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장아찌와 청국장쿠키·토마토고추장소스·발효커피까지…젊은 입맛도 공략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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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2   |  발행일 2017-06-02 제34면   |  수정 2017-06-02
고추장마을 들여다보기
대문엔 고추장용 작은 메주 주렁주렁
10월 중·하순 ‘장류축제’…올 12회째
생선 장아찌와 청국장쿠키·토마토고추장소스·발효커피까지…젊은 입맛도 공략
언뜻 정과처럼 보이는 각종 장아찌류. 더덕, 참외, 감, 김, 굴비 등 집집마다 20개 이상의 장아찌를 갖추고 있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다.

장류축제(올해로 12회를 맞음)가 열리는 10월 중·하순에는 관광객이 북적대는데 평소에는 한산한 편이다. 예전에는 직접 순창에 와서 고추장을 사갔지만 지금은 택배를 통해 많이 주문한다.

가게마다 각종 장류와 장아찌류 무료 시식대를 별도로 마련해 놓았다. 고추장 하나로는 소비자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갈수록 다양한 기능성 장아찌류가 특화되고 있다. 굴비와 황태는 물론 실험적으로 생선류를 갖고도 장아찌를 개발한다.

문정희 할매 가문에 사위로 들어온 공병만씨. 한때 대기업에 다니다가 여기로 내려와 아내와 ‘하늘마음’이란 상호로 고추장세상을 가꿔가고 있다. 가게 입구에 내놓은 장아찌류 이름을 메모해봤다.

더덕, 참외, 감, 무, 김, 매실…. 이 장아찌류는 이 마을에선 기본라인이다. 기본 장아찌류 사이에 13년 묵은 재래식된장이 보인다. 공씨가 맛을 보라면서 이쑤시개를 내민다. 한점 찍어먹었다. 참 오래간만에 접한 묵직한 맛이다. 캠핑문화를 반영한 듯 요즘은 소고기볶음고추장과 혼합쌈장도 인기가 좋다.

전통의 맛이 최고라지만 젊은이의 입맛은 그걸 외면하기도 한다. 그들의 입맛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다. 추억의 맛만 고집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고추장마을에서도 청국장으로 분말과 환, 최근에는 청국장쿠키, 토마토고추장소스, 발효커피까지 개발했다.

집집마다 TV출연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과 액자를 여기저기 걸어두었다. 겉으로는 오순도순한 것 같은데 가게마다 살기 위한 경쟁이 엄청나다. 대다수 대문에는 고추장용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된장용 메주인 줄 알았다. 아니다. ‘고추장용 메주’다. 철도 아닌데 웬 메주일까. 알고 보니 포토존용 액세서리 메주였다.

메주도 두 종류가 있다. 된장용은 큰 것이고 고추장용은 작고 둥글다. 고추장용 메주의 경우 처서 1주일 전후에 멥쌀과 콩을 6대 4 정도로 섞어 만든다. 특이한 건 도넛처럼 복판에 구멍을 뚫는다. 구멍을 뚫는 이유는 속까지 잘 건조시키기 위해서다. 2주 정도 말리면 절구에 넣고 미숫가루처럼 곱게 빻아 냉동보관한다. 그 가루는 동지쯤 고춧가루를 만나 고추장의 길을 걷게 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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