력 부족, 공간 부족과 수익성의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공익사업을 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 지원은 물론이고, 각종 병원평가에서도 지역사회 기여와 같은 평가항목에 대한 가점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하게 범죄피해를 당한 여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통합형 해바라기센터를 대학병원에 유치할 수 있다. 5월20일 출범하는 2기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꼭 유치하길 간곡히 기대한다.아울러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현장 경찰관들을 파견하여 현장 연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미국의 NYPD(뉴욕경찰), 영국이나 독일의 선진 경찰 시스템도 직접 보고 왔으면 좋겠다. 국가경찰이나 다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일부 시행하고 있다. 또 현재 대구시청 공무원들이 파견되어 있는 국가에 대구시 자치경찰을 주재관으로 근무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안전과 생활안전 같은 자치경찰 업무는 국가경찰보다 자치경찰이 더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자치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 시설 측면에서 인프라가 튼튼하고, 여기에 경찰행정이 합쳐지니까 상승효과가 배가되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해서 자치경찰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국가경찰 소속인 파출소와 지구대를 자치경찰 소속으로 환원해야 한다. 각자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박동균(대구시 자치경찰위 상임위원)박동균(대구시 자치경찰위 상임위원)
2024.05.07
[기고] 청소년 사이버도박 근절, 함께 관심을
최근 청소년의 온라인 접속 시간이 길어지면서 SNS나 불법 OTT 등을 통한 광고에 현혹돼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은 청소년은 2.5배 증가했고,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 진단조사 결과 전국 중·고 1학년 학생의 3.3%가 도박문제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찰에서는 지난 2월7일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를 목표로 국민체감약속 5호인 '도박범죄 척결'을 집중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이버도박 및 이를 광고하는 매체에 대한 특별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청소년들은 도박행위를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친구들과 일시적인 게임이나 놀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에 중독된다. 이후에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고금리의 사채를 쓰거나 사기·절도·갈취 등 2차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혹시나 △자녀의 휴대폰에서 불법도박이 의심되는 게임이 발견되는 경우 △용돈 한도액을 초과해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을 하는 경우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품을 소지하는 경우 △스포츠경기 결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집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나 물건이 없어지거나 본인의 물건을 잃어버렸다거나 팔았다는 경우 등엔 자녀가 도박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적극적인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경찰은 사이버도박 단속 과정에서 재범 또는 상습범인 경우, 도박사이트 운영, 도박행위자 모집 등 사안이 중한 경우 형사입건을 해 강력처벌한다. 또 도박금액 500만원 미만의 경미한 초범인 경우에는 자체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 또는 즉결심판 청구의 절차를 거쳐 최대한 형사입건을 지양하고 전문 상담기관과 연계해 치유와 재발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가정과 학교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예방부터 치유까지의 과정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에 상담 요청을 하거나 해당 사이트 '넷라인'에서 예방·치유 관련 정보와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찰민원콜센터(182)를 통해 시경찰청 사이버도박수사팀이나 주거지 관할 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도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도박중독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초기에 전문기관의 상담과 치료 등 도움을 받도록 하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사이버도박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가정·학교·공공기관 등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심인보 (대구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감)심인보 (대구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감)
2024.05.02
[기고] 낯선 경험에 깃든 뿌듯한 희망
봄이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로 흐르듯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나이 듦을 외면하거나 죽음을 거부하고 싶지만, 결국은 '불굴의 패배'에 직면한다. 이미 종착지가 정해진 운명! 어찌 살아야 후회와 미련을 조금이나마 덜 남길까? 그건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사는 것이다. 끝 모를 호기심으로 매 순간 재미를 찾고 의미를 느끼면서 말이다.삶은 우연의 연속! 우연은 언제나 뜻밖에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스물두 번째 국회의원 선거관리를 위해 유관기관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공문에서. 거주지와 가까운 투표소에 근무하는 건 매력이지만 열네 시간 근무와 최저임금을 살짝 웃도는 적은 수당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흔쾌히 도전했고 낯선 시선으로 즐겁게 근무했다. 퇴직이 일 년 남짓 남았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긴장과 바쁨의 열네 시간! 업무 배정과 교육을 거쳐 공정하고 투명한 투표 관리를 위해 엄숙하게 선서했다. 새벽 여섯 시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는 선거인의 행렬로 잠시 숨 고를 틈조차 없었다. 차분하게 차례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정중한 태도에서 교양과 품격을 갖춘 선진 시민이라는 뿌듯함이 절로 묻어났다.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는 모든 절차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맡은 업무는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는 두 장의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의 직인을 날인하고 일련번호를 절취하여 순서대로 배부하는 것!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지극히 단순한 일을 무려 1천500번가량 반복했다. 젊은 날에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느라 작업장에서 꼬박 한 달을 보내야만 했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고, 온실같이 평온한 지금의 삶에 무한 감사를 느꼈다.무심하게 스치듯 지나치는 게 아니라 손닿는 거리에서 1천명 이상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지구인이 제각각이듯 투표장을 찾는 선거인의 행태 또한 사뭇 달랐다. 그 모든 걸 온전히 지켜봤으니 멋진 경험을 했다. 여명이 밝아 오기 전부터 대기하거나 마감 1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잔뜩 굳은 얼굴에 한 손으로 용지를 받거나,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으며 "감사합니다"라며 격려하거나. 제각각 다른 표정과 자세였지만 어느 누구도 질서를 흩트리거나 평온을 깨지 않았다. 이제 날 선 공방은 끝났다. 승패는 명확히 갈렸다. 승자는 득의양양하게 환호를 내지른다. 패자는 거대한 민심의 물결에 하염없이 고개 숙인다. 모든 끝은 아쉽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선거는 또다시 있고 결과는 언제든지 달라진다. 그러니 진정한 승리는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The ballot is stronger than the bullet)"는 링컨 대통령의 말처럼.처음 해 본 사회참여! 비록 낯설고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맞닥뜨릴 새털처럼 많은 날들을 무엇으로 채워갈지 그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빛날 것임을 직접 확인했다. 휠체어를 타고 투표권을 행사한 아흔 살 할머니의 밝은 모습에서, 기표소에 같이 들어가자는 어머니의 손짓에도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차분하게 기다리던 초등학생의 준법정신에서.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
2024.04.25
[기고] '해오름동맹' 상생 협력…지방시대의 성공 모델
경북 포항시는 2016년부터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은 물론 지리적·산업적 연관성이 높은 신라문화권의 울산, 경주와 '해오름동맹'을 맺고 상생협력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2016년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30분대 생활권으로 거듭난 세 도시가 동해안 광역 경제권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자 시작한 해오름동맹은 해마다 2차례의 정기회의를 열고 공동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해 왔다. 국가첨단전략산업 유치, APEC국제회의 경주 유치 등 각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지난해에는 관광실무협의체인 해오름동맹 관광실무협의회에서 세 곳의 관광명소를 함께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SNS를 통해 공동홍보에 나서기도 했다.2024년 해오름동맹은 협력 분야를 더욱 넓혀 경제와 신산업 R&D, 교통, 도시 인프라, 문화·관광, 해양·물류, 방재·안전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오름 2차전지 글로벌 메카 조성, 해오름 글로벌 수소메가시티 조성, 국도3호선 도로 개량 및 확장, 해오름 관광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재난안전 공동연구 발굴단 조직 및 운영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오는 7월 해오름 동맹사무국을 출범해 본격적인 해오름동맹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특히 지난해 7월 포항과 울산이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분야에서 동시에 특화단지 지정을 받으며 '전기차 산업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추진에도 힘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포항은 양·음극재, 전구체 등 소재를, 울산은 최종 완성된 배터리로 완성된 전기차를 생산하고, 경주는 완성 전기차의 세부적 부품을 담당하며 보완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지방이 주도하는 모델로서 발전하고 있는 '해오름동맹'이 광역과 기초단체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생활권을 만들어 인구 유출과 지방소멸을 막고, 주력사업들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며 실질적인 지역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오름동맹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하지만 상생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해오름동맹을 통한 구체적인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사업을 집행하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거나 중앙권한을 지방정부가 이양받는 특례를 반영한 특별법안 제정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포항시의회는 앞으로 세 도시의 연계협력 기반 구축과 특별법 제정 등 해오름동맹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노력과 지원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해오름동맹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지방시대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2024.04.24
[기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 공화정 시대 집정관이나 원로원 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은 반드시 군복무 경력을 가져야 했고, 전쟁 등 국가 위난 시에 누구보다 앞장서 로마를 지키기 위해 전투에 참가했다. 군인은 로마시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군은 신뢰를 받았다. 이러한 전통이 바탕이 되어 도시국가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대제국 로마를 건설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었다. 특히 귀족 자제인 신라의 화랑은 수십 명 내지는 수천 명의 낭도를 이끌고 전투에 참가함으로써 삼국을 통일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유교와 주자학의 영향으로 상무정신은 사라지고 문약해졌다. 조선은 양반 자제의 국방의 의무를 면제해주고 양반은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조선시대 양반은 부와 권력은 독점하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회피한 것이다. 이런 관계로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가 위난에 스스로 대처할 수 없었고 삼전도의 치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새롭게 개혁되지 못하였고 민중은 도탄에 빠졌으며 급기야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다. 광복 후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마지노선으로 인민군의 침략을 죽음으로 막아내야 했다.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이 그나마 한반도 남쪽이라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 덕분이었을까? 아니다. 비록 유엔군이 참전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피끓는 젊은 국군장교들의 수많은 희생과 농민들이 주축이 된 국군병사들, 그리고 공산국가 북한의 압제를 피하여 월남한 피란민들의 수없는 피흘림이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특히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인 경비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제1기부터 제10기까지 소대장 등으로 참전하여 임관자의 30%에 해당하는 1천500여 명이 전사함으로써 피로써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길이 간직되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6·25전쟁 후 우리는 되도록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하여 온갖 병역비리를 저질렀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자신의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온갖 부정을 일삼았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거대 양당 후보 모두 군복무를 면제받았고, 제22대 총선 지역구 후보 가운데 16.5%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식들을 군에 보내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이고 후진적인 병영문화도 한몫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지도층의 자제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출세하여 부와 권력을 누린다는 것은 정의와 공정에 반하는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최소한 장차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는 될 수 없도록 하는 고위공직자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위공직자법을 제정함으로써 사회지도층 자제들부터 솔선하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일 것이다. 박헌경 (변호사)박헌경 (변호사)
2024.04.23
[기고] TK 신공항, 항공 강국의 새 희망
필자가 30년 이상 외교관으로 일하며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단수가 아닌 복수가 되어야 진정한 국가의 힘이 된다는 점이다. 워싱턴 등의 외교가에 유난히 뛰어난 외교관이 더러 있었는데, 그들이 활동하다 떠난 뒤 그 나라의 외교활동 수준이 낮아지면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우수성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떠난 뒤에도 비슷한 수준의 활동이 이어지면, 개인이 아닌 국가의 외교능력으로 인식되고 관성을 받아서 뉴노멀로 정착되는 경우가 많다.최근 대구경북신공항(이하 TK 신공항) 건설이 활발히 추진되는 것을 보며, TK 신공항이 우리나라 공항의 탁월함을 단수가 아닌 복수로 만들어 진정한 항공 강국으로 이끌어 가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인천공항은 양적으로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금년에 여객수송 1억명 이상, 화물수송 600만t 이상의 능력을 갖추어 세계 3대 공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그러나 단수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세계가 빈번한 재난과 테러, 급격한 기술변화를 겪으면서 선진사회의 척도로 취약점 대응능력과 회복력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수의 국제공항(장거리)은 인천공항 집중 체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2023년 우리나라 수출입에서 항공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 30%에 달했고, 대부분 반도체,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제품으로 우리 경제와 무역에서 중요성이 높아지는 품목들이다.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화물이 95% 이상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처리되고 있다. 지금은 문제없이 운영될지라도 향후 북한의 도발, 테러, 재난, 기상이변 등으로 수도권지역 항공물류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가까운 아시아 지역은 다른 공항으로 대체될 수 있다 하더라도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큰 차질을 빚고 취약성을 노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TK신공항은 우리나라 항공 물류가 가진 취약점에 대비하고 회복력을 높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항공강국으로서의 우리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두 겹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국가인 UAE, 스위스가 장거리 취항(활주로 3.5㎞ 이상)이 가능한 공항을 복수로 가지고 있는 점도 시사점을 준다.한편 인천공항의 항공물류 독점은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화를 초래해 지역균형개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생산 기업 입장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출입을 위해 항공 물류가 원활한 수도권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TK신공항이 건설되어 남부에 새로운 항공물류 거점을 제공함으로써 첨단산업의 지방 입지를 유도한다면 지역균형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대구지역은 오랜 교통 중심지로서 경상, 충청지역을 1시간 내로 연결하며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호남지역까지 1시간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최적의 입지를 제공한다.TK 신공항이 평시에는 인천공항과 더불어 항공강국 대한민국의 굳건한 두 겹줄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중남부권 첨단산업 유치를 가능케 해 지역균형 발전에도 공헌하고, 유사시에는 인천공항으로 집중된 항공물류의 취약성을 보완하여 대한민국 항공물류의 안보를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정해관 (대구시 국제관계대사)정해관 (대구시 국제관계대사)
[기고] 충분한 휴식으로 봄철 졸음운전 예방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고속도로 나들이 차량도 증가하고 있다. 봄철 졸음운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때다.지난 5년간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의 관할 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96명이다. 이 중 졸음, 주시태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71명(연평균 1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졸음운전은 돌발상황에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제동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 점에서 다른 어떤 사고보다 그 결과가 치명적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4월은 따뜻한 봄기운과 큰 일교차로 졸음운전 사고가 매우 많은 시기여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봄철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식이다. 고속도로를 2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 최소 15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한다. 피로가 느껴지거나 긴장감이 풀린다고 생각할 때는 주저 없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반드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운전자들의 자발적 휴식 참여와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전국 고속도로 이용자를 대상으로 '땡큐'(졸음 땡! 휴식 큐!)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최초 주행 60분 후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포인트로 커피쿠폰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가입방법은 모바일에서 '위드라이브' 앱을 다운 받은 뒤 휴식참여에 대한 동의를 완료하면 된다. 졸음사고를 줄이고 상품도 받는 1석 2조 방법이니 많은 이용 바란다.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는 추풍령, 김천, 칠곡, 성주 등 지역 14개소에 화물차 운전자들의 휴식을 위한 'ex화물차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샤워시설과 수면시설도 구비돼 있으니 일반차량 운전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졸음쉼터, 주유소, ex화물차라운지에서 '졸음 확! 깨는 얼음생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캠페인 진행 시 누구나 무료로 얼음 생수를 받을 수 있으니 충분한 휴식과 함께 졸음 운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한국도로공사는 도로를 개량하고 안전시설물을 확충하며 운전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통해 교통사고 예방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그러나 사고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성숙한 교통 안전의식이다. 졸음운전은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항상 경각심을 갖고 잠깐의 휴식이 나와 타인의 생명을 보호해 준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자.배병훈(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장)배병훈(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장)
2024.04.18
[기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障碍人)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로 인식되는 장애인의 지위를 향상하고 사기 진작을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아마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장애인이란 일반적으로 몸이나 마음에 장애나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는 진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가진 사람과 태도적, 환경적 장벽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장애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며 나라마다 장애의 범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현재 약 2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며 6가구당 1가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유형은 15개로 분류된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신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등이 있다. 장애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특성 중 하나이다. 동일한 장애유형이라고 해도 사례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때는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장애인 스스로가 상대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해 줄 것이다. 장애는 선천적장애와 후천적장애가 있는데, 전체 발생 원인의 73.5%가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누구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장애인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해석해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장애감수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필자도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는 비장애인이었고 열심히 공부해 건축사시험에 합격했다. 성공한 건축사로서 주변에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어느 한순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3일 만에 깨어난 후 5급 장애인이 되었다. 몇 날 며칠을 좌절과 슬픔으로 보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대구한의대 김한식 교수님의 '장군 스피치'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필자는 비록 5급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세상 속에서 봉사와 희생으로 장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위기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에 굴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이제 앞으로 필자에게 어떠한 위기가 찾아온다 해도 필자는 반드시 극복해나갈 것이다. 나는 장군이다. 그리고 반드시 장군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
2024.04.17
[기고] 내 마음의 동성로
"잊기에는 추억의 낙서가 너무 많아/ 제발 잊으라는 그 말 하지 말아요/ 마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내일을 꿈꾸며 사랑을 나누던 곳/ 아아아 내 마음의 동성로"1996년 발표된 가수 설운도가 부른 '내 마음의 동성로'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는 우방그룹이 협찬해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1990년대 대구 기업 트로이카 우방·청구·보성은 대구를 넘어 전국의 주택건설 시장을 호령하며 당시 대구 경제를 이끈 대구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들 기업을 아직까지도 추억하는 대구 사람들이 많다. 6·25 전쟁 중 임시수도 시절에도, 경북의 중심도시였던 1960~70년대에도, 직할시로 승격한 1980년대에도, 광역시가 되고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지금까지도 대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동성로이다. 대구 사람들에게 '시내에 나간다'는 말은 한곳을 지칭한다. 대구가 250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여 여러 개의 부도심이 생겨도 여전히 '시내에 간다'는 말은 동성로를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성로는 대구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은 대구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소설가 현진건은 계산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을 것이고, 시인 이상화는 계산동 고택과 동성로를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을 것 같고, 대구 최초 다방 '아루스'를 개업한 화가 이인성에게도 동성로는 영감을 주는 장소였으며 우리나라 최초 음악다방 녹향(향촌동)이 만들어낸 감성도 동성로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는 촉매제였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3·1 운동의 함성과 염원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만세길(동산동), 삼성상회를 창업한 호암 이병철의 피와 땀(인교동), 근대 개화기 대구와 함께한 선교사들의 헌신과 눈물(계산동)은 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 지역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동성로 상권을 다시 살리고 원도심을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움직임은 대구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CGV 대구한일~28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제6회 대구커피&베이커리 축제(4월23~24일)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축제의 기본 방향이 대구 시민들과 커피와 빵을 함께 먹고 추억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주제관과 홍보부스를 통해 커피와 빵의 역사를 만나고,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땅을 밟으며 대구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향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의미의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다가오는 4월23~24일, 대구 동성로에 꼭 오시라! 커피 한잔, 빵 한 조각 나누며 동성로가 만든 대구의 '찐'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말이다.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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