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연지리 보고서 대구GEO] 대구읍성에 빠진 2人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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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2   |  발행일 2014-08-22 제36면   |  수정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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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명해 대구대 건축학과 교수가 그의 연구실에서 대구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존 순천 낙안·서산 해미읍성보다 훨씬 크고 웅장
우선 전체보다 부분복원 통해 대구 정체성 살려야
달성·감영 연결땐 고대∼근·현대 아우를 수 있어

● 예명해 대구대 교수

“달성토성과 경상감영, 그리고 대구읍성은 대구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역사유물입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대구가 양적으로 팽창했으나 고유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달성과 읍성, 감영을 복원해 대구의 정체성을 살려야합니다.”

예명해 대구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구읍성의 초기 연구자다. 1980년대 중반부터 대구읍성에 대해 연구했으나 당시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건 학문도 아니다’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대구읍성 연구를 손 놓다시피 하다 2000년대 들어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유럽과 일본의 성은 왕이나 영주가 축성했으나 조선의 읍성은 국가가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대 산성의 나라이지만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평산성과 평지읍성을 축성했습니다. 읍성 내 경상감영은 최정산~연구산~아미산~영남제일관~종로를 통해 기를 받았습니다. 보통 도성이나 도읍의 진산은 북쪽에 있는데 대구의 경우 진산 연구산(현 제일중 자리)은 남쪽에 있는 게 특징입니다.”

예 교수는 경상감영이 중국의 자금성이나 한양의 경복궁처럼 풍수지리사상과 음양오행에 입각해 건축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의 주례정의(周禮正義·중국의 고대 유교경전)와 조선경국전이 지방고을의 공간구성과 질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경상감영을 비롯한 읍성도 크게 보면 중국 자금성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그는 고을을 지키기 위해 읍성을 쌓았지만 성을 통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고, 백성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말도 했다.

“현존하는 낙안읍성과 해미읍성보다 대구읍성은 규모가 훨씬 크고 웅장했습니다. 읍성은 공간적인 면에서 전통적 삶의 영역을 규정하는 울타리이자 문화를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예 교수는 대구읍성의 물리적 재생을 통해 지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신적 재생수준까지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달성과 경상감영을 연결하면 대구의 고대와 조선, 근현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했다. 읍성 전체를 복원하기보다 부분 복원을 통해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대구읍성은 대구 역사 이래 지하철을 제외하고 대구에서 가장 큰 구조물이었습니다. 현재 중구청이 읍성 성돌 발굴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둘러 복원하면 조잡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성돌부터 하나하나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서울, 청주, 전주 등지에서도 옛 성을 복원하는 중입니다. 다행히 대구는 성은 사라졌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로명칭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유리합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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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구 수창초등 교사가 수창영사동아리 소속 아이들과 함께 쓴 ‘선생님과 함께하는 대구읍성 답사’ 책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수창초등 주변 대구 역사 흔적 오롯이 갖고 있어
재학생들과 6개월간 읍성 답사, 책으로도 펴내
홀로그램 이용 성곽구조 영상 만들면 명물될 것

● 이관구 대구 수창초등 교사

“어릴 때부터 역사교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찮았습니다.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워야 했는데 달달 외우기만 해서 그랬을 겁니다.”

이관구 수창초등 교사는 교직 경력 10년차 교사다. 역사를 좋아해 5학년 사회에 역사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수년째 계속해 5학년 담임만 맡고 있다. 전국의 국보를 직접 사진으로 다 찍어보자는 일념으로 7년째 국보, 사찰, 박물관 등지에 있는 문화재 를 촬영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 ‘관쌤의 초등역사’(http://blog.naver.com)도 인기다.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모아 ‘초등한국사 진짜 역사수업을 말한다’는 책도 냈다. 이 교사는 지난 5월 ‘선생님과 함께하는 대구읍성 답사’라는 책도 출간했다.

“수창초등학교는 올해 100회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학교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중구 또한 역사의 흔적을 오롯이 갖고 있지요. 학교에서 5분만 걸어가면 수없이 널려있는 역사와 스토리를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워 이를 수업에 활용해 보고자 수창역사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한때 재학생이 수백 명에 이른 수창초등은 지금은 한 학급에 10여명 내외의 학생만 있을 정도로 작은 학교가 됐다. 이 교사는 오히려 이것이 장점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1명의 동아리소속 학생들과 6개월간 대구 중구의 읍성 터 곳곳을 답사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도 매우 좋아했다.

“지난해 4월부터 답사를 시작했어요. 먼저 제가 발로 찍은 전국 곳곳의 읍성을 사진으로 보여준 뒤 대구에도 이보다 더 멋진 읍성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당연히 놀랐습니다. 먼저 자료를 찾은 다음 지도를 보고 아이들과 함께 10월까지 중구 곳곳을 발품 팔았습니다. 읍성을 답사하면서 진골목이나 영남대로 등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QR코드를 넣어 아이들이 직접 성터를 동영상을 통해 소개하도록 한 뒤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는 6개월간 아이들과 함께 읍성을 답사한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1장, 읍성아 나오너라’ ‘2장, 읍성아, 네가 거기 있는 줄 몰랐지’ ‘3장, 읍성아 언제까지나 너를 추억할거야’ ‘4장, 읍성아, 읍성아 이리 나오너라’와 같이 소제목도 재미있게 달았다.

“답사를 하면서 느낀 건데 현재 읍성터를 나타내는 표지석은 너무 작고 초라합니다. 귀퉁이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어른 키만 하게라도 크게 했으면 합니다. 대구교대 은사인 송언근 교수님의 지적처럼 읍성상징거리와 조형물을 만드는 데 밤에 홀로그램을 이용해 성곽구조물 영상을 비춰주면 좋겠습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동아백화점 사이에 그걸 한다면 아마 전국의 명물이 될 겁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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