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客’ 최원준 시인은

  • 이춘호
  • |
  • 입력 2016-05-13   |  발행일 2016-05-13 제35면   |  수정 2016-05-13
20160513

‘부산에 대해 많이 알수록 행복’ 신념
20여년 ‘부산바라기’ 다양한 활동
오뎅-어묵 差 알려고 훌쩍 일본행도
골목史와 향토음식 계보 정리 열심


그는 20년 전부터 부산에 홀린다. 그 1막은 시인으로 거듭나기.

고교 시절 시를 친견한다. 87년 부산의 대표적 무크지 ‘지평’을 통해 등단했다. 95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젠 시집 ‘오늘도 헛도는 카세트테이프’ ‘금빛 미르나무숲’ ‘북망’ 등을 낸 중견시인이다. 김해신문에 이어 부산의 대표적인 잡지 월간 ‘현장’의 기자시절도 있었다. 이후 독립, ‘말쌈’이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한때 중구 영주동에선 돈이 없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월세방 생활을 초근목피로 겨우 버텼다.

허무는 더 여물어져갔다. 점점 ‘주유시인(舟遊詩人)’으로 변한다. 방보다 거리, 거리보다 골목에서 시상을 더 많이 낚았다. 맘 한 구석은 항상 공허했다. ‘부산 사람이면서도 부산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절감했다. 항상 이런 독백을 했다. ‘부산에 대해 많이 알면 부산이 편해지고 그럼 행복해진다.’

훌쩍 자주 길을 잘 떠났다. 오뎅과 어묵의 차이를 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부산발 식재료의 족보를 정리하고 싶은 맘이 더 커졌다. 국제와 부평깡통시장 등 시내 주요 시장과 골목의 지난 역사도 하나로 봉합해나갔다. 식당사에 대한 리스트가 그의 노트에 차곡차곡 정리됐다.

13년 전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맛 관련 장기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일보 지면을 통해 3년간 ‘시장따라 골목따라’를 연재했다. 부산의 대표 식객 최원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부산의 근대생활사를 팠다. 부산 민학회의 대부인 주경업의 뒤를 이을 만한 향토사학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2009년쯤 ‘수이재’란 문화공간을 마련한다. 부산의 역사, 인물, 생활사, 골목사, 초량왜관, 문화사랑방의 역사, 부산말 향토음식의 계보 등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시민을 위한 무료 강좌도 열었다. ‘현장인문학강좌’였다. ‘부산은 골목이다’에 이어 2014년에는 ‘부산을 맛보다’란 주제로 돼지국밥, 해녀촌, 낙동강 식문화를 추적해나갔다. 13강좌로 이어진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의 ‘부산 골목의 역사’는 수이재의 역작이었다.

연초부터 국제신문에 ‘부산탐식프로젝트’란 시리즈를 연재 중인 그는 이제 자타공인 ‘음식인문학 칼럼니스트’. 음식을 역사적 관점으로 해석하여, 음식으로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를 읽고 연구하고 문화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있다. 그는 부산 최초로 본격적인 음식칼럼 분야의 장을 열기도 했다. 먹방 이전에는 그의 음식칼럼이 신문에 연재되면 그 다음날 바로 3대 공중파 방송이 경쟁적으로 부산으로 내려올 정도였다. ‘착한 가격’ ‘착한 음식’ 등 ‘착한~’이라는 관용어구를 국내 언론 최초로 사용하여 전 국민이 널리 쓰는 관용어구로 자리 잡게 한 산파다.

그동안 ‘작품 따라 맛 따라’(부산일보), ‘이바구 공작소’(국제신문), ‘시인 최원준의 주유천하’(부산일보) 등 신문연재와 ‘맛 따라 길 따라’(부산시 발행, 부산이야기), ‘부산을 맛보다’(부산시 발행, 다이나믹 부산), ‘재래시장 풍물기행’(부산시 발행, 부산이야기) 등 맛 관련 책도 여럿 출간했다. 현재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실용문학 전반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문화사랑방 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광포동(광복동과 남포동) 문화사랑방 골목 더듬어보기 답사’ ‘광포동 문화사랑방 강좌’ 등을 꾸려가고 싶단다. 식객 최원준이 있어 부산은 날로 맛있다. 그 맛의 스펙트럼이 날로 두툼하고 오밀조밀하게 교직 중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