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예상 못한 판결에 충격”…추진중인 교육정책 어쩌나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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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07:17  |  수정 2019-02-14 07:17  |  발행일 2019-02-14 제5면
강은희 교육감 1심서 당선무효형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취임 6개월여만에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강 교육감이 재판 직후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힘에 따라 재선거 여부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육감직은 유지된다. 만약 대법원에서 1심 선고가 그대로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잃을 뿐 아니라 선거 비용 보전금도 반납해야 한다.

취임 여섯달만에 당선무효 위기
항소 뜻 밝혀 교육감직은 유지
재판끝날때까지 사업 차질 우려
벌써부터 재선 이야기도 나돌아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

강 교육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제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력을 표시한 예비후보 홍보물 10만부를 배포했다. 또 선거기간 같은 내용을 자신의 선거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을 뿐 아니라 벽보로 만들어 지난해 3월24일부터 6월12일까지 선거사무소에 게재했다. 검찰은 지방교육자치법을 위반한 혐의로 강 교육감을 기소하고, 지난 1월14일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강 교육감에게 적용된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당원 경력을 표시하면 안 된다.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패닉 빠진 대구시교육청

예상을 뛰어넘는 판결에 대구시교육청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충격적이다. 검찰 구형 벌금액이 그대로 선고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 아닌가. 공무원들이 판결에 대한 여러 경우의 수를 뒀지만 벌금 200만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판결이며, 너무 과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 한 고교 교사는 “강 교육감 취임 이후 겨우 여섯 달이 지났는데 당선이 무효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걱정이다. 연내에 모든 재판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받을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 교육정책 어떻게 되나

강 교육감이 즉각적으로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당장 교육감직을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강 교육감이 추진해 온 대구 교육정책들이 갈 길을 잃고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강 교육감은 자신의 대표 공약이기도 한 IB교육 도입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IB교육은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전과목을 논술·서술형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대구미래역량교육의 상징으로 이해됐다. 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지만, 현재 운영 구심점이 될 IB도입추진단 구성이 거의 막바지에 와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1수업 2교사제, 미래지향 교육공간 만들기, 학교자율성 강화 등을 진행해 왔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이 조직개편과 4천여명의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 판국에 이런 판결이 나왔다. 새로운 교육정책은 곧 예산 투입으로 연결되는 만큼 앞으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시교육감은 연간 3조2천628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하고, 대구지역 교사 등 2만8천618명의 인사를 관장하는 막중한 자리다.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초중고생 31만여명의 미래가 달려 있기도 하다.

◆벌써 재선거 얘기도

벌써부터 재선거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사열 전 대구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강 교육감과 접전을 벌인 만큼 김 전 후보가 다시 도전장을 낼 것이라는 것. 실제로 김 전 후보는 몇 달 전부터 재선거 준비를 위해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홍덕률 전 대구시교육감 후보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선거에 패한 후 재도전은 없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해 온 터라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대구의 강한 보수성 탓에 진보 교육감은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보수진영에 이렇다 할 인물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강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40.73%의 득표율을 얻어 김사열(38.09%)·홍덕률 후보(21.16%)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강 후보와 김 후보의 표차는 3만61표(2.64%포인트)였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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