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왜 한국서만 유독 전파 빨랐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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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8 07:24  |  수정 2015-06-08 07:24  |  발행일 2015-06-08 제3면
중동보다 바이러스 유리한 기후…
환자밀집 병원 환경에 문병문화…
정부대응 허술까지‘세계3위’오명
메르스, 왜 한국서만 유독 전파 빨랐나?
김관용 경북도지사(맨 왼쪽)가 지난 6일 영천시보건소에 마련된 천막 진료소를 찾아 메르스 유입 방지를 위한 예방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 이 바이러스가 더 잘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메르스 환자 수(7일 현재 64명)로 보면, 이 바이러스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1천19명·450명 사망)와 아랍에미리트(76명·10명 사망)에 이은 세 번째 국가이다. 하지만 2위와는 환자 수 차이가 12명밖에 나지 않는다. 중동 이외 국가에서는 대체로 환자 2∼3명 발생에 그쳤다.

이 때문에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강한 변종으로 변이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사우디와 99.82%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같은 바이러스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 바이러스가 더 잘 전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송대섭 교수(약학)는 우선 국내 기후가 이 바이러스의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인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기온·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바이러스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현재 건조하고 온화한 국내 기후가 메르스 바이러스 생존 환경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국내의 병원 환경도 메르스가 쉽게 퍼진 원인으로 지적된다. 좁은 입원실, 가족 등이 동반하는 병 간호·문병 문화가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가 많아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느슨한 방역망도 메르스의 확산을 부추겼다.

최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달 11일부터 거의 열흘 동안 격리없이 병원을 옮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국내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14번, 16번 환자가 격리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니면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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