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日 아베정부는 ‘폭주기관차’…동학답사는 그에 제동을 거는 일 중의 하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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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4   |  발행일 2014-10-24 제34면   |  수정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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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츠카 교수를 비롯한 동학농민혁명 기행단이 지난 19일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일본군 강제위안부역사관 건립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일 시민이 함께하는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기행’을 어떻게 해서 기획하게 됐나.

“2002년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고창의 전봉준 생가와 무장읍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가 관심을 보여 그와 함께 일본인 답사팀으로선 처음 동학현장을 찾게 됐다. 그 전 93년, 일본의 진보적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원과 연계해 유럽의 아우슈비츠 등지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후지국제여행사에 한국의 동학혁명지답사를 제안했다. 일본인에게 청·일전쟁의 실상이 무엇이며 왜 한국의 동학농민혁명이 위대한지 알리고 싶었다. 당시 일본은 조선보호론을 앞세워 조선침략을 정당화했다. 처음엔 답사단 수가 얼마 되지 않았으나 2006년부터 매년 15~30명 꾸준히 참가하게 돼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게 됐다. 이번 참가단은 40명으로 가장 많은데 지금까지 200여명이 참가했다.”

박맹수 교수는 “나카츠카 교수가 죽을 때까지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학답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고 했다.

-동학농민혁명 역사기행으로부터 얻은 것은 무엇인가.

“120년전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아는 것은 물론, 한국 땅에서 살고 있는 한국 시민의 생각과 세계관을 배우는 여행이다. 한반도와 일본, 두 나라 사이에는 19세기 후반 일본의 침략 때문에 발생한 뿌리 깊은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진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해옴으로써 보통의 일본인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학자인 나 자신도 일본군이 자행한 수만명의 동학농민군 학살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했다. 동학농민군 학살은 근세 일본군에 의한 최초의 제노사이드(인종학살)다. 답사단이 이런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답사여행을 통해 한·일 시민간 우정이 계속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본에서 동학연구는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간사이 고베시에 있는 고베학생청년센터에 ‘무쿠게모임’(무쿠게는 무궁화의 일본식 발음)이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30여년 전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 온 단체인데 이 단체의 회원인 노부나가 세이기씨가 호남과 충청의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둘러본 뒤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 또 일본의 세계적 학술단체인 교토포럼이 ‘한국의 동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2007년 아사히 신문이 ‘동아시아를 만든 10가지 사건’이라는 기획특집으로 동학에 대한 심층취재를 했다.(박맹수 교수는 이 모든 것이 나카츠카 교수를 비롯해 이노우에 가츠오 명예교수, 가와다 히로씨 등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김문자, 조경달 선생 같은 재일사학자의 연구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본교과서에 동학 등에 대한 서술이 들어있나. 일본의 역사교육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동학난으로 인해 조선정부의 요청으로 일본군대가 진주했다고 서술돼 있다. 이면에 감춰진 조선침략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일본 전체의 역사교육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근세 한국침략에 대한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 또 태평양전쟁의 궁극적 책임은 일왕에게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 일왕의 책임을 추궁하고 재판에 회부했어야 했다. 특히 일본 역사교과서는 중세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제국주의시대 일본의 잘못을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 언론도 문제다. 이런 역사의 무지로부터 왜곡이 생겨 일본 내 극우세력이 판을 치는 거다.”

-지난 4월 고창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로부터 제7회 녹두대상을 수상했다.

“이 시점에 왜 일본인에게 최초로 녹두대상을 주었을까 생각해봤다. 그건 바로 아베내각의 망언과 망동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이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결과라고 봤다. 개인에게 녹두대상을 준다기보다 일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본다. 그래서 기꺼이 수상하기로 결심했다.”

-녹두대상은 전봉준을 기리는 상이다. 그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녹두대상 상패에 새겨진 문장 속에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을 선동하는 글자가 하나도 없다. 동학농민혁명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신은 ‘자주와 평등’이라는 숭고한 정신이다. 과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현실의 나날 속에서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격차를 확대시켜 가고 있는 일본의 아베내각과 천지 차이가 나는 역사의 창조적 실천이다. 상을 받은 이후 나라를 비롯해 도쿄와 쿄토에서 동학농민혁명이 현대의 한국에서 어떻게 숨 쉬고 있는가를 일본의 벗들과 시민에게 강연하고 잡지에도 기고했다.”

-아베내각을 어떻게 생각하나.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지난 9월초 내각을 개편했는데 19명의 각료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타로 부총리를 비롯한 15명의 각료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소속이다. ‘일본회의’란 ‘일본의 모든 악의 근원은 도쿄재판사관에 있다’는 주장을 기본적으로 하는 단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천왕제 국가였던 일본군국주의는 패배해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임으로써 항복했다. 그후 일본은 51년 대일평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조약 11조에 의해 ‘도쿄재판’ 즉 ‘극동국제재판소 재판’을 수락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일본회의’는 일본의 국제사회 복귀 약속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는 정치집단이다. 다시 말해 아베내각은 단순한 보수정권이 아니라 역사수정주의와 우익집단 정권일 뿐이다. ‘집단적 자위권 결정 반대’ ‘원전 재가동 중지’ ‘오키나와의 헤노코기지 건설 반대’ 등 일본 내 시민세력의 주장을 무시한 채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내각이 걸어가고 있는 정책이 세계에 통할 수 있다고 보나.

“지난 9월18일,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2014년판 ‘전략개관’을 발표하면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관한 자세가 일본을 국제적 고립으로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는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도 저해했다. 특히 지난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중국에 의한 동지나해 상공의 방공식별권 설정문제를 둘러싼 일본 측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정을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유럽연합국가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일본국민들이 아베내각을 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일본국민이 아베정권을 일본 정계로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긴 안목으로 역사를 직시해야 아베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 답사단이 9회째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앞으로 동학기행을 계속할 것인가.

“그렇다. 동학농민혁명에 참가한 분들의 후손을 만나 그분들의 솔직한 증언을 듣고 싶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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