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노후자금 다 털어넣어…박물관 놀러 온 딸이 희한한 부모라 하더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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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34면   |  수정 2014-11-21
잉카마야박물관 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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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마야박물관 2층에 전시된 잉카마야의 옛 가구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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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사 부부가 수집한 중남미 국가의 옛 다리미들.

잉카마야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토기류와 목기류, 가구, 그림, 모자 등 총 2천여점이다. 잉카마야문명의 정수를 안데스산맥이 아닌 소백산맥자락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며, 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어른은 3천원, 초·중·고생은 2천원이며 단체할인도 된다. ‘잉카마야박물관’을 열기까지 김홍락 전 볼리비아대사 부부의 땀과 열정을 들어봤다.

-어떻게 2천점까지 모을 수 있었나.

“취미로 시작한 게 모으다 보니 규모가 커졌다. 토기, 목기, 고서적, 그림, 가구, 생활도구 등 다양하다. 유추(인디언 전통모자)의 경우 아내가 예쁘다 싶으면 즉석에서 돈을 지불하고 구입했다. 노숙자에게서 50달러를 주고 산 적도 있다. 그래서 수집한 유추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그런데 모자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 잘 팔지 않는다. 천사 그림도 골동품가게에서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먼지를 닦아보니 천사가 나타나더라. 볼리비아에 있을 때 한국대사관 내 창고를 개조해 볼리비아 토기와 직물 상설전시관을 개관했다. 한쪽은 한국박물관, 다른 한쪽은 볼리비아박물관으로 꾸몄다. 인기가 좋았다. 다른 나라로 직장을 옮길 때마다 컨테이너에 유물을 싣고 다녔다. 1년에 창고비만 몇 백만원 나갔다. 문경에 오기 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도저히 집에 놓아둘 형편이 안 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한국에선 유물의 값어치를 제대로 감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다 귀한 유물들이다.”

-왜 문경에 보금자리를 잡았나.

“볼리비아 대사시절 지인의 소개로 문경을 알게 됐다. 퇴직 후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문경만큼 좋은 데가 없더라. 2011년 문경새재 옛길 박물관에서 ‘문경의 옛길과 잉카의 옛길’을 주제로 잉카마야유물을 6개월간 전시했는데 히트를 쳤다. 폐교는 지난해 문경시청으로부터 구입했다. 개인이 구입할 수 없어 <사>중남미문화포럼을 만들어 구입했다. 50년 된 건물이라 지붕도 없었다. 운동장도 완전히 폐허였다. 잡초가 밀림처럼 자랐고 폐교 곳곳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다. 쓰레기장을 보물로 둔갑시킨 거나 마찬가지다. 환경미화상을 받아야 할 듯하다.”(웃음)

-잉카마야박물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노후자금, 퇴직금 다 털어넣었다. 박물관에 와 본 딸이 희한한 부모라고 하더라.(웃음) 입장료로 3천원을 받는데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 운동장에 오토캠핑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겨울은 비수기다. 유지관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연금으로 운영하는데 국도에 있는 박물관 표지판도 우리 돈으로 설치했다. 소방, 방역, 청소, 연탄 갈기도 아내 혼자 하는데 안쓰럽다. 입장료를 깎아달라는 사람, 공짜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사람 등 별별 사람이 다 있더라.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박물관을 설립한 게 아니라 문화의 전당으로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4개월간 했는데 세미나실과 체험공간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 대접받고 살아왔는데 앞으로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힘들더라도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허허허.”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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