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날…매일매일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가요”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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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34면   |  수정 2018-05-25
■ 퇴직후 제2의 인생 김중희씨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날…매일매일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가요”
김중희씨는 매일 오전 아양아트센터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인데도 전혀 그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와 민첩한 몸동작을 보여줬다.

◆명퇴가 삶을 새로 바라보게 해= 그가 이처럼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0년 명예퇴직을 한 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 정신없이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퇴직한 뒤 문화센터 등에서 차, 메이크업, 꽃꽂이, 플루트, 사진 등을 두루 배웠다.

“거짓말 좀 보태어서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매일 수업표를 짜서 열심히 배우러 다녔습니다. 늘 가르치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가 상당히 컸지요. 하지만 1년여 배우고 나니 더 이상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2002년 기간제 교사로 새롭게 일을 시작, 2003년 경북임용시험을 통해 경북지역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10년 가까이 근무를 이어갔다.

“다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제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우선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했습니다. 1년여 쉬어보니 퇴직 후 삶을 잘 설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외모도 예전보다 좀 더 신경을 썼습니다. 50대 중반에 다시 직장생활을 하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나이 든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회의가 있을 때는 화장을 더 화사하게 하고 때때로 새 옷도 사서 입었지요.”

“명퇴 후 1년간 지내다 임용시험 통해 복귀
학교생활 다시 시작하며 퇴직 후 많이 고민
가족들 지병으로 고생, 운동만이 살길 생각
체력·건강 좋아지니 다양한 운동 도전 욕심
집안일에 치여 한번도 못해본 손톱도 관리”

◆운동이 너무 좋아= 그는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해 고민한 끝에 2005년 등산학교 야간반에 들어갔다. 체력을 다지면서 여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등산학교를 간 것이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도록 한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등산학교에 들어간 뒤 외국으로도 몇 차례 산행을 떠났다.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의 유명 산을 산행했다. 중국에 있는 5천여m의 산도 탔는데 매일 9~10시간 산행을 할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체력을 다져나갔다.

김씨는 살기 위해 운동을 했고 이젠 완전히 습관이 됐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당뇨병이 있었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당뇨합병증으로 크게 고생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운동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길러지고 운동량과 운동시간도 점점 길어지더군요. 최근 남편과 10여일 동안 아프리카 여행을 했지만 별로 피곤한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20대 못지않은 멋쟁이= 그를 2시간여 취재하다 보니 은발 못지않게 멋진 게 또 있었다. 바로 손이다. 10개 손가락의 손톱에는 제각기 다른 매니큐어가 칠해져있었다. 거의 네일아트 수준이었는데 김씨가 직접 칠한 것이라 한다.

“애들 키울 때는 진짜 매일 밥하고 설거지하느라 손 관리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둘만 사니까 이렇게 손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있습니다. 매니큐어를 바르면 우선 제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얼굴에 화장을 하거나 정장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고운 빛깔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반지다. 커다란 반지를 2개나 끼고 있다.

“길 가다가 예뻐서 샀는데 몇 푼 안 합니다. 저는 비싼 반지보다 이런 반지가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예전에는 직장생활에 육아에, 바빠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지금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제 생애 최고의 순간이 지금입니다. 현재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런 멋진 날을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지요.”

모든 사람은 매일 오늘을 맞는다. 매일 만나는 오늘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남은 인생이 걸려있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얼마나 젊게 사느냐에 인생의 행복이 달려 있는 것이다. “매일매일을 마지막 오늘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김씨에게 나이는 오직 숫자에 불과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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