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화의 첫걸음…우선 자기 마음에 들고 재미있는 것부터 읽으세요”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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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  발행일 2017-12-15 제34면   |  수정 2017-12-15
박재열 작가콜로퀴엄 이사장
만약 예술가라면 ‘장자’는 필독서” 강조
20171215
고전에 푹 빠져있는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는 고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진다고 했다. <영남일보DB>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은 더더욱 읽히지 않는 책이다.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나 의식, 생활상 등이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전에 푹 빠진 이가 있다. 바로 작가콜로퀴엄 이사장인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68)이다.

경북대 명예교수로 古典에 푹 빠진 삶
특히 詩人 바이런에 매료 자료 수집 열심
2014년 퇴직 후 그의 전기 쓰려 영국行

그리스로마신화 등 여러 분야 고전 즐겨
인간 삶의 다양한 패턴 보며 자신 점검
“요즘처럼 혼란할 땐 징비록서 지혜 터득
만약 예술가라면 ‘장자’는 필독서” 강조


사실 박 교수를 인터뷰하려는 목적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대구를 대표하는 문학단체인 작가콜로퀴엄의 이사장으로 있기 때문에 책을 좀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이를 습관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그만의 노하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책을 좋아하는 이는 달랐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했다. 이런 책 저런 책 가리지 말고 우선 자신의 마음에 들고 재미있는 것부터 읽으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해서 재미를 들이면 서서히 고전이 주는 재미에도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는데도 이렇게 짧게 답을 하고는 박 교수가 재미있게 읽었던 고전을 집중적으로 알려줬다. 그래서 취재의 방향을 바꾸었다. 고전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박 교수가 추천하는 고전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자 역시 고전을 놓은 지 오래됐다. 학창시절 재미있게 읽었으나 대학에 가면서 서서히 고전을, 나아가 책 자체를 이런저런 핑계로 점점 멀리하고 살았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예전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객기에 책장을 넘겼던 고전들을 다시 들고 싶어졌다.

대학에서 현대영미시를 가르친 박 교수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바이런에 깊이 빠져있다. 바이런은 천재시인이며 낭만주의를 이끈 당대의 인기 문학인으로 널리 이름을 날렸다. 주요 작품으로 ‘카인’ ‘코린트의 포위’ 등이 있으며 비통한 서정, 날카로운 풍자, 다채로운 서간 등은 전유럽을 풍미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런 바이런을 ‘서양문화의 종자’라고 했다. 바이런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음악, 소설, 드라마 등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비극이기도 했다.

“바이런은 인간의 오욕칠정을 다 가진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사탄 같은 면도 있었지만 의리있고 천사 같은 성격도 가졌지요.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산 것이 이런 식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측면을 가진 그의 성격이나 작품 모두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2014년 퇴직 후 바이런전기를 쓰기 위해 한달간 영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책들을 계속 읽고 있으며 그와 관련한 여러 자료들을 수집 중이다.

박 교수는 시만이 아니라 소설 등의 고전도 즐겨 읽는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신곡,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등이 그가 좋아하는 책들이다. 사서삼경, 논어, 맹자, 중용, 장자 등도 그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특히 예술가라면 장자를 꼭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관습에 얽매인 것을 풀어주고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했다.

한국의 고전으로는 문장이 짧으면서도 이순신의 고뇌가 선명히 드러난 난중일기를 비롯해 삼국유사, 삼국사기, 열하일기, 목민심서 등을 권했다. 요즘처럼 세상이 혼란스러운 때 징비록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가 소개하는 많은 목록을 들으며 이 책들을 몇번이나 읽었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한번씩은 다 읽었고 특히 좋아하는 맹자, 중용 등은 서너번씩 읽었으며 논어는 수도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이 읽었다”고 했다. 한번씩 통독한 책 대부분도 글을 쓸때 도움을 받기 위해 수시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재미없는 책의 경우 끝까지 읽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재미없어도 무조건 다 읽는다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등의 책은 지루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루하면서도 그 작가들 나름의 멋이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지루했지만 이것을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재미가 큽니다. 그래서 그 순간의 재미보다는 그 책이 가진 매력을 찾아가면서 읽어나가려 하지요.”

이 말 끝에 박 교수는 학교에서 고전을 읽도록 과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렇다면 박 교수가 이렇게 고전을 강조하는 것은 왜일까. 고전 속에 인간 삶의 다양한 패턴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랑, 고뇌, 죽음 등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삶을 일궈나갈 수 있는 또다른 힘이자 지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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