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지금은 생활체육 시대

  • 이창남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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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1   |  발행일 2014-11-01 제1면   |  수정 2014-11-01
同好에서 同志(뜻을 같이 함)로…중년 여성들 테니스로 삶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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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테니스클럽 소속 주부들이 지난 10월24일 열린 어머니테니스대회에 참가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급격한 체중증가·갱년기 우울증
함께 모여 운동하면서 극복
1993년부터 어머니테니스대회
행사비용은 대부분 자비로 충당
대구생활체육 인프라 절대 부족
예산·시설 등 市 차원 지원 절실

“행복하고 싶으세요?”

지난달 24일 대구시 북구 시민운동장 내 테니스장. 대구 각 구·군 테니스클럽 소속 30여명의 중년 여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어머니테니스대회’를 앞두고 중년 여성들의 웃음이 늦가을 형형색색의 코스모스처럼 활짝 피어났다.

테니스를 매개로 이들은 20년 넘게 서로 언니, 동생하며 동시대를 살아왔다.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어떤 기분인지 잘 알 수 있다.

테니스를 하기 전에는 누구의 ‘어머니’나 ‘아내’로 불리지만 마음 속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진실된 소통의 대상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차일피일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을 뿐, 자기 관리를 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갱년기 우울증,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을 겪으며 초라하게 변해버린 자신을 보며 가족 몰래 우는 날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테니스’라는 생활체육 종목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참여 계기도 단순했다. 테니스를 자주 치러 가는 이웃이나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 등을 통해서 테니스에 입문한 것.

중년 여성의 경우 50대로 접어들면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무릎과 어깨가 부실해진다. 주부 황성호씨 역시 마찬가지 증상을 겪었다. 해결책은 테니스였다. 90년대 초반 동네 인근의 대학교를 찾았다가 테니스를 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곧바로 테니스 라켓을 들기 시작했다.

황씨는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는 60㎏이 넘기도 했지만 공을 치면서 몸에 균형이 잡혔다”며 “운동에 열중하다 보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어 주위에 함께 운동을 하자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를 향한 황씨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테니스로 친해진 주부들과 손을 잡고 ‘어머니’를 타이틀로 내건 국내 최초 테니스 대회를 1993년 개최했다. 올해 대회도 어김없이 지난 14일 성황리에 마쳤다.

“테니스를 하는 주부 중에는 유방암 등 각종 암과 성인병의 치유와 관리에 효과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테니스 같은 생활체육은 앞으로 대구시 차원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인프라도 늘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로 입문 20년차인 장영숙씨는 테니스 예찬론자다. 장씨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정에서도 나 자신이 아내, 엄마로서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족을 대하게 됐다”면서 “많은 주부들이 집 밖으로 나와 함께 땀 흘리며 테니스를 즐겼으면 좋겠다. 긍정의 에너지가 샘솟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결국 이것은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의 발전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발디디고 있는 대구는 주부들의 이런 열정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도 250만 시민이 풍부하게 향유할 수 있는 생활체육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원을 인구 규모와 도시 위상에 맞게 늘려달라”는 생활체육인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공무원부터 시장에 이르기까지 항상 “예산 부족”을 주된 이유로 내세운다. 예산 범위 내에서만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공무원들의 한계 설정은 사실 생활체육이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대구시는 정부가 책정한 3조4천억원의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서 고작 537억원만 확보했다. 이러다보니 ‘어머니테니스대회’를 이끌어온 황씨와 주부 회원들은 행사 진행 경비 대부분을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그동안은 대구시 차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커녕 제대로 된 연습장을 확보하는 데도 공무원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테니스 모임은 대(代)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50~80대로 구성된 회원들은 대부분 장성해 결혼한 자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며느리를 본 회원의 경우 매주 ‘공 치기’라 불리는 테니스 모임에 며느리를 데리고 나온다. 아직 미혼인 딸에게는 라켓을 쥐어주며 무조건 연습장으로 데리고 나온다.

박용희 대구시 여성테니스연합회장은 “운동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누구나 하나가 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며 “대구가 생활체육에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여건이 열악하다고는 하지만 종목별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긍정의 에너지가 모인다면 대구시민들의 행복지수와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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