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지도 믿고 현역 컷오프?…TK 기초長 ‘공천역풍’우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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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  발행일 2018-04-13 제5면   |  수정 2018-04-13
공천탈락 현역 대거 출마 채비
인지도 낮은 한국당 후보 고전할 수도

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 기초단체장 공천과 관련해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참패를 초래했던 ‘공천 파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진박(眞朴) 감별사’를 내세우며 비박(非박근혜)계 차별 공천을 자행한 탓에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 표심이 등을 돌렸고, 대구에서도 무소속 유승민(동구을)·주호영 후보(수성구을)가 당선됐다.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한 공천에서도 투명성이 부족한 교체지수를 앞세워 현역 단체장을 상당수 컷오프함에 따라 TK 내 일부 선거구에선 한국당 공천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북 3선 도전 기초단체장 중에서 교체지수를 이유로 컷오프된 단체장은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최양식 경주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이현준 예천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등 5명에 이른다. 강석호 경북도당 공관위원장은 경북에서 컷오프 단체장이 더 나올 수 있음을 예고했다. 그러나 교체지수 조사를 중앙당 차원이 아닌 시·도당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자체 실시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놓고 논란을 키웠다. 특히 강석호 위원장은 교체지수 조사 필요성으로 “3선 단체장은 당 충성도가 낮다”고 발언, 당 공천이 주민 만족도가 아니라 당과 당협위원장 관점에서 좌우될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낙천 기초단체장들 중에서 일부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 또는 예고하고 나서자,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닥쳤던 공천 역풍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앞세워 자파 위주의 공천을 자행해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샀다. 특히 친박계 조원진 의원의 ‘진박 감별사’ 발언은 공천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계파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 표심을 돌아서게 했다. 투표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22석을 건져, 원내 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고 ‘여소야대’ 정국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 교체지수 조사가 얼마나 공정성을 인정받는가에 따라 표심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낙천 단체장 대신에 공천받은 후보자의 자질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해당 당협위원장의 개인 지지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선 한국당 후보의 고전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한 분석가는 “대구·경북에선 한국당 지지도가 워낙 높다 보니 당협위원장들이 자신감을 갖고 본인들 의중대로 공천 방향을 결정지은 지역구가 몇 군데 보인다”면서 “교체지수 조사의 공정성을 지역민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당 충성도’ 발언이 ‘진박 감별사’의 후속판이 될지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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