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요 이야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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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9   |  발행일 2014-09-19 제35면   |  수정 2014-09-19

40대 후반까지 정말 단돈 1원 없이 깡으로 자존심 하나로 견뎠다.

빈집과 빈집을 옮겨다녔다. 가난이 일용할 양식이었다. 10년전 현재 자리로 이사를 하기까지 모두 20번 이사를 했다. 10년전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반야봉이 엉덩이처럼 멀리 보이고 10분 거리에 지리산 실상사가 있는 대정리 산골로 오기까지 전국을 전전했다. 세월 공부의 시절이었다. 경기도 원당, 성남시 청계산, 충청도 홍성군 덕산면, 강릉시 이레골, 전남 화순, 해남, 경기도 광명과 양평, 전북 순창, 경남 하동군 악양면 등을 전전했다. 5년간 15번 이사를 다녔다.

2011년 난 ‘우릉 아저씨의 가족동요’란 6집 음반을 내면서 비로소 ‘바람의 맘’을 갖게 된다. 어디에도 연연해 하지 않고 그냥 노래 부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지리산 가수’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과 음악 모임을 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현대문명 때문에 심성이 크게 망가진 걸 절감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근처 전교생 100여명의 산내초등학교를 축으로 ‘지리산 우르릉 합창단’을 만들었다. 3년간 고민한 끝에 가족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가족동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회복 운동의 첫 단추다. 이젠 아이들이 내 팬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내 팬이다. 풀벌레와 바람이 내 팬이다. 아이들을 위해 음계놀이판도 만들어 음놀이를 한다. 2012년부터는 집 근처 숲에서 ‘지리산숲속음악회’도 연다. 각처에서 온 도시인이 주 관객이다. 이젠 가능하면 음향기 없이 생목소리로 노래한다. 그 어떤 스피커와 마이크도 인간의 목소리를 원음 그대로 재생하지 못한다. 이젠 무슨 행사에도 안 간다.

학교는 믿지 않고 가족은 믿는 아내 덕분이다. 밤이면 사랑보다 하늘을 더 믿으라고 말하는 아내 덕분이다.

날 만난게 최고의 대박이라고 행복해하는 저 풀잎 같은 아내를 위해 지리산 보이는 바위에 앉아 쟁기질 같은 노래를 불러 줄 수 있어 정말 ‘다행(多幸)’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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