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이 되든 가덕도가 되든…‘보수의 양대축’ 분열 불가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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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  발행일 2016-05-25 제5면   |  수정 2016-05-25
신공항 입지 6월말 발표 …후폭풍 예고
총선참패 뒤 엎친 데 덮친 격…새누리에 또다른 대형 악재
호남 석권·부산 공략 총공세…국민의당·더민주와 대조적

4·13총선의 충격적인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다시 대형 악재로 짙은 암운에 휩싸이고 있다. 6월말 신공항 입지 결정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양대 텃밭으로 보수의 아성이 되어온 TK(대구·경북)와 부산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밀양이냐 가덕도냐 결과에 따라 양 지역 중 한 곳은 쑥대밭이 되어 ‘보수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다음달 25일 전후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1992년 신공항 사업이 본격 언급된 지 24년 만이며, 이명박정부가 백지화를 선언한 지 5년 만이다.

1992년부터 거론된 신공항은 2006년 부산쪽의 적극적 건의를 받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본격 검토됐다. 신공항은 그러나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후 부산은 대구를 포함해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신공항 유치를 제안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다.

이후 신공항 후보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좁혀졌지만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재차 백지화를 선언했다. 신공항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선후보 당시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정과제에까지 반영했다.

특히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당선이 위태로워지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약한 것이 뇌관이 되고 있다. 시장직을 걸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의식한 서 시장은 최근 ‘전문기관의 용역결과 수용’이라는 5개 지자체 단체장의 합의를 파기하고, 독자적인 신공항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유치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부산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더욱이 서 시장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가 용역에 관여하는 듯한 오해를 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은 ‘밀양’으로 입지 결정이 될 경우 자신의 공약이 이행되지 못한 데 대한 면피용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TK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여권에 대한 부산 민심의 이반이 적지 않을 것이며, 새누리당의 부산 정치인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합의 준수’를 고수해오던 TK 핵심인 대구에서도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1995년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이 상수도 오염을 지적한 부산의 방해로 무산됐다. 공항이 부산으로 간다면 여당에 대한 반감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총선 때 보낸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가 해소되기는커녕 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총선 후폭풍에다 신공항 입지 결정까지 맞물리면서 보수가 완전히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인 반면 진보진영은 세력 넓히기 경쟁에 나서 대비된다.

이는 호남 의석을 석권해 사실상 호남 정당인 국민의당과, 부산에서 5석이나 차지한 더민주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차기 대선에서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여권 핵심 인사는 “신공항 입지 결정을 발표하는 것도 미루는 것도 모두 부담이다. 공항 부지를 확정한다면 확정하는 대로, 미루면 미루는 대로 정권에는 부담이 되고 새누리당 내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진보진영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세력을 넓혀 가는 반면, 보수는 끝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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