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논란에 패배까지…한국 당협위원장 책임론 불가피

1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권영진 진심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왼쪽 둘째)과 부인 이정원씨(왼쪽 셋째)가 지지자들과 함께 모두 수고했다는 의미를 담아 옆 사람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6·13 지방선거가 끝이 나면서 지역 정치권에선 TK(대구·경북)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성적이 매겨지고 있다.

TK 정치인 중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간 정치인들은 단연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자유한국당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구시의원이 4명이나 당선되는 등 TK 곳곳에서 민주당 지방의원의 입성 소식이 들리면서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TK(대구·경북) 정치를 독점하던 구도에는 금이 가게 됐다. 또 TK 일부 기초단체장은 무소속이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구의 민주당 의원들인 ‘대구 수성구갑’ 지역구 의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의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대구시의원이 각각 2명, 1명씩 탄생했다.

물론 대구시장을 비롯해 수성구청장과 북구청장은 한국당에 내주게 됐지만, 민주당 지역구 대구시의원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때문에 이들 두 의원의 지역내 정치적 입지는 상대적으로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TK 정치인 중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본 이는 단연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다.

바른미래당은 당의 명운을 걸었던 대구시장 선거는 물론, ‘마지막 보루’였던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전국적으로도 사실상 참패했다.

대구 출신 4선 국회의원이자 지난해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유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14일 결국 바른미래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셀프 입성했으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의 성적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홍 위원장도 14일 한국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TK 한국당 의원 상당수는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후한 점수는 받지 못하게 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TK 대부분 지역의 기초단체장을 한국당이 가져갔지만, 대구에서는 기초단체장 1곳(달성군), 경북에서는 기초단체장 6곳(김천시장·영천시장·안동시장·구미시장·울진군수·봉화군수)을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게 됐다. 대구의 경우 한국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 경북에선 김광림(안동), 이만희(영천-청도), 백승주(구미갑), 장석춘(구미을),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의 지역구다.

특히 이들 지역 대부분은 공천 과정에서 ‘막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당의 공천 갈등이 심각했던 지역이지만, 승리는 결국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가져가게 됐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패배한 지역의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책임 공천’을 강조하며 “국회의원들과 해당 당협위원장들에게 줬기 때문에, (만약 한국당 후보가 낙선한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은 해당 당협위원장이 지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가 TK 정치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가 좋지 않은 TK 정치인들은 당내 책임론은 물론 향후 지역에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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