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중독된 비정한 아빠, 현실 망각…죄책감도 없었다

  • 명민준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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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5   |  발행일 2014-04-15 제6면   |  수정 2014-04-15
‘게임 과몰입’의 폐해

14일 오후 3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PC방 안. 200㎡ 남짓한 공간에 50여대의 PC가 마련돼 있었고, 어두운 조명아래 10여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은 덥수룩한 수염과 떡진 머리칼, 시큼한 땀냄새를 풍기면서도 가상의 현실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인터넷게임 과몰입’의 특징이다.

PC방 종업원에게 이 남성에 대해 묻자 “매일 6시간 정도 있다 간다. 저런 사람이 PC방마다 4~5명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아들을 방치, 죽음에 이르게 한 정모씨(22) 사건을 계기로, 한 동안 잠잠하던 게임 과몰입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씨의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 과몰입의 말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다”며 게임 과몰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곽호순 원장(곽호순 병원)은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인터넷 게임 과몰입 모두 심각한 중독에 빠지면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며 “특히 게임 과몰입의 경우 사이버 공간을 현실로 인식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망각, 부정하게 된다. 정씨처럼 자신의 자녀가 굶어죽어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게임 과몰입의 심각성은 잘 드러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전국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실태조사’를 벌였다. 청소년(초등4~고등3) 12만20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약 2%인 2천400여명이 게임 과몰입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성인(19세~만 35세)의 경우 전체 조사자 3천300명의 17%인 561명이 게임 과몰입 위험군에 속했다.

문체부는 청소년보다 높게 측정된 성인 과몰입 위험군 비율을 두고 “게임 과몰입군에 속했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을 끊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게임 과몰입으로 뇌의 쾌락신경계(즐거움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청소년들이 조절력을 잃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중독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내용에 따라 과몰입자들이 폭력성에 무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잔혹한 장면이 난무하는 게임을 즐기다보면, 폭력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엄성희 인터넷중독대응센터 상담가는 “게임 과몰입자 대부분 현실도피적 방안으로 게임에 몰두한다. 현실에서 보상받지 못한 것을 게임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상담치료를 통해 과몰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호 tiger35@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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