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오면 전쟁의 한복판 온 듯 착잡해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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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9   |  발행일 2014-08-29 제34면   |  수정 2014-08-29
전시기획 석재현 미래대 교수
20140829

“전시장에 오면 자신이 마치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피란민 같은 심정이 들 겁니다.”

‘위민 인 워’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석재현 다큐멘터리 사진가 겸 미래대 교수. 그는 탈북자의 실상을 촬영하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2003년 1월부터 1년2개월간 중국 산둥성의 한 교도소에 억류돼 있었다. 누구보다 포토저널리스트의 고충을 잘 안다.

세계적 사진가 18명의 사진 322장을 일정한 공간 안에 전시 취지에 맞게 내건다는 건 지독한 집중·기획·연출·인내력이 없으면 성사되기 힘들다.

일단 대상자를 엄선하고 그들에게 일일이 e메일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통해 참가 허락을 받아내는데만 2개월 이상이 걸렸다. 상당수 작가는 아직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잘 모르고 있었다.

일단 전쟁에 대한 진실을 재구성하기 위해 숱한 전쟁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대륙·지역·시대별 전쟁의 양상과 패턴을 스토리보드로 짰다. 참여 작가 대다수 한국이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이란 점에 공감했다. 작고한 미국 출신의 캐서린 리로이는 그녀의 사진을 관리하는 에이전시를 통했고, 작고한 프랑스 출신 알렉산드라 불라는 모친을 통해 허락을 받아냈다. 이번에 한 작가 당 20~30점을 전시한다. 작가가 보낸 사진을 무조건 다 전시할 수 없다. 기준을 정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 평균 10장 중 1장 정도만 사용된다.

지난 6월말부터 한달간 귀한 사진 파일을 전송받았다. 최대 난관은 사진을 인화해 액자로 만드는 일. 3명의 스태프가 가세한다. 프리랜서 작가 박연정, 사진편집 디자이너 권석진, 프린터 전문가 인춘교씨가 함께 툭하면 철야 작업을 했다.

고성능 캐논 잉크젯 프린터는 24시간 풀가동됐다. 작가가 원하는 컬러톤과 질감을 위해선 사진 한장을 아이 받아내듯 세심하게 컨트롤해야만 했다. 일단 모니터상에서 최대한 확대해 사진 파일에 흠이 없는가 확인한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작업을 해야 한다. 일부 작가는 직접 이런 식으로 출력해달라고 샘플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용지도 아무 것이나 사용 못한다. 흑백사진은 일반 컬러 용지에 비해 4배 비싼 파인아트지, 컬러사진은 광택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반광지를 사용했다. 이번 전시 사진 중 가장 큰 사이즈는 가로 165㎝, 세로 125㎝. 다 출력하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사진 디스플레이.

관람자의 동선과 전시장의 넓이, 관람시작과 끝의 동선을 어떻게 잡느냐, 작가 배치 순선, 메인 사진 부착 장소, 사진 크기와 거는 방법…. 이 모든 걸 현장 관계자에게 말로 설명해선 알아듣지 못한다. 어렵사리 전시장 개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미니어처를 직접 만들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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