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데스 클리닝 등 웰다잉교육…삶의 가치와 행복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

  • 김수영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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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5   |  발행일 2019-03-15 제34면   |  수정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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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범어도서관에서 진행된 ‘아름다운 후반전 만들기’ 강좌. 아름다운 삶, 품위있는 노년의 의미를 책, 영화, 강의 등을 통해 되새겨주는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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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중·노년문화연구소에서 웰 다잉 관련 교육을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아름다운중·노년문화연구소 >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죽음이 아닐까.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지만 많은 사람이 죽음을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일로 여기지를 않는다. 겨우살이 준비는 탄탄히 하면서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죽음은 자신은 물론 남은 가족들에게도 당혹스러운 것이 되고 안타까운 이별이 된다.

사람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으며 살아간다. 건강한 출생을 준비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라면 당연히 그 다음단계에 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삶·죽음 새롭게 조명, 웰빙·웰에이징
호스피스·독거노인 봉사, 독서 토론회


웰다잉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깊이있게 배우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중·노년문화연구소는 영남이공대 평생교육원과 함께 웰다잉교육 전문지도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 열고 있는 이 교육은 삶과 죽음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가는 교육과정이다. 웰빙·웰에이징·웰다잉, 중·노년교육에 대한 이론과 실제,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 사진으로 쓰는 자서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죽음준비교육에 관한 실습 등을 실시한다.

14일부터 수업을 진행한 제24기 웰다잉교육 전문지도자 양성과정의 수강생도 모집 중이다. 아름다운중·노년문화연구소 정경숙 소장(교육심리학박사), 계명대 홍승표 교수(사회학박사), 대구교육대 정재걸 교수(교육철학박사), 대구사이버대 전종국 교수(상담심리학박사), 대구보건대 장경은 교수(사회복지학박사), 이주현 변호사, 내곡교회 임진택 담임목사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6월27일까지 총 15주간 45시간 교육하며 수업은 매주 목요일 오후 2~5시. 수강료는 25만원. (053)650-9550

지난해 9월 설립된 대한웰다잉협회 대구경북지회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교육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병원, 금융기관 등에서 웰다잉 관련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대한웰다잉협회 중앙회와 연계교육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웰다잉전문강사양성교육, 자살예방전문강사 교육, 시니어 죽음 준비교육 등을 시행 중이다.

앞으로 노인대학 및 경로당의 활성화 프로그램, 호스피스 봉사프로그램, 연령별 생명존중 프로그램, 독거노인봉사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찾아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다. 건전한 삶과 죽음에 관한 출판물을 제작 배포하고 독서토론회, 연극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홍영숙 지부장은 “웰다잉 교육은 중·노년만이 아니라 젊은층에도 필요하다. 현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며 “앞으로 노년층만이 아니라 젊은층을 위한 웰다잉 교육을 활성화시켜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엔딩노트 만들기
인생 이야기·버킷리스트 등 담아
지나온 삶에 대한 애정·감사 표현


굳이 웰다잉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집에서 웰다잉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방안도 있다. 그중 하나가 엔딩노트 적기다.

엔딩노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귀중한 체험을 담아내 자신의 삶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친근한 사람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전해 줄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지내왔던 인생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뒤돌아보게 되며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엔딩 노트에 들어갈 내용들은 △나의 역사 △나의 인생그래프 △현재의 나 △연대표 △내 인생의 톱 뉴스들 △가계도 △건강에 관한 것 △가족 기념일 △재산에 관한 것 △나의 사망기 △유언장 △내 인생의 좌우명 및 가훈, 묘비명 △자녀에게 남길 내 인생의 잠언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 새 삶에 대한 설계 △나의 버킷리스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기증서약서 △사전치매요양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장례식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 등이다.

주위 정리하는 데스클리닝
오래된 물건 보며 행복한 추억 회상
좋은 순간 기억하며 본연의 자신 찾아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란 책에서 “우리는 수많은 것들에 휩싸여 삽니다. 하지만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물건들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하면서 데스클리닝을 권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더라도 한번쯤 죽음을 가정하고 주위를 정돈해보는 데스클리닝을 한다.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보며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내게는 쓸모없어진 물건이지만 이 물건을 잘 사용해줄 사람을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진다. 이 같은 데스 클리닝을 하다보면 의미 없는 것에 가려져 있던 행복을 문득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앞으로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지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된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본연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웰다잉 십계명
나 자신에게 감탄하기·용서·화해하기
마지막 순간까지 즐거운 취미 만들기


① 살아있음에 감사하기- 숨 쉴 때마다 감사하기 ② 나 자신에게 감탄하기- 나도 100점, 너도 백점 ③ 데스 클리닝- 건강할 때 정리하자 ④ 용서와 화해하기 ⑤ 떠날 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만나기 ⑥ 엔딩노트 만들기 ⑦ 남은 사람 축복하기 ⑧ 제2의 이력 만들기 ⑨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 만들기-자원봉사, 춤, 음악, 독서, 텃밭 가꾸기 등 ⑩ 오늘 하자! 마지막인사를-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 의료·호스피스 서면으로 남겨
자신 의사 따른 품위 있는 죽음 준비


최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것만 작성해놔도 웰다잉에 한결 도움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어 자신의 의사결정능력이 상실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건강할때 무의미한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서면으로 남겨놓는 것을 말한다. 이는 좋은 죽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첫 준비이며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품위있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을 해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부터 연명의료의 시행방법 및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사항, 호스피스 선택 및 이용에 관한 사항,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 및 효력 상실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한 뒤 작성해야 한다.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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