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마지원은 ‘뇌물’ 판단…박근혜·최순실 유죄 가능성 커져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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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6 07:18  |  수정 2018-02-06 07:18  |  발행일 2018-02-06 제4면
이재용 집행유예…국정농단 재판 영향은?
법원 “朴 재산상 이익 안 챙겨도
대통령 직무관련 대가성 인정돼
삼성, 朴요구 거절하기 힘들어도
부패에 조력한 죄책은 못 벗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법원 재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일단 풀려났지만, 기소된 여러 죄목 중에서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로 판단되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심 법원(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여러 건의 뇌물 관련 혐의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혐의의 하나인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 승마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최씨가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삼성이 결국 부응했다고 2심 법원도 판단한 셈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서도 지금으로서는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공동정범’으로 인정된다고 밝힌 대목은 박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최씨는 뇌물을 받은 데에서 더 나아가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촉진했다"고 판시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챙긴 재산상 이득이 없으므로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삼성 측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 측의 주장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반드시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된다든지,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공범으로 본 이상, 꼭 박 전 대통령이 이익을 챙기지 않아도 뇌물을 건넨 삼성 측은 유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승마지원 행위는 대통령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까지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통령이라는 직위의 광범위한 권한에 의하면 삼성그룹의 기업활동과 대통령 직무는 직·간접적 관계를 맺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에게 승마지원을 해줄 사적(私的) 이유가 없다는 점도 대가성이 인정된 이유로 꼽혔다.

단순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특검팀이 만약을 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더 이상 다툴 필요가 없는 사안이 됐다.

승마지원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거절하기 힘들어도 부패에 조력하면 안 된다는 건 삼성 경영진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기업가로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먼저 건넨 게 아니라 공무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양형에 참작할 사유는 되지만, 죄책을 벗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재판부가 승마지원 행위에서 뇌물로 인정한 액수는 1심과 일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된 말과 차량 자체에 대해선 “최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볼 수 없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대신 최씨 측이 말과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만’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송금한 36억3천484만원은 뇌물로 봤다. 삼성의 승마지원 사후 약속액(135억265만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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