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중구 동산동 옛 구암서원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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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3   |  발행일 2014-06-13 제35면   |  수정 2014-06-13
도심 속 고색창연…과거와 현재의 향기를 동시에 맡으세요
20140613
도심 속에서 고풍스러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구 동산동 신명고 바로 옆에 있는 옛 구암서원이 지역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사>대구문화유산 관계자 덕분에 전국적 게스트하우스형 한옥스테이 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서원 내부는 예전 명문가 고가같지만 밖은 현대풍. 현대와 전통이 소통하고 있어 외국인 체험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동산동 신명고 바로 옆 옛 구암서원.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직 도심에 이런 데가 있었나’ 할 정도로 고즈넉하고 퇴락미 가득하고 운치 있는 공간이다. 한정식 전문점 ‘진주집’ 옆으로 난 좁디 좁은 적벽돌 골목 안으로 20여m 걸어들어가 본다. 중구 종로 진골목, 대구식 육개장의 본가로 유명한 중구 시장북로 옛집육개장 초입의 분위기를 닮았다. 일제강점기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가 생산한 적벽돌로 조성한 담장이 퇴락해 오히려 빛을 발한다. 벽 한쪽에 서거정의 한시 한편이 방문객의 가슴을 고풍스럽게 주무른다.

본채·별채 등 모두 6개 건물
큰 마당 평상서 밤하늘 조망
전통한복 입고 다도체험도

현재 구암서원은 대구에 두 군데가 있다. 현재 자리에는 해묵은 구암서원, 이전한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뒤편에는 새로 중건된 구암서원이 있다. 1665년 현종6년에 현 중구 봉산동 제일여중 뒤편에 창건된 구암사가 훗날 서원으로 승격된다. 1718년 (숙종 44년) 이곳으로 옮겨온다. 여기는 달성서씨인 서침·서거정·서해·서성 4인의 인물을 배향하는 문중서원이다. 도시확장과 더불어 서원입지조건이 부적당해짐에 따라 95년 북구 산격동 연암공원으로 숭헌사, 묘정비, 비각 등은 옮겨가고 출입문인 경앙문 및 초현재, 제수청 사당건물은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이곳은 이후 돌보지 않아 잡초 우거진 버려진 공간으로 방치됐다.

옛 구암서원은 철거되지 않고 2012년 7월 <사>대구문화유산 허동정 대표(62)가 임차해 전통문화체험관과 한옥스테이가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 우수한옥체험숙박업체 238곳을 선정했을 때 대구에서는 옛 구암서원 한 곳만 뽑혔다.

안동 하회마을 등으로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한옥을 체험할 수 있다. 현재 본채와 별채, 관리동을 포함 모두 6개의 건물(수강당·친목당·복연당·애심당·한별당·진원당)이 있다. 이 서원의 최고 매력은 엄청나게 큰 마당. 마당의 평상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계산성당, 제일교회, 삼성금융플라자, 현대백화점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구의 오늘과 과거의 향기를 동시에 맡아볼 수 있다. 한밤에는 평상에 누워 기와집 처마 사이로 색다른 대구의 밤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모깃불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20인 이상 단체투숙객이 1만1천원 체험비를 내면 달서구 병암서원, 동구 지묘동 신숭겸장군유적지 등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훈장이 있는 서당체험도 가능하다. 그 밖에 투호, 윳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활쏘기 등을 해 볼 수 있다. 가족단위로 왔을 경우 1인당 5천500원을 내면 전통한복을 제대로 차려 입고 다도체험도 할 수 있다.

인기가 좋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서문시장, 동성로 등이 있다. 입체적으로 골목투어를 할 수 있는 거점이다. 특히 지역문화 브랜드 대상에 뽑힌 ‘대구 중구 근대골목투어’와 연계해 이곳을 찾는 외국인도 날로 늘고 있다. 일부 방에는 화장실이 없어 공동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해야 한다. 조식도 알아서 챙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때론 멋진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다. 숙박비는 큰방이 부가세포함 11만원이고, 4만4천원짜리와 6만6천원짜리 방이 있다. (053)428-990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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