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법을 찾다 .1] 실업의 현주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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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1   |  발행일 2017-10-11 제20면   |  수정 2017-10-11
청년실업률 전국 최악, 비경제활동인구까지 급증 ‘암울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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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지역의 한 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부스를 돌며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고용시장을 맴도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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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들이 대구시 동구 대구공고에서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치르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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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인턴스’(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인턴을 맴도는 이들), ‘캥거루족’(자립할 나이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이들), ‘N포세대’(사회적 어려움 탓에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다양한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대학5년생’(취업난 등으로 졸업을 미루는 이들), …. 이 시대의 청년을 일컫는 자조적인 신조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 관련 정책을 서둘러 내놓은 지 넉달째, 여전히 청년실업률은 매달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에 청년이 겪고 있는 현실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관련 정책에 대한 점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대구와 경북, 나아가 대한민국의 청년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청년실업자 40만명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슬픈 단면을 소개한다.

2분기 대구 청년실업률 12.6%
7대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아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도
전분기보다 7천명이나 늘어

학원 다니거나 홀로 준비하는
전국 공시생 72만8천명‘최대’
지방공무원 경쟁률 129.6대 1

취업 후 퇴사자도 증가 추세
대부분 조직·직무 적응 실패


◆대구 청년실업률 전국 최악

통계청이 집계한 8월 청년층(15세 이상~29세 미만) 실업자 수는 41만7천명에 달한다. 지난해 8월보다 1천명이 늘었다. 올 8월 청년층 총인구 수가 981만명 수준이니 5명당 1명꼴로 실업자인 셈이다. 실업률은 9.4%로,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1999년(10.7%)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대구의 청년실업률도 전국 최악의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대구지역 청년실업률은 12.6%로,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다. 전국 평균(10.4%)을 웃도는 수준이다. 부산(12.3%), 인천(11.5%), 서울(10.3%)이 뒤를 이었고 대전(9.0%) 울산(8.9%), 광주(8.4%)는 한자릿수에 그쳤다.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2분기(14.4%)에도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3분기 10.2%, 4분기 9.7%로 줄어들어 최상위 순위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올 1분기 11.5%로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청년층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의 2분기 청년층 경제활동인구는 전분기에 비해 8천명이 줄어든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7천명 늘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도 경제활동인구는 1만8천명 줄고 비경제활동인구는 1만4천명 늘었다. 이에 따라 올 2분기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65.3%)도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6.6%포인트, 전 분기에 비해 3.3%포인트 감소했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묶어 경제활동인구로, 그 외 가사·육아·통학·심신장애 등을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있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공부에 매달리는 취준생이나 공시생도 여기에 포함되는 셈이다.

◆공무원시험, 여전히 최후의 보루

지난달 19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공무원학원 앞. 수업을 마친 청년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또래와 인사를 나누거나 한번쯤 웃음을 보일만도 하지만, 무표정한 모습으로 걸음을 떼기 바빴다.

이날 학원 앞에서 만난 김모씨(29)는 ‘공시생 4년차’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내년부터는 노량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며 토익, 학점 같은 스펙은 열심히 쌓았지만 이른바 ‘지잡대(지방의 잡다한 대학)’ 학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최종면접까지 가서도 항상 떨어지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눈높이를 낮춰도 스펙 경쟁은 여전했다. 오로지 시험 공부로만 승부를 낼 수 있는 공무원 시험이 결국 최선이자, 최후의 방안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2번 정도 떨어지고는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결국 일반 기업의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새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기조를 내세운 이후 학원 수강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아니지만, 기존의 수험생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누구든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니 일자리가 늘어나는만큼 경쟁자도 급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공시생과 같이 직접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취업을 위해 학원에서 강의를 듣거나 홀로 준비를 하는 이는 72만8천명으로 7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1만명 늘어난 것이다. 9월23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치러진 지방공무원 7급 시험에도 222명 선발에 총 2만8천779명이 지원했다.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평균 129.6대 1의 경쟁률이었다.

◆청년실업의 새 단면, 조기 퇴사

취업난 속에서 자신의 첫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도 실업자이지만,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는 청년도 실업자의 길로 들어선다.

직장인 2년차 장모씨(30)는 곧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다. 잦은 야근 탓에 회사를 다니며 이직을 준비하려 했던 계획도 접었다. 그는 2년여간의 긴 취업준비기간에 지쳐, 원래 가고자했던 회사보다 눈을 낮춰 입사했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과 적은 월급 등으로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다.

장씨는 “너무 급하게 취업한 탓이 컸다. 내가 생각한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에 애사심도 없고,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도 줄었다”며 “‘살벌한 취업 전쟁터에 다시 뛰어들거냐’고 말리는 이들이 많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퇴사를 하려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내 퇴사율은 27.7%로, 2014년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주된 퇴사 이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9.1%)가 가장 많았으며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0.0%),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5.9%) 등의 순이었다. 이는 최근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현상과 취업난에 내몰려 급하게 취업하는 경우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부분의 기업에서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고 있거나, 고용안정성이 불안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실태조사를 보면 법정 주 근로시간 40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업의 경우 최대 52시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삶과 일의 균형 자체가 상당히 무너져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고용안정성이 불안하다는 점도 청년 실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결국 청년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실업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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