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아양아트센터의 ‘스테이지 인 스테이지’ 블랙박스 극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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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3   |  발행일 2014-06-13 제34면   |  수정 2014-06-13
커튼 올라가면 건너편 대공연장 무대·객석이 눈앞에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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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 아양아트센터 대극장 무대 뒤편에 마련된 200석 규모의 블랙박스 극장 객석에서 바라본 대극장의 객석. 대극장 객석과 블랙박스 무대의 일체감은 물론 극장의 규모까지 입체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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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아트센터의 인기 공간인 야외공연장에서 지난해 7∼8월 열린 5부작 ‘야외공연 산책’의 한 장면. 공연의 질 못지않게 자연친화적인 무대로 큰 호응을 얻었다.

“커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대공연장의 전경을 보고 계십니다.”

“와~”

대구시 동구 동촌유원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아양아트센터(관장 김형국).

명물인 블랙박스 극장 공연이 끝나는 순간,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드롭커튼을 올리면서 대공연장의 객석 조명도 동시에 환하게 켜준다. 평상시 보기 힘든 장관이 연출된다. 공연 중 커튼에 가려 있던 대공연장이 일출처럼 환하게 다가선다. 동굴 속 같은 블랙박스 무대에 앉은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밝은 대극장 객석을 바라보면서 연신 탄성을 질러댄다. 블랙박스 극장에 온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깜짝쇼’이다.


대극장 무대 뒤편 ‘쌈지무대’
연극공연 위한 소극장格 공간
공연이 끝나면 커튼 뒤에 숨은
대극장 무대·객석 환히 나타나
관객 “동굴서 빛 보는 듯” 탄성

블랙박스 극장은 ‘스테이지 인 스테이지(Stage In Stage)’.

대공연장 백스테이지에 뒷주머니처럼 자리 잡은 ‘쌈지무대’를 의미한다. 이런 무대가 전국에선 두 곳(아양아트센터와 경남문화예술회관)밖에 없다.

대극장 무대 뒤편에다 블랙박스 무대를 만든 이유는 뭘까.

관객은 공연 직후 바로 귀가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대 뒤를 체험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런데 아양아트센터는 역발상 기획을 했다. 무대 뒤를 문화적으로 맛볼 수 있게 배려했다. 물론 블랙박스 공간에 맞는 공연도 개발했다.

일단 대극장 후미 가로 11m, 세로 8m 크기의 자리에 10개의 스탠드를 만들어 200석 규모의 객석을 마련했다. 대극장 커튼 뒤에 또 다른 공연 무대가 생긴 것이다. 대극장의 커튼을 올리면 블랙박스 객석은 대극장 객석과 서로 마주 보게 된다.

블랙박스 극장은 올 블랙. 동굴에 들어온 것 같다. 고대 신화 속의 야누스(Janus)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당시 동구문화체육회관 금동엽 관장이 연극 공연을 위한 소극장 건립 아이디어를 내 출발됐다. 향후 이 전략적 극장은 공연예술 실험공간으로 발전한다. 연극뿐만 아니라 공연과 함께하는 예술대학(또는 인문학 아카데미), 오페라, 실내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물을 올렸다.

이 극장의 구조는 흥미롭다.

무대가 바닥에 있고 객석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앰퍼시어터(Amphitheater·원형공연장)’스타일.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다. 무대 위의 연주자나 배우, 강연자가 조금만 가까이 객석으로 다가오면 관객의 손에 잡힐 듯하다. 공연자 바로 옆에서 함께 숨 쉬는 듯하다. 객석과 가장 가까워 가장 공포스러운 무대로 악명(?)이 높다.

2012년부터 매년 시리즈로 이어져오고 있는 ‘블랙박스 오페라’.

이제 나름대로 고정팬이 있을 정도다. 내용을 모르고 보면 지루할 정도로 긴 오페라를 일단 재밌게 반죽했다. 주요 장면과 대표적인 아리아들을 중심으로 적절하게 편집해서 오페라 입문자와 청소년들에게 잘 맞는다는 평가다. 이 기획이 호응을 얻자 처음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지역의 이름깨나 있는 성악가들도 이 무대에 부쩍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 무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청중이 바로 눈앞, 아니 코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숨김없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틈새장르도 파고들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 하우스콘서트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창수의 ‘더 하우스콘서트’를 시리즈로 유치해 공연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가는 물론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유학파 재즈 뮤지션 찰리정·도승은 듀오, 젊은 브라스 퀸텟인 브라스마켓 등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을 매월 1회씩 정기적으로 세웠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막창집 친구처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블랙박스 무대만의 매력. 난쟁이 블랙박스 무대가 대극장 무대를 압도한다는 얘기까지도 나왔다. 블랙박스 무대가 가동되면 일단 대극장 공연은 하지 못한다. 두 공간 공연 스케줄 짜기에 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블랙박스 극장과 단짝이 있다.

바로 센터 옆 원형 야외무대.

이 둘이 한때 ‘문화사각지대’로 불렸던 동촌유원지를 요즘 ‘문화유원지’로 격상시키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에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처럼 부채꼴 모양이다. 계단식 객석 맨 아래에 자그마한 무대가 놓여있다. ‘동구에도 이런 데가 있는가’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운치와 울림이 공존한다. 공연 비수기인 7∼8월 여기로 오라.‘야외공연 산책’이 음악분수처럼 가동된다. 매주 토요일 밤 더위에 지친 주민을 위해 클래식, 재즈, 국악,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무료로 제공한다. 동촌유원지의 강바람, 오색 조명, 달빛과 별빛이 하모니를 이룬다. 오는 7월19일~8월16일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5회 동안 하지현·김병현 듀오 클래식, 최두혁 댄스컴퍼니, 김영찬 재즈색소포니스트, 퓨전국악 이스트, 다문화합창단 공연 등이 이 무대에 오른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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