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본연의 모습·인화사진 받기까지 기다림과 설렘 ‘느림의 미학’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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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  발행일 2018-10-19 제34면   |  수정 2018-10-19
■ 그때 그 추억 ‘아날로그 감성’
#2 흑백아날로그 석주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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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멋을 느끼게 하는 석주사진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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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사진관 외부. <석주사진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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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사진관 이석주 대표.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있는 석주사진관은 외관부터 특이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사진관은 외관을 덮은 낡은 빨간 벽돌이 시간의 흔적을 말해준다. 빨간 벽돌벽 사이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풍경 또한 이채롭다. 빨간 벽돌과 완벽한 대비가 시선을 끄는 흑백사진들이 실내 곳곳에 붙어있다. 그 사이사이에 오래된 사진기, 필름, 손때 묻은듯한 탁자와 의자 등이 과거의 시간 속에 멈춰진 것처럼 보인다. 사진관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에서 보는 것과는 좀 다른 풍경이다. 카페 같기도 하고 TV에서 한번쯤은 봤던 1960~70년대 잘사는 가정집의 거실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한다.

“한강 이남의 유일한 흑백아날로그사진관”이라고 소개한 이석주 대표는 석주사진관이 대구사진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한국의 사진문화를 이끌어온 대구의 사진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날로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필름카메라와 필름사진, 그중에서도 흑백필름사진에 대한 인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강이남 유일 흑백아날로그사진관
낡은 빨간 벽돌벽 안 이채로운 풍경
곳곳 흑백사진…과거 시간으로 간듯

디지털 바뀌며 필름 잊혀져 안타까움
과하지 않게 피사체 본질 보는 매력
백일·가족·결혼 촬영 따뜻함 묻어나
옛 장비와 사진 전시관, 암실도 개방
세대간 소통 복합문화공간 만들 계획



2013년 문을 연 석주사진관은 흑백필름사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진관이다. 최근 흑백사진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사진을 흑백사진으로 바꿔주는 곳이 있는데 석주사진관은 과거의 흑백필름사진 촬영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2011년 대구 아소갤러리에서 개인전 ‘흑백사진’을 여는 등 흑백필름사진 작업에 천착해온 이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는데 졸업할 즈음 아날로그 필름사진에서 디지털사진으로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때는 아날로그 필름사진을 해야 졸업심사가 되고 디지털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지요.”

이런 이유로 필름사진에 몰두했던 그는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확대되고 교과목 필수였던 흑백필름사진이 교양과목으로 바뀌는가 하면 명덕네거리에 많던 사진학원과 사진작업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사진작가로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냥 놔두면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사진작가로서 이런 흑백필름사진을 누군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알려주기 위해 흑백필름사진관을 열기에 이르렀지요.”

흑백필름사진에 매달리게 된 데는 그것이 가진 매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컬러의 홍수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에 흑백사진은 디지털의 편리함, 화려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이 대표는 “흑백필름사진은 모든 색을 배제하고 흑과 백으로만 피사체를 나타내서 차분하고 과하지 않으면서 피사체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또 디지털촬영과 다르게 촬영 후 바로 확인이 불가능하며 수정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촬영 후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을 맛볼 수 있다. 이는 흑백필름사진이 가지는 느림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불순물이나 왜곡없이 본연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것도 흑백사진의 장점이다. “투박함에서 비롯되는 사람 냄새나는 것이 바로 흑백필름사진”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예상외로 그의 사진관을 찾는 이들이 많아 흑백필름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따스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그는 아이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 등 그 상황에 따라 다른 매력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아기의 백일사진을 많이 찍으러 옵니다. 컬러사진에 익숙한 젊은 부부들이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 하는 것이지요. 가족사진촬영때는 가족 모두가 시간을 내 찍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는 부모님들도 봤습니다. 따스한 가족애를 확인하게 하는 기회지요. 결혼사진의 경우 모든 신부가 제일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어하는데 촬영 후 수정작업이 없기 때문에 살 좀 빼야겠다는 분, 꾸밈없이 자기 모습 그대로 나온 것 같아 좋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전시관과 암실을 개방해서 관람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석주사진관 앞쪽에 마련된 전시공간에는 흑백필름으로 촬영하고 수작업 현상과정을 거친 사진들을 전시하고 옛날 사진관에서 쓰던 각종 장비와 도구도 보여주고 있다.

흑백자화상 강좌로 ‘자화상 프로젝트- 나’란 수업도 한달에 2회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흑백필름사진 작업을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내면을 좀더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강좌다.

그는 앞으로 석주사진관을 단순한 사진관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디지털이 잠식한 사진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필름사진의 매력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문화예술적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세대 간의 소통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음악회, 영화상영회 등 여러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해 사진관을 넘어 서로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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