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진 여자, 세상에서 버림받은 아이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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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은 그런 두 사람이 우정을 쌓고 서로를 지켜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은 “5~6년 전 내가 살던 아파트 옆집에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져서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고 앞으로 이런 일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학대·전과경력으로 마음의 문 닫고 사는 여인
괴물같은 어른들에 도망쳐 나온 소녀와 마주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쓰백’은 소녀 지은이 상아를 부르는 호칭이다. 9세짜리 소녀에게 쿨하게 자신을 ‘미쓰백’이라 부르라고 한 상아는 세상의 날선 편견 속에서 이제껏 마음의 문을 닫아왔지만 자신과 닮은 지은을 만나면서 차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아는 전과가 있고 거칠게 살아온 사회적 약자다. 즉 그녀가 사회 시스템과 제도에 기대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상아와 지은이 마주한 현실은 숨이 막힐 듯 시종 암울하고 답답하다. 그리고 범죄자로 간주해도 무방할 비윤리적인 어른들은 이미 이들의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스스로 폭력을 제어하지 못해 아이를 버린 엄마(장영남), 원치 않았던 아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아빠(백수장), 내연남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해 아이를 방치하는 여자(권소현) 등은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의 모습으로 여전히 현실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상아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지은을 구원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사고가 분명한 주체적인 여성이다. 옆에는 그녀를 돕고 싶어하는 형사 장섭이 있지만 상아는 끝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세상에서도 버림받은 상아에게 믿을 건 오직 자신뿐인 거다.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되고 세상을 등진 여자,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가 서로를 만나 함께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미쓰백’은 그 점에서 아동 학대를 다루었던 여타 작품과는 달리 모성애보다 우정과 연대에 힘이 실린다.
“캐릭터가 내리는 순간의 결정들이 변곡선을 그리는 영화이고,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 관객들이 함께 느끼고 공감하길 바랐다”라는 이지원 감독의 말처럼 ‘미쓰백’은 캐릭터의 감정에 모든 시선을 밀착시킨다. 그리고 암울한 현실에서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그게 현실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일지라도.
기존의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낸 한지민과 아역 배우 김시아는 물론 함께 출연한 이희준, 권소현, 백수장, 김선영, 장영남의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연기가 빛난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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