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 국제심포지엄 紙上중계] (하) 포항 중심의 동북아 경제블록 구축방안- 김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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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4 07:59  |  수정 2019-04-04 08:27  |  발행일 2019-04-04 제12면
“포항시, 北 참여사업 분리 추진…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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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와 경북도는 지역경제 활성화·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일찍부터 환동해권 국가들과의 교류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 정부 들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멘텀이 형성되고 남북·북미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포항시는 환동해 중심 도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제반 여건 개선을 포함한 각종 정책을 선도해 오고 있다. 김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환동해권 지역 국가들의 교류·협력 현황과 제약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포항시의 환동해 중심 도시 도약을 위한 선결 과제와 제안 등을 제시했다. 김리원 연구원이 발표할 ‘포항 중심의 동북아 경제블록 구축 방안’을 요약·정리했다.

◆환동해 경제권 개요

환동해권은 포괄 범위에 따라 협의와 광의로 구분된다. 협의의 환동해권은 지리적 접근성을 기준으로 한국(강원·경북·울산·부산), 북한 동해안 지역(강원, 함경남·북), 중국 동북2성(헤이룽장성·지린성), 러시아 극동 연해주 및 일본 서해연안 12개 부·현 지역으로 국한된다. 광의의 환동해권은 동북아 경제권으로 보아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극동지역 및 몽골지역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동해 연안 지자체들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지역 내 경제교류 및 협력에 대한 관심이 지속돼 왔으며, 최근 북한 핵 문제 해결 기대감을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환동해권 인구는 약 1억290만명이다. 경제 규모는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약 1조3천670억 달러다. 환동해권 총면적 중 중국 동북 2성이 66.5%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극동러시아 연해주 16.6%, 일본 8.6%, 북한 4.6%, 한국 동해안 지역 3.8% 순이다. 명목 GRDP 구성비는 일본 48.2%, 중국 32.9%, 한국 17.5%, 러시아 연해주 0.6%로 일본 서해연안 12개 부·현 지역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환동해국 간 가능사업 지속 진행
여건 조성될 경우 북한 참여 유도
교역·진출고려 기업에 행정 지원
경북도 등과 연계산업 기반 확보

국내 항로 개설 후발주자 핸디캡
산업공동화 우려 대비책도 과제



지역별 경제 현황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상대적으로 교통·물류 접근성이 취약하고 산업 기반이 부족해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경제적으로 낙후됐다. 하지만 환동해권 지역인 한국 동해안과 중국 동북 2성은 인구·지역총생산의 연평균 성장률과 수출입 비중이 각 나라의 전체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에 속한 9개 지역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발 정책과 자원 배분에 힘입어 최근 성장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17년) 등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총 교역액은 약 21조5천808억달러다. 이 중 환동해권 국가인 한·중·러·일 간 교역액은 7천883억달러로 전 세계 교역액의 3.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환동해권 국가들의 교역액 성장세는 연평균 11.2%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연평균 2.7%로 크게 둔화됐고, 교역량 역시 연평균 성장률이 4%에서 2.4%로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환동해권 국가 협력과 제약 요인

환동해 국가의 협력은 북한 노동력의 제조·건설업 분야 활용과 교통 등 물류 인프라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2000년 말부터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러시아 연해주·중국 훈춘시에는 각각 1만명과 5천명가량의 인력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각국 정부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러시아는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북한은 UN 차원의 대북제재와 광물·섬유 수출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노동력 송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통·물류 협력 사업으론 중국 동북 2성과 러시아 연해주를 연결해 물류 루트를 구축하는 프리모리예 프로젝트와 북한·중국의 접경지역을 연결하는 신두만대교 건설이 대표적이다. 전력 분야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극동지역과 훈춘시에서 생산한 잉여전력을 북한의 나선특구에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및 중국 정부의 대북 제재 동참 등으로 실제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 분야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러시아 연해주에 산업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현장조사가 수차례 진행돼 왔다. LH는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나데즈딘스키를 후보지로 정하고 2023년까지 사업계획 확정 및 기업 입주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국의 적극적인 개발 의지와 협력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 산업·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초국경 협력이 본격화되기엔 제약 요인들이 많다. 러시아는 ‘중국 공포(China Phobia)’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에 소극적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이남지역 항구가 개발되면 중국 동북 2성의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중국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다. 북한 나선 지역을 포함한 초국경 경제협력은 UN의 대북제재로 원천봉쇄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년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위기고조, 대화 및 협상, 합의파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가스관 연결, TSR-TKR 연결 등 초국경 협력 핵심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이미 추진한 사업들도 추진이 보류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다수 있다.

◆포항시 과제는

포항시는 환동해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지역과의 교류 협력을 꾸준히 해 왔다. 지난해 11월 제1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열어 북방 협력 선도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높였다.

이 같은 포항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동해안 지자체와의 경쟁, 산업 공동화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남북관계·북미관계가 냉온탕을 반복함에 따라 시민들의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지면서 북방사업 추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에선 관광·물류 거점을 두고 부산·속초·동해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항은 항로 개설에 있어서도 부산·속초보다 후발 주자로서 핸디캡이 분명 존재한다. 환동해 지역과의 경제 협력 활성화가 경북도에 있는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로 이어져 오히려 산업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항시는 투트랙 접근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환동해 경제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환동해 또는 북방경제협력 사업이 북한 핵문제로 인해 지체되거나 보류되지 않도록 북한 참여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으로 분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동해 지역과 양자(한·러, 한·중) 및 다자(한·중·러) 간 추진 가능한 사업은 북한 핵문제와 무관하게 추진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면 추진 중인 사업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면 된다.

경북도를 비롯한 인근 지역과의 연계산업을 발전·고도화시켜 산업적인 기반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환동해권 국가와의 인·물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포항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환동해 국가들과의 교역과 진출 사업을 고려하는 기업에 대한 제도·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 간 교육과 투자 활성화는 결국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다. 기업 입장에선 각 국의 제도와 투자 여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이에 포항시는 각 국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위한 물리·제도적 인프라를 조성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민간기업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리=포항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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