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호미곶 매서운 海風 먹고 자란 ‘단맛 시금치’…산지 이름 따 차별화·명품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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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34면   |  수정 2016-12-09
포항초 이야기
겨우내 호미곶 매서운 海風 먹고 자란 ‘단맛 시금치’…산지 이름 따 차별화·명품화
겨울이면 제철을 맞는 겨울시금치의 전령사인 ‘포항초’. 오창우 호미곶 해풍시금치 작목반장이 수확한 시금치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을 대변하는 먹거리 3인방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곳이 있다.

포항 호미곶이다. 호미곶의 바람은 제주도와는 질감이 다르다. 차지고 맛있는 바람이 종일 불어온다. 그래서 호미곶면으로 가면 구룡포권과 맞물려 벨트화된 과메기는 물론 보리와 시금치까지 한 세트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구만리~대보리~강사리 해안 언덕배기로 가면 해풍을 먹고 자란 ‘포항초(겨울 시금치)’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 동절기 시금치의 양대산맥은 포항에서 나오는 ‘포항초’와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나오는 ‘섬초’다. 포항초도 여러 문파가 있다. 호미곶에서는 ‘해풍시금치’, 칠포해수욕장 근처의 ‘곡강시금치’, 이 밖에 청림동, 연일읍, 동해읍 등에서도 출하된다.

국내 시금치는 대개 두 가지 종자로 나뉜다. 봄에 파종해 여름에 먹는 종자는 서양계다. 병충해가 적고 더운 기후에 잘 크는데 대신 맛이 싱겁다. 여름에 먹는 시금치들은 다 이 종류다. 이와 달리 가을에 파종해 겨울에 수확하는 포항초·섬초들은 모두 동양계다.

물론 업자들은 포항초를 제일로 친다. 포항초는 한때 ‘해도시금초’로 불렸다. 포항초는 단번에 표시가 난다. 포항초는 영하 20℃ 이하로 내려가면 시커멓게 죽었다가도 햇볕만 쬐면 푸르게 생생해질 정도로 생명력이 대단하다. 일반 시금치에 비해 크기가 작으면서 뿌리 쪽이 붉은빛을 띤다.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적당한 염분이 더해진 때문이다. 또한 뿌리가 길게 자라지 못하고 떡배추처럼 옆으로 퍼지면서 영양이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고르게 전해져 일반 시금치보다 당도가 높고 저장기간도 길다. 이 종자를 다른 곳에 심으면 돌산의 돌산갓처럼 제맛이 안 난다.

현재 포항초의 산증인은 여럿 있다. 구룡포읍사무소 근처 눌태리에서 6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포항초를 재배하는 오염준씨, 흥해읍 곡강시금치의 산증인인 이등질씨, 오창우 해풍시금치 작목반장 등이 리더격이다.

한동안 노지에서 재배됐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가 추세다. 찬바람에 잎 끝이 노랗게 마르는 노지 시금치는 마른 잎을 떼내는 손질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대도시 소비자들이 고운 시금치만 찾기 때문에 실내·외 온도 차가 덜한 홑겹의 비닐하우스로 재배 방식이 변하고 있다. 처음엔 곡강이 유명했는데 요즘엔 공단에 편입되면서 재배농가가 줄어들고 있다. 요즘은 노지만 고집하는 강사리가 포항초의 고향처럼 급부상했다. 강사리의 브랜드는 ‘해풍시금치’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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