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데스크 브리핑] 초선 對 다선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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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22   |  발행일 2016-03-22 제3면   |  수정 2016-03-22

새누리당 공천 작업이 종착점에 이르면서 TK(대구·경북) 현역들이 대거 낙마했다. 대구만 해도 12명 중 7명이 탈락됐다. 경북도 13개 지역구 중 6명이 신예의 도전에 공천장을 거머쥐는 데 실패했다. 이들 현역은 무소속 재도전이란 변수가 남아있지만, 여의도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TK의 현역 교체가 사실상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현상에 대해 엇갈리는 시각이 있다. 먼저 시민의 직접 심판을 받기도 전에 당이 결정해버린다는 비판이 있다. TK의 여당 독점 구조가 파생시킨 부작용이다. 꽂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야 간 격렬한 본선이 없는 만큼 TK의 인물개혁을 당이 선제적으로 이뤄낸다는 긍정적 요인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수도권은 현역을 공천한다 해도 살아 돌아올 생존율이 50% 전후에 불과하지만, TK는 이전 선거만 해도 100% 생존했다. 선거로 교체가 힘든 만큼 당이 앞장서 피로감 높은 의원들을 미리 걸러 낸다는 뜻이다.

현역 물갈이란 주제를 놓고 공천과정에서 현역들이 내건 논거가 흥미로웠다. 이른바 ‘다선(多選) 혹은 중진 역할론’이다. 요약하면 초선이 많으면 국회에서 지역의 이익을 제대로 도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선 혹은 3, 4선의 힘 있는 중진들이 있어야 목소리가 크고, 지역 예산이나 대형 프로젝트도 적절히 보호해 따올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국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국회의장단, 원내대표 등 당의 핵심보직은 최소 3선 이상은 돼야 가능하다. 한국 사회의 끈질긴 선후배 논리가 국회에도 투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선 역할론이 무작정 맞는 말인가. 아닌 요인들도 상존한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현역 공천배제 기준의 하나로 제시한 “편안한 지역에서 국회의원직을 즐기고 있는 다선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해변에 놀러 나온 이들 같다’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 중진 역할론은 바꿔 말하면 여의도에서는 초선의 주장과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스스로 폭로하는 측면도 있다. 행여 국회도 선수(選數)가 일종의 계급이 돼, 초선이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선배 의원들의 인식이 횡행하고 있다면 불행한 정치문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정치인들을 보면 선수가 높다고 그에 걸맞게 국정 어젠다를 발굴하고, 국가적 혹은 지역의 절체절명의 이슈에 맞서는 이들을 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선이든 다선이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 소신을 놓고 제대로 발언하고 상대를 설복시키는 의원들이 과연 몇 %일까 하는 의문을 늘 가지게 된다. 큰 정치인은 출발부터가 다르다. 오바마도 초선으로 대통령이 됐다. 대구·경북민들은 어쩌면 선수를 떠나 ‘큰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재일 부국장 /정치부문에디터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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