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과 섬’ 유달산·삼학도 파노라마 풍광…藝鄕의 잠 못드는 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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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1   |  발행일 2016-07-01 제35면   |  수정 2016-07-01
■ 2부 여름 이야기-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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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에 등장하는 삼학도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카누. 시민들이 유달산을 보며 유유히 노를 저어가고 있다.

삼학도 내항, 첫 부두이자 최고 포토존
유달산 아리랑고개서 서산동 언덕길
‘보리마당’ 현지인만 아는 전망포인트
해질녘 온금동 골목 정경은 한 점 판화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목포항구축제
목포문학관엔 김우진·차범석 등 족적

◆삼학도 & 아코디언 & 카누

목포 최초의 부두는 삼학도 내항. 지금은 북항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목포 최고의 포토존 중 하나다. 유달산·삼학도·바다가 기가 막히게 황금분할을 이룬다. 그 자리에 누군가 한 명을 불러 세워야 한다. 국내 마지막 아코디언 연주자 중 한 명인 김광호씨다. 누추하면서도 고매한 기운이 묻은 산정동 그의 집을 방문했다. 수묵화 삼매경에 빠진 그는 동행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다. 그런 그를 굳이 설득해 내항 부둣가로 갔다. 그에게 목포의 눈물 같은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눈빛이 금세 어둑해지다가 아련해진다. 아코디언을 펴자 비가 조금씩 흩뿌린다. 그는 호시절 삼학도 선창의 정조를 손금처럼 기억하고 있다. 송궁카바레가 문을 닫으면 어김없이 그 선창으로 와서 헛헛한 심사를 술로 달랬다. 호남·서해안·남해·88고속도로도 없었던 그 시절 삼학도는 오직 목포 사람들만의 공간이었다. ‘술반 노래반’으로 흘러넘쳤다. 하지만 지금 그 선창은 모두 철거되고 없다. 삼학도는 이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과 목포요트마리나와 카누 체험장으로 더 유명하다. 삼학도에 카누·요트가 등장한 것처럼 목포역 옆에도 루미나리에 골목이 조금은 생경하게 매칭되었다. 중앙동 일본 적산가옥을 개조한 담쟁이덩굴이 매력적인 중앙동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한 잔 커피로 다리에 묻은 피로를 잠시 말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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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마지막 정조를 간직한 아코디언 연주자 김광호씨.

◆예향의 면모

예술의 뒤안길을 찾는다면, 진도에서 발원한 운림산방 출신 4명의 대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자연사박물관 내 남농기념관과 목포문학관을 함께 찾아보라. 문학관에 가면 한국 문단의 신기원을 이룬 목포 출신 4명의 문학인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근대극을 최초로 도입한 극작가 ‘김우진’, 여류 소설가로 최초로 장편소설을 집필한 소설가 ‘박화성’, 국내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극작가 ‘차범석’, 평론 문학의 독보적 존재인 문학평론가 ‘김현’이다. 목포를 왜 ‘예향(藝鄕)’이라고 하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현해탄에 몸을 던졌고 ‘사의 찬미’를 불렀던 한국 첫 소프라노 윤심덕의 애인이었던 김우진의 생가는 지금 북교동 성당으로 변해 있다.

국내 성지순례파도 목포를 주목한다. 호남 최초의 교회인 양동교회와 북교동교회, 천주교 레지오마리애 발상지 산정동 성당 등 ‘1박2일 남도성지순례’ 관광상품까지 등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집도 목포진 근처에 초라한 자태로 남아 있다.

조만간 여수보다 더 긴 해상케이블카까지 설치할 모양이다. 계획에 따르면 이 해상케이블카는 죽교동 유달산 주차장에서 출발, 이등바위~일등바위~관운각 아래쪽을 지나 곧바로 고하도 반환점을 돌아나온단다. 총 3.36㎞.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인 여수 해상케이블카 구간(1.5㎞)보다 길다.

29일부터 8월2일까지 ‘신명나는 파시 한판!’이라는 주제로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서 2016 목포항구축제도 열린다. 목포종합수산시장, 목포해양수산복합센터, 해산물상가, 건어물상가, 서남권수산물유통센터, 젓갈골목 등이 풀가동된다. 목포항이 거대한 ‘파시’로 둔갑할 것이다.

◆최고의 빈티지 상품…온금동

예전 문인들은 목포를 ‘청호(靑湖)’라 했다. 목포 앞에 고하도, 외달도, 압해도, 암태도, 비금도 등 숱한 섬들이 여러 겹 방파제처럼 포진하면서 목포로 향하는 파도를 막아버렸다. 그래서 너무나 잔잔해진 목포 앞바다는 도무지 바다 같지 않고 그냥 ‘파란 호수’로 보였을 것이다.

목포는 1천4개의 섬을 가진 신안군을 비롯해 서남해안 섬들의 종가다. 섬들의 수재는 다들 목포로 와서 공부했다.

대구가 골목의 고장이라지만 목포 골목은 통영의 동피랑,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는 질감이 확연히 다르다. 잘 익은 토하젓처럼 곰삭을 대로 삭아버렸다. 삼학도 내항 앞 동명동에서 유달산 아래 죽교동, 대성동, 목원동, 만호동, 온금동, 서산동 등으로 연결된 원도심 동네는 비뚤빼뚤. 그 골목에서 듣는 목포 사투리는 또 다른 목포의 별미.

대책없는 사람을 겨냥한 ‘징허요’, 목포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문 중 하나인 ‘뭐시라요’, 상황 파악을 잘 못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내뱉는 ‘물색없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는 어딜까? ‘호남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온금동’이다.

유달산 바로 옆 아리랑고개에서 서산동 언덕으로 우회전해서 올라가면 숨겨진 전망포인트인 ‘보리마당’을 만날 수 있다. 여기 올라서면 온금동의 전신을 훑어볼 수 있다.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은 거기서 뭔가 영감을 얻을 것이다. 보리마당은 예전 수확한 보리를 말리던 언덕이다. 일반 관광객은 잘 안 온다. 현지인들만 아는 곳인데 주위 전망이 상당하다. 꼭 두 번 올라봐야 한다. 대낮엔 제주도와 목포를 오가는 페리호의 ‘수적(水跡)’을 한가로이 감상할 수 있고, 저물녘엔 골목 가로등과 쪽방에 불이 드문드문 들어차는 광경을 판화처럼 볼 수 있다. 온금동은 일명 ‘따뜻한 언저리’라 해서 목포에선 ‘다순구미’로 불린다. 조금·사리 때 물 때가 나빠 바다로 가지 못한 많은 남정네들이 아내와 배를 맞춰 낳은 아이를 그 동네에선 ‘조금새끼’라고 했다. 얼마나 짠한 사연인가. 다른 곳은 개발해도 이 동네는 존속했으면 좋겠다. 삼학도 매립처럼 무턱대고 개발하면 번쩍거릴지는 몰라도 정조와 질감은 절멸해버린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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