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소공원에서 새마을지도자울릉군부녀회가 마련한 '울릉도 으뜸! 향토나물 시식회'가 열리고 있다. 홍준기 기자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울릉도 도동항에 산나물 향기가 퍼졌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사이로 나물 반찬이 놓인 식탁이 펼쳐지자 오가던 주민과 관광객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췄다. 울릉도의 산과 들이 키운 나물 한 접시가 여행객과 섬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한글날인 9일 낮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소공원에서는 새마을지도자울릉군부녀회가 마련한 '울릉도 으뜸! 향토나물 시식회'가 열렸다. 울릉도 향토나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초록색 조끼를 맞춰 입은 부녀회원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나물을 접시에 담아 건네느라 분주했다.
식탁에는 울릉도 대표 산나물인 부지깽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물 반찬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부녀회원들은 찾아온 이들에게 음식을 권했고, 관광객들은 나물을 맛보며 젓가락을 움직였다. 잠시 걸음을 멈춘 여행객들이 식탁 앞에 모여들면서 도동소공원은 작은 잔칫집처럼 활기를 띠었다.
울릉도 하면 관광객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오징어와 푸른 바다다. 하지만 이날 밥상은 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화려한 음식이나 값비싼 재료 대신 울릉도의 자연이 길러낸 산나물이 주인공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맛보는 향토음식은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됐다.
9일 낮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소공원에서 새마을지도자울릉군부녀회가 마련한 '울릉도 으뜸! 향토나물 시식회'가 열리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산에서 온 관광객 손미향(57)씨는 "울릉도에 오면 오징어부터 먹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산나물도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며 "주민들이 직접 음식을 건네주니 섬의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음식을 받아 든 관광객들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식사를 즐겼고, 주민들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에게는 여행 중 만난 뜻밖의 점심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늘 먹던 고향의 음식이었다.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이 나물 한 접시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울릉도 산나물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섬 주민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다. 가파른 산비탈과 화산섬 특유의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나물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밥상을 지켜온 식재료다. 봄철 채취한 나물을 삶고 말려 사계절 먹거리로 활용해 온 생활문화에도 섬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9일 낮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소공원에서 새마을지도자울릉군부녀회가 마련한 '울릉도 으뜸! 향토나물 시식회'가 열리고 있다. 홍준기 기자
이날 시식회는 바다와 기암절벽을 둘러보는 관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울릉도의 음식과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행객들은 향토나물을 맛보고 주민들과 마주하며 풍경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섬의 일상을 잠시나마 함께했다.
음식을 준비한 부녀회원들의 손길과 접시를 건네받는 관광객들의 웃음, 서로 자리를 내어주는 주민들의 배려가 어우러진 도동소공원. 특별한 격식은 없었지만 한 끼를 나누는 데 필요한 정은 넉넉했다.
여행에서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만이 아니다. 우연히 맛본 음식과 낯선 이가 건넨 따뜻한 한 끼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도동항에 차려진 산나물 밥상은 울릉도의 자연이 길러낸 맛에 섬사람들의 정을 더해, 가을 여행객들에게 소박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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