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키스트·FC바르셀로나·AP통신이 모두 협동조합이란 사실 알고 계시나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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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21   |  발행일 2013-06-21 제33면   |  수정 2013-06-21
한 명이 돈 아무리 많이 내도 ‘1人1票주의’…작년 기본법 발효 국내 설립 붐
20130621
지난해 12월 협동조합법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협동조합은 자조·자기책임·민주·평등·형평성·연대 등 6대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善)을 이루라.’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동감(同感), 동행(同行)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동업(同業)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오죽하면 ‘애비 자식 간에도 동업은 하지 마라’ ‘동업해서 좋은 꼴 나는 걸 본 적이 없다’란 말이 생겼을까.

협동조합은 동감과 동행을 기본 정신으로 한 일종의 사회적 동업이다.

썬키스트, FC바르셀로나, AP통신 등은 모두 협동조합이거나 협동조합 브랜드다. 썬키스트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6천여 감귤재배 농가가 도매상의 횡포에 맞서 결성한 협동조합이며, FC바르셀로나는 17만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축구협동조합이다. 또 AP는 미국 내 1천500개 신문사가 조합으로 참여한 언론협동조합이다.

일본에선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생활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서 협동조합이 잘 운영되는 건 민주주의의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다수결로 결정된 내용, 혹은 다수의 위임을 받은 권위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들이 결성한 자율적 조직체다. 협동조합은 1주 1표를 갖는 주식회사와 달리 1인 1표제다. 일정한 액수를 출자한 참여자는 동등하게 한 표의 권리가 보장된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1명의 조합원은 총 출자금의 30%까지 출자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더 많이 냈다고 더 많은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경제민주화인 셈이다. 협동조합 전문가는 혼자 큰돈을 벌고 싶다면 협동조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두레나 향약, 유럽에서는 길드와 같은 협동조합의 전통이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생긴 영국의 로치데일 소비조합이 원조다.

한국에선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 연합회를 비롯한 기존 협동조합조직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과 달리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민간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생겨났다. 1980년대 말 한살림생협을 필두로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여성민우회생협 등이 그것이다.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4대 생협의 공급액은 6천137억원 규모다.

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맨체스터총회에서 ‘자조·자기책임·민주·평등·형평성·연대’ 등 협동조합의 6대 가치를 선포했다. 또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 간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일곱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ICA에 가입돼 있는 협동조합은 170만개다. 이 조합은 90여개 국가에서 10억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UN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다. 한국에서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으로써 협동조합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금융, 보험업을 제외하고 출자금 규모에 관계없이 5인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시·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역시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2013년 6월 초 기준으로 대구에 설립된 협동조합은 37개, 경북은 40개다.

전형수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생겨난 협동조합과 농협, 신협 등 기존 8개 협동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설정하는가가 중요하다”며 “국가가 걸음마 단계인 신생 협동조합을 지원하되 통제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협동조합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초·중·고교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는 협동조합 이야기를 다룬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 푸른평화, 아이쿱을 비롯해 최근 설립한 대구·경북지역 신생 협동조합 여섯 군데를 취재했다. 김재경 대구·경북협동조합지원센터장의 기고문도 실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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