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양 기찻길… 대구版 ‘퐁네프 다리’서 석양 보며 커피 한잔 할까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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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3   |  발행일 2014-06-13 제35면   |  수정 2014-06-13
아양 기찻길… 대구版 ‘퐁네프 다리’서 석양 보며 커피 한잔 할까요
밤이면 오색찬란한 ‘불빛의 성찬’을 벌이도록 만드는 동구 아양기찻길 전망대. 멀리서 보면 흡사 프랑스 센강에서 가장 오래된 1607년 지어진 퐁네프 다리를 연상시킨다. 하절기 전망대에서 보이는 석양이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대구의 퐁네프 다리.’

요즘 동구쪽 새로운 볼거리로 급부상한 ‘아양기찻길’의 별명이다. 멀리서 보면 금호강이 프랑스 센강 같고, 다리는 1607년 지어진 센강 최고령 퐁네프 다리를 연상시킨다.

아양철교는 1936년 5월부터 대구선 열차가 다니기 시작해 2008년 2월까지 70년 넘게 사용돼 왔다. 동구청은 대구선 이설을 앞둔 2007년 폐철교 활용 방안에 대해 주민 여론을 수렴, 2010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에 들어갔다. 전체 디자인은 백명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맡았고, 사업비 53억원은 기부채납 방식으로 <주>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측이 부담했다.

워낙 독특한 구조물이라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본상을 차지했다. 길이 277m, 높이 14.2m, 연면적 427.75㎡ 규모다. 강화유리벽으로 된 중앙전망대(길이 57m)는 경관조명까지 있어 밤엔 오색찬란한 ‘불빛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 멋진 사진을 노리는 사진작가에게도 ‘포토존’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전망대에 입점한 지역 커피 브랜드 모캄보. 다른 커피숍은 20대의 전유물로 전락했는데 흥미롭게도 이곳만은 장노년층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승주 사장(49)은 “대구선의 일생이 실버세대와 비슷하다. 이 철로가 마치 인생길처럼 여겨져 더 자주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초창기엔 희한하게 60대 실버고객이 다수였다. 마치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실버커피숍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강물을 조망할 수 있는 12개의 명상실은 특히 부부싸움을 한 중년들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힐링룸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양기찻길 옆 금호강변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전망대쪽으로 걸어간다. 여든의 어르신들은 갑장인 철로를 어루만져 보면서 회상에 젖는다.

하절기 오후 8시가 되면 ‘석양커피(Sunset coffee)’를 즐기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철교 위에서 아스라이 넘어가는 석양의 라이브공연을 30분 정도 음미할 수 있다. 조금 지루한 나날이라면 아내를 여기로 불러 석양빛 머그잔에 에스프레소를 담고 향기를 만지작거려도 좋을 듯.

전망대를 빠져나와 직진하면 동구청 근처까지 데크가 잘 깔려 있다. 하절기 아양기찻길 전망대는 통풍 유리창이 없어 무척 더운 게 옥에 티. 조속히 창을 냈으면 좋겠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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