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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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31   |  발행일 2014-10-31 제2면   |  수정 2014-10-31
인구 13만8984명 미만 경북 6곳 직격탄 … 지역 대표성 약화 우려
헌재 “인구 편차 3대 1서 2대 1 이하로 바꿔야”
20141031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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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 획정의 인구 기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6년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 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고모씨 등 6명이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인구 편차를 3대 1 이하로 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 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현행 법 조항대로 하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 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 수가 많을 수 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반대 의견을 낸 박한철·이정미·서기석 재판관은 시대 변화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은 “도시와 농촌 간 경제력과 인구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이런 차이로 인해 지역 이익이 대표돼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으로 미뤄볼 때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투표 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수만 증가할 뿐, 지역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 의원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선거구 구역표의 개정 시한을 내년 12월31일로 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6년 4월13일 실시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상 선거구 구역표를 개정해야 한다.

“투표 가치의 평등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
 내년 말까지 개정 결정

 수도권 의석수 늘어나고
 영·호남은 줄어들 전망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정치권, 대응책 마련 부심

◆시·도별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

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총 246개 지역구 가운데 헌재 결정에 부합하지 않는 선거구는 62곳이다. 인구상한을 초과해 선거구를 나눠야 할 곳이 37곳, 인구하한에 미달해 통합해야 하는 선거구가 25곳이다.

지역별로는 올해 9월말 현재 서울 5곳(상한초과 3곳, 하한미달 2곳), 부산 3곳(상한초과 1곳, 하한미달 2곳), 대구 2곳(상한초과 1곳, 하한미달 1곳), 인천 5곳(상한초과 5곳), 광주 2곳(상한초과 1곳, 하한미달 1곳), 대전 1곳(상한초과 1곳), 세종 1곳(하한미달 1곳), 경기 16곳(상한초과 16곳), 강원 2곳(하한미달 2곳), 충북 1곳(하한미달 1곳), 충남 5곳(상한초과 3곳, 하한미달 2곳), 전북 6곳(상한초과 2곳, 하한미달 4곳), 전남 4곳(상한초과 1곳, 하한미달 3곳), 경북 7곳(상한초과 1곳, 하한미달 6곳), 경남 2곳(상한초과 2곳) 등이다.

결국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호남권의 의석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반면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의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별 선거구는 인구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자치구·시·군 안에서 경계 조정을 통해 인구기준을 충족하게 될 수 있고, 구체적인 획정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통합·분구되는 선거구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 대응책 마련 부심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 들썩이고 있다. 여야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자신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게임의 룰’의 변화가 현실로 닥치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여야 간 이해가 엇갈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과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 지역 의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광역시·도별로는 농·산·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영·호남 의원의 우려가 컸고,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해 지역구가 비교적 적은 충청권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에 반색했다. 영호남 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일제히 드러냈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여야 교섭단체가 막후 게리맨더링을 통한 ‘나눠먹기’를 시도할 수 있다. 현행 의원정수(300석)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통·폐합을 줄이면서 분구조정을 시도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지역구 의원을 일부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패권주의를 유지해온 건 현행 선거제도”라고 지적하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계기로 선거제도 전반에 걸친 근본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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