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에서 흙 묻히고 삽니다”

  • 이은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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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2   |  발행일 2016-04-22 제33면   |  수정 2016-04-22
■ 텃밭 가꾸는 ‘도시농부들’
20160422
지난달 31일 대구명덕초등학교 텃밭에서 교사, 학생들이 내일학교 어르신들과 함께 딸기와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달 31일. 대구명덕초등학교의 아침은 분주했다.

1천320여㎡(400여평)의 학교 텃밭에 딸기와 상추 모종을 심는 날이다.

명덕초등과 운동장을 같이 쓰고 있는 내일학교의 어르신 학생들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텃밭 한켠에서는 며칠 전 심어놓은 감자에서 보일 듯 말 듯 파란 싹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사진 기자의 카메라 셔터가 연신 눌러지고 있었지만, 어린 농부들은 일하는 재미에 빠져 취재 따윈 애당초 관심 밖이다.

재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어 동네까지 들썩이게 만든, 봄날 아침이었다.

도심에 농사 열풍이 뜨겁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도심 속 텃밭 가꾸기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이 같은 도시농업은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텃밭 가꾸기가 자주 다뤄진 영향도 한몫한다.

tvN ‘삼시세끼’에서는 출연자들이 토마토·상추 등을 직접 재배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방송에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KBS ‘인간의조건-도시농부’ 역시 도심 옥상에서 텃밭을 일구는 에피소드를 다뤄 주목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 도시농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시 농업 참여자 수는 2010년 15만3천명에서 2015년 130만9천명으로 8.5배가량 늘었고, 도시텃밭 면적도 2010년 104㏊에서 2015년 850㏊로 8.2배 늘었다 .

집에서 텃밭을 일구는 도시인이 늘면서 관련 산업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안전한 먹거리와 텃밭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식물을 기르며 해소하는 도시인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교외로 나가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이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마주할 기회를 얻고 있는 것.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원예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86%) 늘었다.

씨앗을 기르는 데 필요한 배양토의 매출은 17.8%, 화분의 경우 11.1% 증가했다.

텃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시판되는 제품의 가짓수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년 29종의 제품을 팔았지만 올해부터는 판매제품을 55종까지 확대했다.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도시농업 관련용품 시장의 빠른 성장을 가져왔다.

화분과 흙, 씨앗만 준비하면 손쉽게 텃밭을 가꿀 수 있으며, 관련 품목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상추 씨앗의 가격은 1천500원, 씨앗·모종삽·흙으로 이뤄진 미니텃밭세트도 1만원 내외의 가격에 살 수 있다.

원예용품 수요는 3∼4월에 집중된다.

월별 매출구성비는 3월 31.6%, 4월 14.9%로 전체 매출 중 절반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측은 날씨가 풀리고 이사가 몰리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식물을 키우려는 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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