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의 몰락’ 한국 홍준표·바른미래 유승민 대표직 사퇴

패장의 ‘有口無言’//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서울 여의도 당사를 떠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야당 참패로 끝남에 따라 한때 대권주자로 통했던 야권 정치인들은 예외 없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 주자가 가시권에 없어 이들 정치인들이 ‘패자부활전’을 통해 재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14일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각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에 그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해단식에서 “모두 후보가 부족한 탓이다.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들이 모두 선거패배의 직격탄을 맞고 ‘낙마’함에 따라 보수진영을 이끌 차기 주자가 누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야권 후보로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긴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와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에 시선이 돌아가지만 각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소속인 원 당선자의 경우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 입당을 묻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집(새누리당) 나올 때 정말 많은 고민과 각오를 하고 나온 것”이라고 스스로 보수 진영과는 선을 그었다. 원 도지사는 지역기반이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도 대권 행보를 막는 장애로 평가되고 있다. 권 당선자의 경우 재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며, 이철우 당선자는 도정 업무 파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 2야(野)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이 몇몇 있지만 대권 조력자 역할은 가능해도 본인들이 직접 주자로 나서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면서 “현재로선 답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대안부재 현상이 낙마한 대권주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자부활전’이 열리더라도 가장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주자는 홍준표 전 대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날을 세우고 여당후보 우위 여론조사 결과를 평가절하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 기본 자질인 민심 독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후보도 회복이 어려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전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19.6%를 득표해 본인의 지난 대선 당시 서울지역 득표율 22.7%에도 못미쳤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이날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해 은연 중 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는 물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청장 선거마저 놓쳐 지역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게 치명상으로 지적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