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 인수 서두르는 北…부검결과·송환시기 등 '이목'

  • 입력 2017-02-16 00:00  |  수정 2017-02-16
말레이 정부, 인도 입장 표명…北대사관 '침묵' 속 분주히 움직이는듯
김정남 시신 안치 영안실엔 내외신 기자 130여명 운집..동향 예의주시

16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인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는 3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들었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인도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북한대사관의 반응과 향후 계획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북한의 부검 반대와 조속한 시신 인도 요구를 일축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부검이끝나자 북한 측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전까지 마치 빈 집인 양 인적이 거의 없던 북한대사관의 주변이 북적거렸지만, 북한 측은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철창 정문 사이로 보이는 북한대사관의 현관 앞에는 강철 북한대사의 전용차량인 검은색 재규어 승용차가 서 있었다. 다른 관용차량도 보였지만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연합뉴스 기자는 북한대사관 대표전화와 강 대사의 개인 연락처를 통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날 오후 4시께 북한대사관에 진입하기 위해 정차한 승용차를 둘러싸고 질문세례를 퍼부었으나, 운전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국내외의 관심은 부검결과와 함께 시신의 북한 송환시점과 방식에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상황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시신을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인도 시점은 결국 부검결과가 나온 이후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해 입수한 샘플을 정부 산하 분석기관에 넘겨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김정남이 독극물에 의해 살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김정남 부검 과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의 얼굴을 포함한 신체에 아무런 주사 자국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일각에서 제기한 '독침설'보다는 독극물이 발린 천 또는 스프레이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독극물의 종류를 통해 북한과의 연계성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부검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2~3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주변에는 오히려 전날 오후보다 많은 13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있다.
 영안실 주변에서는 현재까지 북측 관계자들의 모습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측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으로 옮길 때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 눈여겨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차원에서 최근 북한 고려항공의 전세기 운용 허가 연장을 거부했다.

 동남아 권역에서는 감염 및 오염 가능성 때문에 시신을 여객기에 싣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에 별도의 전세기를 띄워야 한다. 따라서 북측이 김정남의 시신 이송을 빌미 삼아 말레이시아 정부에 고려항공 전세기 운용 허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북측이 김정남의 시신을 현지에서 화장할 수도 있다. 항공기를 이용한 시신 이송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절차도 복잡한 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남피살 직후 조속한 시신 인도를 말레이시아 측에 요청한 사실에 미뤄볼 때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14일과 15일 범행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KLIA2·제2청사)을 통해 출국하려던 여성 용의자 두 명을 하루 간격으로 검거한 데 이어 16일 세번째 용의자를 추가로 검거했다.

 여성 용의자들은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세번째로 검거된 용의자는 말레이시아 국적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북측 공작원들이 수사에 혼란을 주려고 일부러 외국인을 암살도구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지 소식통은 "KAL기 폭파 사건 당시 김현희가 처음 일본인으로 알려졌던 것처럼 신원을 가짜로 꾸민 것일 수도, 아니면 꼬리를 안 잡히려고 외국인을 대신 밀어 넣은 것일 수도 있다"며 "말레이시아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책임을 제3국에 떠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면서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북한에 대한 반감도 표출되고 있다.
 이날 최초 검거된 여성 용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심사한 세팡법원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난 50대 현지인 남성은 "북한은 모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 이들은 모두 죽이는 미친(crazy) 국가"라며 "북한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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